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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 첫 기자회견, 주요 의제에 이렇게 답했다

2시간 전

이재명 대통령은 3일 취임 30일을 맞아 서울 청와대 영빈관에서 첫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한 달간의 국정 운영 성과와 향후 국정 과제에 대해 국민과 언론에 직접 설명했다.

'대통령의 30일, 언론이 묻고 국민에게 답하다'라는 제목으로 열린 이번 기자회견은 이 대통령이 간단한 모두발언을 마친 뒤 사전 조율 없는 기자들의 자유로운 질의에 답하는 형식으로 2시간 가까이 동안 진행됐다.

이번 기자회견은 통상 대통령의 취임 100일 즈음에 열리던 첫 공식 회견과 비교해 역대 정부 중 가장 이른 시점에 열린 회견이다.

이 대통령은 질의응답에 앞선 모두발언에서 "국난의 파도를 함께 건너는 국민의 간절한 열망을 가슴에 새기며 치열하게 달려온 한 달이었다"고 회고하며, 민생 회복, 민주주의 복원, 국민 주권 실현, 정의로운 통합, 평화 정책 등 주요 국정 방향을 강조했다.

이후 이어진 기자회견에서는 주 4.5일제, 민생지원금, 대북 정책, 지역 불균형, 관세 협정 등 다양한 국내외 현안에 대한 질문과 대통령의 입장이 오갔다.

이재명 대통령의 첫 기자회견에서 나온 주요 메시지와 핵심 발언을 정리했다.

 발언하고 있는 이재명 대통령
Getty Images
'취임 한달' 기자회견하는 이재명 대통령

주 4.5일제

이 대통령은 대선 공약이었던 '주 4.5일제' 도입 시기에 대해 "가능한 부분부터 점진적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밝혔다. 일시에 일정을 정해 한 번에 시행한다는 인식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입장이다.

이 대통령은 주 4.5일제를 둘러싼 논의가 야당에서도 제기된 바 있지만, 일주일 중 4일간 한 시간씩 더 일하고 다섯째 날은 반만 일하는 방식은 사실상 변형 근로제에 가깝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은 노동시간 단축이 사회적으로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많이 일하지만 생산성은 낮고 국제 경쟁력은 떨어지는 구조를 더는 지속할 수 없다"며, 워라밸 보장과 노동생산성 제고를 위해 노동시간 단축이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OECD 평균보다 연 120시간 이상 더 일하는 현실 역시 언급했다.

또 주 4.5일제가 공공 부문이나 대기업에만 적용돼 불평등을 심화시킬 수 있다는 일부 우려에 대해서도 "일리 있는 지적"이라고 했다. 다만 "내가 많이 일하니 다른 사람도 줄이지 말라"는 식의 접근보다는, 사회 전반의 흐름으로 자리 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공장 노동자로 일했던 과거를 언급하며, 당시에도 점진적으로 휴일이 늘어났던 경험을 떠올렸다. 그러면서 "가능하면 빨리 가고 싶지만, 정책적으로 시점을 특정하긴 어렵다"고 했다.

민생지원금

취재진들이 이재명 대통령에게 질의를 하기 위해 손을 들고 있다
Getty Images
이번 기자회견은 이 대통령의 모두발언 후 사전 조율 없는 기자들의 자유로운 질의에 답하는 형식으로 2시간 가까이 동안 진행됐다

민생회복 지원금의 추가 지급 여부에 대해서는 "일단은 재정 상황이 녹록지 않다"며 현 시점에서 추가 지급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또 할 것인지의 문제는 그때 가서 봐야 한다"고도 덧붙였다.

이 대통령은 지원금의 효과와 취지를 묻는 질문에, 내수 진작을 위한 조치였다고 설명했다. 경기도지사 시절 선제적으로 10만 원을 지역화폐로 지급한 경험을 언급하며, 당시 정부도 이를 따라 시행했고 자영업자 중심으로 상당한 체감 효과가 있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고 전했다.

그는 현재 골목경제 상황이 매우 어렵다고 진단했다. "깊은 저수지는 가물어도 견디지만, 얕은 곳은 회생 불가능한 피해를 입을 수 있다"며, 이런 현실을 고려해 이번 지원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경제는 심리 측면이 아주 강한데 내년 경제가 좋아질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8년 만에 가장 많다고 한다. 경제가 좋아질 거라 믿으면 소비가 늘어난다"며, "그러면 약간의 마중물 부어주면 선순환이 시작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다시 이걸(민생지원금을) 억지로 해야 되는 상황이 안 되게 만드는 것도 정부가 해야 될 일"이라며, "일단 추가할 계획은 없다. 그러나 세상 일이 계획대로만 되는 것은 아니다"고 덧붙였다.

북한 문제

구체적인 대북 정책을 묻는 질문도 나왔다. 이재명 대통령은 "한미 간 든든한 공조 협의를 바탕으로 북한과의 관계를 개선해야 한다"며, "대화를 전면 단절하는 것은 정말 바보짓"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대화와 소통, 협력이 정말 중요하다"며, 김대중 전 대통령의 햇볕정책을 언급했다. 이어 "전쟁 중에도 외교는 하는 것"이라며, "미워도 얘기를 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정부의 대북 방송 중단 조치에 대해서는 "처음에는 반응이 없을까 봐 우려했지만, 기대 이상으로 빨리 호응했다"며 북한의 태도 변화에 놀랐다고 밝혔다.

통일부 명칭 변경 논의와 관련해서는 "통일을 요구할 경우 자칫 흡수 통일 의도로 오해받을 수 있다"며, "그래서 통일부 이름을 바꾸자는 얘기가 나오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헌법에 명시돼 있듯이 우리는 평화적 통일을 지향한다. 이는 흡수 통일이 아니다. 누가 흡수를 당하고 싶겠나"라고 반문했다.

그는 "이런 논란에도 불구하고 길게 보고 소통과 협치를 계속해 나가야 한다"며, "가능하면 서로의 존재를 인정하고 동질성을 회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체적인 실행 방안에 대해서는 "국가안보실과 국정원 등에 얘기해 놨고, 나중에 결과로 말씀드리겠다"고 설명했다.

한편 일본 언론으로부터 일본인 납북자 문제와 북한 인권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문도 나왔다. 이에 대해 이 대통령은 "일본의 납치된 가족들의 억울함을 가능한 풀어주는 게 맞고, 우리 정부에서도 할 수 있는 게 있다면 협력하는 게 맞다"고 답했다. 이어 "우리가 구체적으로 뭘 협력할 수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납치자 해결에 대한 일본의 노력을 공감한다"고 밝혔다.

북한 측 대응에 대해서는 "북한도 노력을 꽤 하는 것 같던데, 그걸 부인하거나 거부하는 것 같지는 않다"며 "잘 해결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해선 "북한 내 인권 문제는 매우 복잡한 사안"이라며, "우리 대한민국의 국내 인권 문제도 잘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북한 대중의 삶을 개선하는 데 인도적 지원을 하는 것도 북한 인권 개선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관세 협상

반도체 공장 노동자
Getty Images

미국과의 관세 협상과 관련한 질문에는 "7월 8일까지 끝낼 수 있을지도 확언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달 8일은 미국의 상호 관세 유예 기간이 만료되는 시점이다.

이 대통령은 관세 협상 진행 정도를 묻는 질문에 "관세 협상 이야기는 분명히 (언론이) 물어볼 텐데 뭐라고 할까 고민을 많이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보안 측면도 있고 이야기가 (시장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어서 말하기 어려운 주제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지금 최선을 다하고 있으며, 쌍방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호혜적인 결과를 만들어내야 한다"며 "아직 쌍방이 정확하게 뭘 원하는지가 명확하게 정리되진 못한 상태"라고 밝혔다.

다만 이 대통령은 "다방면에서 우리의 주제들도 많이 발굴하고 있다는 말씀을 드린다"며 "최선을 다하겠다는 말씀까지만 드리겠다"고 덧붙였다.

의정 갈등

전 정권에서부터 시작된 의료계와의 갈등 해소 방안에 대해서는 "취임하면서 제일 자신 없는 분야가 바로 의료 사태였다"고 솔직하게 털어놨다.

그러면서도 "정부가 바뀌면서 긴장감과 불신이 조금 완화된 것 같다"며, "일부 복귀도 이뤄지고 있다"고 밝혔다. "신뢰를 회복하고 대화를 충분히 하자"며, "보건복지부 장관이 빨리 임명되길 기대하고 있다"고도 덧붙였다.

이 대통령은 "전 정부의 과도하고 억지스러운 정책, 그리고 일방적인 강행이 문제를 악화했고 의료 시스템을 많이 망가뜨렸다"고 평가하며, 정책 방식의 변화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또 하나 희망의 전조라고 하면, 복지부 장관 후보에 대해 (의료계가) 환영 성명을 냈더라"며, "그것 역시 하나의 희망적 사인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빠른 시간 내에 대화하고, 솔직한 토론이 필요하다"며 "의료단체와도 면담해 봤는데, 불신이 갈등의 큰 원인이었다. 신뢰를 회복하고 충분히 대화하며, 필요한 영역에서 적절히 타협해 간다면 충분히 해결 가능하다고 본다"고 밝혔다.

가운을 입은 의사들의 뒷모습
News1

대통령 권력

후반부에는 '제왕적 대통령제' 우려와 국회의 견제 기능 약화에 대한 질문도 나왔다.

이 대통령은 "(제가) 그렇게 제왕적이지 못하다"고 농담을 섞어 말하면서도, "권력은 견제받는 게 맞다. 본인의 안위를 위해서라도 그렇다"며 특별감찰관 임명을 국회에 요청했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의 압도적 다수 의석에 대해서는 "이게 바로 국민의 선택"이라며, "국회와 대통령 모두 민주당이어서 문제라는 지적은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국민이 덜 싫어서 민주당을 선택했단 걸 안다"며, "설득하거나, 성과로 증명해 '밉지만 괜찮네'라고 평가받는 게 제 역할"이라고 덧붙였다.

제도 개편과 관련해서는 "필요하긴 하지만, 지금 단계에서 깊이 있게 검토하진 못했다"고 말했다.

또 자신의 국정 지지율이 60% 안팎이라는 점에 대해선 "그렇게 높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더 낮은 자세로 국민의 지지를 얻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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