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미-중 협상 앞두고 대중국 관세 인하 가능성 시사

세계 양대 경제 대국의 고위급 무역 회담이 예정된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8일(현지시간) 대중국 관세가 인하될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에 모인 취재진에게 대중국 관세를 언급하며 "더 이상 올라갈 수 없다. 현재 145%이기에 우리는 이제는 내려가리라는 걸 알고 있다"고 했다.
이날은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영국과의 관세 합의를 발표하는 자리였다. 지난달 전 세계를 상대로 고율의 관세를 부과한 이후 첫 무역 합의이다.
이번 주말 스위스에서 예정된 미-중 고위급 회담은 두 경제 대국이 금융 시장을 충격에 빠뜨린 무역 전쟁을 완화할 준비가 되었음을 보여주는 가장 뚜렷한 신호로 해석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과의 회담에 대해 "매우 우호적이리라 생각한다. 그들은 품격 있는 방식의 회담을 원한다"고 했다.
화 춘잉 중국 외교부 부부장 또한 이번 회담에 앞서 중국은 미국과의 무역 문제를 잘 관리할 수 있는 "완전한 자신감"이 있다고 밝혔다.
정치 리스크 자문 업체 '유라시아 그룹'의 댄 왕은 BBC와의 인터뷰에서 미국과 중국 당국자 모두 "경제 상황으로 인해 압박을" 받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최근 양측의 행보를 보면 긴장을 완화할 가능성이 보인다"고 덧붙였다.
이번 주 초 양국의 협상이 예정되어 있다는 소식에 긴장 완화를 위한 중요한 첫걸음이라며 환호하는 분위기였으나, 전문가들은 이는 길고 긴 협상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탄이라고 말한다.
과거 미국 측 무역협상대표를 맡았던 스티븐 올슨은 "미국과 중국 간 구조적인 마찰이 이른 시일 내에 해결되리라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이번 회담을 통해 관세는 인하되더라도 "미미한" 수준일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초기 협상은 스콧 베센트 미 재무장관과 허 리펑 중국 부총리 겸 경제 담당자가 주도할 예정이다.
그러나 올슨 전 대표는 "최종적인 협상을 끌어내기 위해서는 결국 양국 정상의 적극적인 참여가 필요함을 다들 알고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무역 전문가는 트럼프 행정부가 부과한 새로운 관세가 철회되더라도 양국이 극복해야 할 여러 문제가 남아 있다고 지적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의 중국 부문 책임자를 지낸 에스와르 프라사드는 BBC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현실적으로 최상의 목표는 양국이 서로 부과하고 있는 고율 관세의 철회이다. 그렇다 해도 여전히 높은 관세 장벽 및 다양한 제약 조치가 남아 있다"고 했다.
한편 9일 발표된 4월 공식 통계에 따르면 중국의 대미 수출은 전년 동월 대비 20% 이상 감소했으나, 동시에 총 수출은 예상을 웃돌며 8.1%의 증가율을 기록했다.
한편 중국과 미국 간의 회담은 영국이 트럼프 행정부와 관세 협상을 타결한 첫 번째 국가가 된 지 2일 만에 열리게 되는 셈이다.
이번 새 협정 결과 미국은 일정 수의 영국 자동차에 대해서는 수입세를 인하하고, 일부 철강 및 알루미늄에 대해서는 무관세 수입을 허용하기로 했다. 또한 이번 협정은 트럼프 대통령이 1월 취임 이후 발표한 새로운 관세로 인한 영국의 일부 주요 산업들에 대한 부담을 완화할 여러 조치를 포함하고 있다.
전 세계 국가들은 미국의 높은 관세가 다음 달부터 본격 시행되기 전에 유사한 협정을 성사시키고자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앞서 지난 4월 트럼프 대통령은 수십 개국에 대해 이른바 '상호주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했으나, 각국 정부가 미국과 협상할 수 있도록 90일간 유예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