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 최고 스타' 미스터비스트, 리얼리티 게임 쇼 참가자들에게 소송당해
무려 5억 명에 달하는 팬, 수백만달러의 개인 재산, 글로벌 사업 제국.
이 모든 것의 주인공이자 유튜브 최대 인플루언서인 지미 도널드슨(26), 일명 ‘미스터비스트’를 권좌에서 몰아내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런 그가 최근 법률 문서만 해도 54페이지에 달하는 소송에 직면했다. 이는 지금껏 그가 맞이한 최대 시련이 될 수도 있다.
그가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와 제작해 곧 방영을 앞둔 리얼리티 쇼 ‘비스트 게임즈’의 여성 참가자 5명은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미스터비스트의 제작사 ‘미스터B2024’와 프라임 비디오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역대 최대 규모의 리얼리티 경쟁 쇼로 알려진 이 프로그램은 방영 중(만약 방영될 수 있다면) 참가자 1000명이 상금 500만달러(약 66억원)를 놓고 경쟁할 예정이다. 그러나 이번 소송으로 인해 쇼는 위기에 봉착했다.
민감한 내용들이 부분적으로 가려진 법률 문서에 따르면 이들은 “여성 혐오와 성차별 문화를 체계적으로 조장하는” 환경에서 “특히 집단으로 고통받았다”고 한다.
이는 인터넷에서 가장 선한 사람 중 하나라는 미스터비스트의 기존 이미지에 타격을 줄 수도 있는 내용이다.
취재진은 해당 법률 문서를 훑어보았다. 참가자들이 “제대로 먹지도 못하고 과로에 시달렸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었다. 음식이 제공되기는 했으나, “산발적이고 드물게” 제공되는 바람에 참가자들의 “건강과 복지를 위협”했다는 주장이다.
공개적으로 볼 수 없도록 거의 모든 주장이 가려진 한 부분에서는 피고가 “성희롱 문화 등 적대적인 근무 환경을 조성하고, 허용하고, 조장했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지난달 미 뉴욕 타임스는 해당 쇼의 참가자 10여 명과 이야기를 나눈 결과, 촬영장에서 “여러 번 입원하는 사례”가 발생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보도했다. 1명은 자신이 20시간 넘게 먹지 못한 적도 있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참가자들은 필요한 약을 제때 받지 못했다고도 주장했다.
BBC는 미스터비스트 및 아마존에 연락을 취했으나, 아직까지 공개적인 대응은 없는 상태다.
그렇다면 이번에 불거진 이 같은 의혹은 ‘유튜브 제왕’의 인기를 떨어뜨리게 될까.
높아지는 명성과 자선 활동
사실 미스터비스트는 올해 이미 논란에 휩싸인 바 있으며, 매번 무사히 빠져나갔다.
지난 7월, 미스터비스트는 자신이 과거 함께 일했던 동료 진행자 에이바 크리스 타이슨이 미성년자를 그루밍했다는 의혹에 대해 알아보고자 수사 전문가를 고용했다고 밝혔다.
타이슨은 혐의를 부인하면서도 “용납할 수 없는 과거의 행동”에 대해 사과했다.
당시 미스터비스트는 이같은 “심각한 혐의”에 대해 “혐오감을 느낀다”는 반응이었다.
이후, 자신을 미스터비스트의 전직 직원이라고 주장하는 어느 유튜버가 그의 사업 관행에 대해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BBC는 해당 유튜버의 신원 및 주장하는 내용을 독립적으로 확인할 수 없었다.
아프리카에 우물을 파고, 시각 및 청각 장애인을 위한 수술비를 지원하는 등 그가 과거 진행했던 자선 활동도 착취라며 일부 비난을 받기도 했다.
‘인디펜던트’지에는 “나 같은 청각 장애인은 미스터비스트가 최근 벌인 '인스피레이션 포르노'보다 더 나은 대우를 받을 자격이 있다”는 한 시민의 인터뷰가 올라오기도 했다.
하지만 그의 제국은 계속 성장세를 이어갔다. 피소 사실이 공개되기 전날인 지난 18일에도 그는 동료 유명인 KSI, 로건 폴과 함께 미국의 유명 간편식 브랜드 ‘런처블(Lunchables)’에 대항할 새로운 식품 라인을 출시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더욱더 빠르게 유명해진 그는 열심히 일하며 수백만달러를 벌어들였다.
조회수 6억 5200만 회(‘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의 현실판 쇼로, 45만6000달러의 상금을 내걸었다)를 기록한 영상 등 그는 막대한 자금이 필요한 영상을 제작해왔다.
집, 현금, 자동차 기부하기 등 그의 자선 활동 대부분이 논란 없이 이어졌으며, 이를 통해 그는 인터넷에서 가장 선한 사람 중 하나라는 이미지를 구축할 수 있었다.
미스터비스트의 웹사이트에 따르면 그는 전 세계적으로 도움이 필요한 이들에게 식사 2500만 끼 이상을 제공했다고 한다.
그리고 그의 유튜브 채널에는 계속해서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지난 6월에는 최대 구독자를 보유한 유튜브 채널이 되기도 했다. 통계 전문 웹사이트 ‘소셜블레이드’에 따르면 미스터비스트는 지난 30일 동안만 해도 구독자 500만 명을 추가로 확보했다.
그러나 이는 하나의 지표일 뿐으로, 예를 들어 그의 채널 구독을 취소한 사람 수 등은 정확히 알 수 없다.
다만 확실한 것은 그의 영상을 그만 보겠다며 적극적으로 결정한 사람의 수보다는 구독하기로 결정한 사람들의 수가 더 많다는 것이다.
유튜버들의 사과
미스터비스트 말고도 여러 유튜버들이 논란 이후에도 인기를 유지하며 활동을 유지하곤 한다. 미스터비스트보다 훨씬 더 큰 논란에 시달렸음에도 공개 사과 외에는 별다른 일 없이 지나간 이들도 많다.
일례로 지난 2018년, 유튜버 ‘로건 폴’은 구독자 1500만 명에게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으로 추정된 시신을 담은 영상을 업로드하며 엄청난 비난을 샀다.
이에 그는 원본 영상을 삭제한 뒤, 2분이 채 되지 않는 ‘정말 죄송하다’는 제목의 사과 영상을 게시했다.
현재 그의 구독자는 2300만 명 대로 늘었으며, 무척 인기 있는 스포츠 음료 브랜드의 소유자이자, 지난 8월까지만 해도 ‘WWE 유나이티드 스테이츠 챔피언십’의 주인공이었다. 아울러 유료로 시청할 수 있는 복싱 시합도 여러 번 진행했다.
퓨디파이, 제임스 찰스, 제프리 스타 등의 유명 유튜버들도 제각기 논란에 휘말렸으나, 사과 영상을 올린 뒤 커리어를 이어 나가고 있다.
최근에는 ‘닥터 디스리스펙트’로 알려진 허셜 빔이 과거 2017년 “미성년자 개인”에게 메시지를 보냈던 점을 인정한 바 있다.
다만 그는 “불법적인 일은 없었다”는 점을 강조하며 “사진을 서로 보내지도 않았으며, 범죄를 저지르지도 않았다”고 강조했다. 그 후 사과문을 게시한 뒤 2달간 온라인 활동을 중단했다.
이달 초 그는 다시 온라인 활동을 재개했는데, 여러 유명 스트리머들의 비판에도 불구하고 그의 생방송은 조회수 300만 회 이상을 기록했다.
‘스트림 차트’에 따르면 닥터 디스리스펙트는 올해 미국에서 2번째로 가장 많은 시청 횟수를 기록한 스트리머다.
이 모든 사례를 통해 알 수 있는 게 있다. 바로 유튜버들은 금세 용서받곤 한다는 점이다.
미스터비스트의 향후 행보는?
점점 더 팬은 늘어나고 있는 미스터비스트이지만, 또 한 번 논란에 휩싸이게 되면서 그의 다음 행보가 장기적인 성공 여부를 결정할 수도 있다.
‘세비 마케팅’의 최고 전략 책임자 제임스 런은 미스터비스트에 대해 여러 산업계를 아우르는 “다방면의” 브랜드를 지닌 “무척 독특한 위치에 있는” 스타라고 평가했다.
런은 “유례없는 상황”이라면서 “이번 이슈에 대해 투명하게 대응하고, 책임감 있게 행동하는 등 적극적으로 나선다면 그는 자신의 브랜드를 보호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브랜드 전문가인 캐서린 셔틀워스는 미스터비스트가 지닌 “엄청난 규모의” 인기와 명성이 완충 역할을 해줄 수는 있으나, 이번 소송은 까다로울 수 있다고 봤다.
“그가 벌이는 사업, 특히 초콜릿 및 스낵 브랜드인 ‘피스타블스(Feastables)’와 식품 라인인 ‘런칠리(Lunchly)’의 경우 상황이 다를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사업체가 내놓는 상품에 대한) 구매력을 지닌 부모들은 안전성, 공정성, 윤리 등의 논란에 비교적 관대하지 못합니다.”
지난해 8월 미스터비스트에 대한 기사를 작성할 때만 해도 그의 구독자 수는 지금의 절반 정도였으나, 나는 그가 곧 유튜브 제왕이 될 것이라 예상했었다.
그리고 점점 더 높아지는 명성만큼 그는 현재 또 다른 난관에 봉착하게 됐다. 그리고 수많은 인터넷 사용자들은 이 복잡한 이야기에 대한 그의 설명과 대답을 간절히 기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