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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사로 유명한 일본이 왜'… 혼란스러웠던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원인은?

11시간 전
2026 아시안게임 폐막식 공연의 한 장면
Getty Images

올림픽부터 도쿄에서 매년 열리는 비디오 게임 박람회(게임쇼)에 이르기까지, 일본은 지금껏 굵직한 주요 국제 행사를 성공적으로 개최해왔다. 하지만 올해 나고야와 아이치현 일대에서 열린 아시안게임은 각종 문제로 얼룩졌다.

호텔과 교통 운영에 차질이 빚어진 데 이어 외교적 결례도 불거졌다. 온라인에서는 일부 네티즌들이 "역사상 최악의 아시안게임"이라며 "철저한 조사"를 촉구하기도 했다.

오사카 대학에서 주요 스포츠 행사를 연구하는 도미야마 코조 교수는 주최 측이 돌발 상황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러한 문제들로 인해 일본의 (국제) 스포츠 행사 운영 능력에 대한 국제사회의 신뢰가 훼손된다면, 향후 일본이 국제 대회를 유치하는 데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오미 다카아키 조직위원회 사무국 차장은 조직위가 여러 예기치 못한 문제에 직면한 것은 사실이라고 인정하면서도, 피드백을 반영해 개선해왔다고 강조했다.

연이은 사건들

우선 대회가 시작되기도 전에 참가자들은 근처에 머물만한 객실 수가 턱없이 부족하고, 시설도 열악하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조직위 측은 비용을 절감하고자 선수촌 건물을 짓는 전통적인 방식 대신, 나고야 전역의 호텔과 컨테이너형 숙소에 참가자들을 수용하기로 했다.

한국 농구 대표단 측 고위 관계자는 키가 큰 선수들은 컨테이너 숙소에 머물며 "침대에서 다리를 쭉 뻗기도 힘들었다"고 지적했다.

전체 참가자 수가 막판에 늘어나면서 도시의 수용 능력이 한계에 달하자, 객실 1500개를 갖춘 이탈리아 크루즈선을 동원하기도 했다.

오미 차장은 BBC와의 인터뷰에서 조직위는 당초 "개최 도시 계약에 따라" 대표단 최대 1만50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숙소를 마련했으나, 다른 종목들이 추가되면서 그 수가 총 1만7000명이 됐다고 설명했다.

처음에 주최 측은 갑작스럽게 늘어난 2000명을 수용할 "장소가 전혀 없다"며 참가자들에게 자체적으로 숙소를 마련하라고 요구했으나, 이후 입장을 번복해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와 공동 성명을 발표해 "1만7000명 이상"의 모든 참가자가 "대회에 걸맞은 숙소"를 제공받을 것이라고 약속했다.

나고야의 해안가 옆에 늘어선 컨테이너형 주거 단지
Getty Images
주최 측이 전통적인 선수촌을 건설하지 않기로 결정하면서 일부 참가자들을 수용하기 위해 컨테이너형 주거단지가 들어섰다

그러나 이는 시작에 불과했다.

대회 기간 선수들을 태운 버스가 엉뚱한 장소로 데려다주는 일도 있었으며, 한국 남자 하키 경기에 앞서선 애국가 대신 북한 국가가 연주되기도 했다. 남자축구 시상식에선 금메달을 딴 한국의 태극기가 게양대에 제대로 오르지 못했다. 대만 체육부 장관은 국기 게양 행사에서 일시적으로 출입이 금지되기도 했다.

이에 더해 대회 막바지, 자원봉사자들은 폐회식에 무료로 올 수 있다는 이메일을 받았다. 그러나 이후 한 주최 측 관계자는 무료 티켓 배포는 아직 검토 중인, 승인되지 않은 사안이라고 말을 바꿨다.

오미 차장은 참가자 수 측면에서 2024 파리 올림픽보다 규모가 컸던 이번 대회에서 잇따른 사건들이 발생해 일부 대표단에 상당한 불편을 초래했음을 인정했다.

그는 "이 정도 규모의 대회를 개최하고 운영하는 것은 우리에게 큰 도전이었다"며 "매일 다양한 예상치 못한 문제와 난제를 해결해야 했다"고 말했다.

"(다만) 대회 기간 시설을 실제로 이용한 선수들의 피드백에 귀를 기울였으며, 필요한 부분을 개선하며 대응해나갔습니다."

승마 경기 도중 장애물을 뛰어넘는 사우디아라비아의 사드 압둘라 S 알라지미
Getty Images
주최 측은 일부 선수들이 불편을 겪었으며, 몇가지 중대한 문제가 있었음을 인정했다

'압도적으로 저렴'

이러한 문제들이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현지 언론은 이번 대회장 운영을 맡은 프랑스 이벤트 전문 기업 'GL 이벤트'의 일본 자회사를 지목했다.

GL 이벤트는 일본에서 오랫동안 스포츠 행사를 성공적으로 운영해 온 광고 대기업인 '덴츠 그룹'을 제치고 630억엔(약 5280억원) 규모의 계약을 따냈다.

덴츠 그룹은 입찰 담합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은 후 이 계약 경쟁에서 배제된 상태였다.

한 소식통은 교도통신에 GL 이벤트가 다른 업체들보다 "압도적으로 저렴했다"고 전했다.

지난주 도쿄신문은 이 회사가 인력 채용 과정에서 과도하게 비용을 절감해, 문제 발생 시 대응할 만한 숙련된 인력이 부족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채용된 직원들 또한 제대로 된 교육을 받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주최 측의 오미 차장은 GL 이벤트가 "파리 올림픽을 비롯한 국제 스포츠 행사 경험이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GL 이벤트와의 철저한 논의와 협조 등 대회 시작 시점에는 필요한 경기 환경이 갖춰져 있었다고 본다"고 말했다.

도미야마 교수 또한 "GL 이벤트가 국제 대회에 대한 충분한 경험이 없었다는 단순히 결론 짓기는 옳지 않다"며, 이번 문제는 GL 이벤트에 부여된 책임 범위가 "지나치게 광범위했다"는 데서 비롯됐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번 계약이 경쟁 입찰이 아닌 협상 계약이었던 만큼, 주최 측이 계약업체의 역량을 평가할 때 어떤 기준을 적용했는지, 계약 체결 후에는 어떻게 감독했는지를 검토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GL 이벤트는 BBC의 거듭된 논평 요청도 답하지 않았다.

아이치-나고야 아시안 게임 폐회식
China News Service/VCG via Getty Images
자원봉사자들은 폐회식에 무료로 참석할 수 있다고 들었으나, 이후 한 주최 측 관계자는 승인된 결정이 아니라고 밝혔다

미래에 대한 희망

이번 아시안게임 대회 기간 내내 새롭게 제기되는 문제 하나하나를 해결하기 위해 분주히 움직이는 주최 측의 모습이 마치 '두더지 잡기' 게임을 하는 것처럼 보였다. 이는 세계가 일본의 주요 행사에서 기대해 온 모습과는 크게 동떨어진 느낌이었다.

주최 측이 보여주고자 했을지도 모르는 '오모테나시' 정신 즉, 거의 예술의 경지에 이른 일본의 진심 어린 환대 문화와는 당연히 거리가 멀다.

결국 관계자들은 한국 대표단을 둘러싼 일련의 사고에 대해 한국 측에 공식 사과문을 보내야만 했다.

하지만 OCA의 후세인 알-무살람 사무총장은 수영, 역도, 사격 종목에서 54개의 신기록이 탄생했다며, 이번 대회가 성공적이었다고 강조했다.

그는 "선수들이 제대로 자지 못하면 제 기량을 발휘할 수 없고, 원활한 교통편이 보장되지 않으면 좋은 성적을 낼 수 없다"며, "이러한 성과는 조직위가 선수들을 위해 마련한 최상의 환경 없이는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대회는 끝나도 문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

현재 진행 중인 패럴림픽에서는 시상식에서 잘못된 국가가 연주되는 일이 세 차례나 발생했다. 조직위 부위원장도 맡고 있는 이치로 히로사와 나고야 시장은 이를 "용납할 수 없는 일"이며 사과했다.

도미야마 교수는 주최 측이 지난 몇 주간의 경험을 교훈 삼아 미래에는 더 수준 높은 스포츠 대회를 개최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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