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P란 무엇이며, 왜 전 세계적으로 사이버 보안 비상사태를 촉발했나?
10여 년간 전 세계 수많은 웹사이트의 기반이었던 핵심 기술에 심각한 결함이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그동안 아무도 찾아내지 못했던 이 결함이 최근 인공지능(AI)을 통해서야 비로소 드러나며 전 세계 사이버 당국에 비상이 걸렸다.
바로 2000년대부터 전 세계 웹사이트 구축에 사용된 'PHP'라는 프로그래밍 언어에 존재하는 결함이다.
전 세계 정부와 사이버 보안 기관들은 지난 21일 이번 발견의 여파를 수습하기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보안 당국은 웹사이트 운영자들에게 새로운 긴급 패치를 설치하거나 플랫폼 운영을 일시 중단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이 취약점을 발견한 연구진이 소속된 기업 중 하나인 사이버 보안 업체 '위즈'는 AI가 지금까지 탐지한 결함 중 "가장 심각하다"고 평가했다.
이 결함 탐지에 활용된 기술을 보유한 '오픈AI'사 또한 이번 발견을 "최근 가장 영향력 있는 보안 문제 중 하나"라고 평가했다.
무슨 결함인가?
'PHP(하이퍼텍스트 전처리기)'라는 이름을 들어본 적도 없는 사람들이 많을 테지만, 우리는 매일 이 기술과 접하고 있다.
PHP는 온라인 쇼핑몰, 위키백과, 블로그 등 수많은 웹사이트에서 사용하는 콘텐츠 관리 시스템인 '워드프레스' 등 다양한 플랫폼을 구동한다.
'고릴라 사이버 시큐리티'의 폴 스페인 최고경영자(CEO)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위키피디아와 같은 웹사이트에 접속하면, PHP는 사용자가 필요로 하는 정보를 수집해 웹에서 읽을 수 있는 형태로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그런데 공격자가 인증 절차 없이 웹 서버를 장악하고 민감한 데이터를 훔칠 수 있다는 결함이 드러나면서, PHP를 기반으로 구축된 모든 시스템이 공격 위험에 노출됐다.
스페인 CEO는 AI 기술과 결합하면 이러한 공격이 더욱 쉽고 빨라질 수 있다며, 이번 사건으로 "수백만, 수천만" 개의 웹사이트가 영향받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호주 애들레이드 대학교의 사이버 보안 연구원인 질 슬레이는 해커나 국가들이 이 결함을 무기로 삼아 웹사이트에서 개인 데이터를 탈취한다면 "재앙적"인 결과가 펼쳐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어떤 웹사이트들이 영향을 받았나?
결함이 발견됐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게임 플랫폼부터 정부 포털, 온라인 포럼에 이르기까지 전 세계 여러 온라인 서비스에 차질이 발생했다.
온라인 백과사전 '위키백과'를 운영하는 단체인 '위키미디어'도 포함된다. 위키미디어 측은 예방 차원에서 여러 시스템을 중단했다.
핀란드 정부, 영국 스코틀랜드 에든버러 시의회, BBC 또한 관련 사이트와 페이지의 접속을 일시적으로 차단했으며, 네덜란드 사이버보안청도 자사 웹사이트를 일시 중단했다.
각종 지방의회와 보건위원회를 비롯해 스코틀랜드의 여러 공공기관도 웹사이트 운영을 중단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번에 결함이 발견되면서 관리가 소홀한 웹사이트나 보안 자원이 제한적인 소규모 기관의 웹사이트 등이 더 큰 위협에 노출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호주 뉴사우스웨일스 대학교에서 사이버 보안을 연구하는 살릴 칸헤레는 기술적 세부 사항이 공개되면서 향후 몇 주 동안 이러한 결함을 악용하려는 시도가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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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벌어진 일은?
PHP 플랫폼 개발자들은 지난 21일 "모든 PHP 사용자는 즉시 업데이트할 것을 강력히 권장한다"는 설명과 함께 수년 동안 소프트웨어에 숨어 있던 이 취약점을 수정하기 위한 패치를 배포했다.
전 세계 보안 당국도 나서 웹사이트 운영자들에게 안전 조치에 나서라고 재차 강조했다.
미국 국가안보국(NSA)은 PHP를 사용하는 모든 기관에 즉시 패치를 적용할 수 없는 경우 우선 시스템을 오프라인으로 전환하라고 권고했다. 이어 이 결함이 시스템 데이터베이스를 악용하는 "직접적인 경로"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또한 NSA는 "이는 미국 정부 부처 및 기관 전반에 걸쳐 즉각적인 패치 적용이 필요할 정도로 심각한 위협"이라고 강조했다.
영국 국가사이버보안센터(NCSC)도 각 기관에 "공격자가 설치한 백도어"가 있는지 확인하라며 유사한 권고를 내렸다.
유럽연합(EU), 싱가포르, 호주의 관련 기관들 역시 유사한 경보를 발령했다.
일본의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는 공개적으로 접속 가능한 웹사이트 중 PHP를 기반으로 운영되는 곳이 있는지 확인하라고 촉구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X에 "오늘 밤 모든 분들이 대응에 나서달라고 긴급히 요청한다"고 적었다.
이어 "수정 패치를 즉시 적용하기 어려울 경우, 웹사이트 운영을 일시 중단하는 등의 조처에 나서야 위험을 줄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기술 기업들도 시스템 보안을 강화하고자 바삐 움직이고 있다.
전자상거래 대기업 아마존은 PHP 취약점이 공개되기 며칠 전부터 여러 차례 공격 시도를 받았다고 밝혔다. 다만 공격자들이 이 취약점을 어떻게 파악했는지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AI는 어떻게 취약점을 찾아내나?
이 취약점은 보안 기업인 '칼리프'와 '위즈' 연구원들이 발견했다.
연구진은 인간이나 기존 시스템보다 훨씬 빠르게 코드를 분석하고 결함을 탐지 할수 있는 첨단 AI 도구를 활용했다.
칸헤레 연구원은 "현대 소프트웨어는 믿기 힘들 정도로 복잡하다"며 "일부 취약점은 수년 동안 발견되지 않은 채 남아 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번에 발견된) 버그 자체가 새로운 것은 아니었다. 달라진 것은 우리가 이를 찾아내는 능력"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번 발견에 대한 세부 내용이 이번 주 온라인에 유출되면서, PHP 플랫폼 개발자들은 보안 취약점의 존재와 그 막대한 규모에 대해 서둘러 발표해야만 했다.
오픈AI는 블로그 게시물을 통해 이번 사건이 "AI가 보안 결함을 어떻게 밝혀낼 수 있는지" 보여주는 동시에 "공격자들이 공격 수단을 개발하는 데 어떻게 도움이 될 수 있는지"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챗GPT 개발사인 오픈AI는 PHP 플랫폼이 안전한지 점검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공개했다고 밝혔다.
호주 퀸즐랜드 대학교 '사이버 연구 센터'의 라이언 코는 "이러한 결함 중 상당수는 보안보다는 기능성을 우선했던 과거 소프트웨어 개발 방식에서 비롯된다"고 설명했다.
어떻게 대응할 수 있나?
우선 당국은 웹사이트 운영자들에게 최신 버전의 PHP를 사용해 웹사이트 보안에 나서길 권고하고 있다.
스페인 CEO는 이 PHP 소프트웨어 패치는 대부분의 기술 팀에는 사소하고 일상적인 수정 사항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NSA는 향후 몇 주 동안 "경계 태세를 강화"하고, 소프트웨어 공급업체의 업데이트에 주의를 기울여달라고 당부했다. "경계를 늦추지 않고 관련된 패치를 적용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칸헤레 연구원은 책임은 주로 웹사이트 운영자에게 있지만, 사용자들 또한 비밀번호 변경 요청 등 영향을 받은 서비스에서 발표하는 보안 권고 사항에 빠르게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번 사건을 둘러싼 언론 보도를 악용하는 피싱 메시지에 대해서도 경계해야 한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