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0kg 초고도비만 김정은'…건강 관리 안 하나, 못 하나
- 이름: 김정은
- 몸무게: 140kg대 초고도비만
- 우려사항: 심혈관 질환 고위험군
한국 국가정보원이 지난 9월 30일 밝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건강 정보다.
눈길을 끄는 것은 '140kg'이라는 숫자만이 아니다. 가족력으로 알려진 '심혈관 질환 고위험군'이다.
북한이 밝힌 김일성 주석의 공식 사망(1994년 7월) 원인은 '심근경색에 심장쇼크',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사인(2011년 12월) 역시 '중증급성 심근경색에 심장성 쇼크'다.
실제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은 김정일 위원장 사망 소식을 전하며 "겹쌓인 정신육체적 과로로…야전열차 안에서 중증급성 심근경색이 발생되고 심한 심장성 쇼크가 합병됐다"고 밝혔다. 당시 사망 원인을 놓고 왈가왈부 말이 많았지만, 어쨌거나 할아버지와 아버지 등 선대가 모두 심장 문제로 세상을 떠난 셈이다.
2019년 9월 한국에 온 류현우 전 쿠웨이트 주재 북한 대사대리는 지난해 출간한 책 '김정은의 숨겨진 비밀금고'를 통해 "김 위원장에게도 가족력인 선천적 심장질환과 호흡기질환이 있다"고 밝혔다.
2023년 9월 망명한 리일규 전 쿠바 주재 북한 참사 역시 한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만나면 보통 상대방의 숨소리가 크게 들리지는 않지 않나. 그런데 (김정은은) 숨소리가 크게 들린다. 얼굴도 빨갛다. 건강한 사람으로 보기 어렵다고 느꼈다. 불 같은 성격이기도 하다"고 전했다.
두 사람 모두 북한 외교관 출신으로, 김정은 위원장과 직접 말을 주고받은 '접견자'다.
여기에 더해 국정원은 앞서 2023년 5월 "북한이 해외에서 불면증 치료제인 졸피뎀 등 최신 의약 정보를 집중 수집한 정황이 포착됐다"며 "김정은이 상당한 수면장애를 겪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전했다. 아울러 "불면증 악순환 속에 마일드세븐, 말보로와 같은 외국 담배와 고급 양주를 다량 소비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덧붙였다.
그렇다면 북한의 절대 권력자, 신(神)적 존재인 김정은의 비정상적 건강 상태를 왜 북한 당국은 두고 보는 것일까. 말을 못 하는 것일까, 아니면 말해도 듣지 않는 것일까.
체중을 폭발적으로 늘렸다?
1984년생으로 알려진 김정은 위원장이 처음부터 초고도비만이었던 것은 아니다.
지난 2009년 6월 김 위원장을 사적으로 직접 만났던 류현우 전 대사는 BBC에 "그때는 좀 날씬했다"고 말했다. 그는 책에서도 김정은에 대해 "애티 나는 얼굴에, 키높이 구두를 신어서인지 키가 172cm 정도로 보였다. 목소리는 걸걸한 쉰소리를 내는 아버지 김정일과 달리 맑고 쩌렁쩌렁했다… 그때 내가 본 김정은의 체격과 언행은 최고지도자가 된 지금의 모습과는 영 딴판이었다"고 소개했다.
곽길섭 전 국가정보원 대북분석관도 등장 초기의 김 위원장을 "굉장히 튼튼한 젊은이"로 기억했다. 그런 인물이 절대 수령의 이미지를 만드는 과정에서 체중을 폭발적으로 늘렸다는 것이 곽 전 분석관의 분석이다. 주민들에게 '김일성과 똑같이 생겼다'는 인식을 심기 위한 의도였다는 것이다.
이른바 '이미지 복제'는 북한 권력 승계의 유구한 전통이다. 김정은 위원장은 집권 초기 할아버지 김일성의 중절모와 코트 스타일, 걸음걸이와 웃음소리까지 재현하며 통치의 정통성을 확보하려 했다.
류현우 전 대사는 책에 "(직접 만난 김정은의) 머리는 '패기머리'(옆과 뒷머리를 아주 짧게 깎고 앞과 윗머리만 길게 남긴 스타일)였는데, 1945년 10월 평양 공설운동장에서 개선 연설을 하던 젊은 김일성의 모습이 떠오를 만큼 닮았다는 인상을 받았다"고 적었다.
김정은의 체중은 이후 계속 불어난 것으로 확인된다. 국정원은 지난 2024년 7월 김정은 위원장의 체중이 (당시 기준) 역대 최고 수준인 140kg안팎이고, 체질량지수(BMI)가 40 중반인 '초고도 비만'이라고 밝혔다. 또한 30대 초반부터 고혈압과 당뇨 증세가 나타난 것으로 파악됐다면서 그 원인으로는 스트레스와 흡연, 음주 등을 꼽았다.
이러한 수치는 어떻게 나오는 것일까. 곽길섭 전 분석관은 국정원이 쓸 수 있는 수단을 다 동원한다고 했다. 공개된 영상 자료는 기본이고, 주변의 건강 상태를 전해 듣는 휴민트(인적 정보)도 필수라는 것. 특히 요즘은 AI(인공지능)에 스트레스 지수와 증세, 식습관 등을 입력해 변화를 가늠해 보는 실험도 병행하는 것으로 안다고 했다. 그렇게 "체중이 140㎏에서 135㎏으로 줄었다는 식의 추정치를 맞춰보는 것"이라고 그는 부연했다.
'의사들, 김정은에게 직언해'
그렇다면 최고 영도자에 대한 건강 관리는 어떻게 이뤄질까.
류현우 전 대사는 BBC에 "김정은을 비롯한 김씨 일가와 부장급 이상 고위 간부들이 특정병원에서 6개월마다 건강검진을 받는다"고 밝혔다.
김씨 일가의 건강을 위해 수백 명의 의료진과 의료서비스를 갖춘 병원, 바로 평양 보통강구역 석암동의 봉화병원이다. 이곳 의사들의 임무는 "첫째도, 둘째도 김정은의 건강을 책임지는 일"이기 때문에 "병원장은 노동당 과학교육부 보건담당 부부장이 겸임한다"고 했다.
그는 봉화병원 의사들이 김정은의 건강을 보장하기 위해 존재하는 만큼 "2017년 포괄적 대북제재가 본격화하기 전까지는 이들이 독일과 러시아, 중국, 싱가포르 등에서 1~2년 동안 해외 병원 연수를 하곤 했다"면서 "결국 북한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는 김정은의 건강"이라고 강조했다.
북한 의사들이 김정은에게 건강과 관련해 직언을 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류 전 대사는 "감히 말을 못 하지는 않는다"고 답했다. 의사들이 직언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담배를 끊어라, 살을 빼라 이런 말은 무조건 한다"며 "끊지 못하면 어느 정도는 줄여야 한다는 식으로 조언한다"고 했다. 최고 영도자의 신체를 언급하는 것 자체가 금기여서 주치의조차 김정은에게 체중 조절을 권하지 못한다는 일각의 이야기와는 상반된 증언이다.
과거 선례도 있다. 아버지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지난 2000년대 초반 의사들이 후두에 문제가 생길 가능성을 경고하자 두 달가량 담배를 끊은 적이 있었다는 것. 그로 인해 당시 고위 간부들 역시 "강제 금연을 할 수밖에 없었다"며 "고위 간부들 역시 대다수가 골초"라고 류 전 대사는 소개했다.
아울러 "할아버지 김일성 주석의 경우 의사들의 권고로 몇 해 담배를 끊었다가 사망 직전인 1994년 7월 다시 피웠다는 이야기를 아버지에게 들었다"고 했다. 류 전 대사의 아버지는 43년간 김일성 경호를 전담한 인물로, 최종 직책은 호위사령부 제1호위국 부부장(군 계급 대좌)이다.
'스트레스에서 해방될 수 없는 자리'
관건은 주치의들의 조언이 김정은의 생활을 바꿀 수 있는가 여부다.
류 전 대사는 "북한 자체가 김 위원장의 비준 없이는 돌아가지 않는 체제"라며 "때문에 김정은은 국정 운영으로 한시도 스트레스에서 해방될 수 없다"고 짚었다.
그는 자신의 책 '김정은의 숨겨진 비밀 금고'에서도 2014년 1월 8일 김정은이 자신의 생일 30주년이 되는 날 장인(전일춘)을 포함해 황병서와 김양건, 김원홍 등 고위 간부 4명을 초청해 사우나를 즐긴 뒤 가진 저녁 식사 자리에서 "국정운영을 혼자 맡아 하자니 정말 힘에 부친다"며 "모든 걸 다 집어치우고 싶을 때도 있다…집에 들어가면 우리 주애가 막 기어 나와 내 품에 안기는데, 내가 포기하면 앞으로 저 아이의 운명은 어떻게 되겠나 싶어 온 정신을 가다듬지"라고 말했다고 소개했다.
홀로 국정을 짊어진 최고지도자의 압박감을 토로한 것으로 해석되는데 "한시도 스트레스에서 해방될 수 없다"는 언급과 맞닿아 있는 대목이다.
그는 이어 "김 위원장이 야행성이라 새벽 4~5시까지 잠을 못 자고, 또 술자리도 잦다"며 "와인을 두 병 넘게 마셔도 끄떡없고, 담배 역시 하루 두 갑 이상 피우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실제 국정원도 지난 2016년 10월 "김정은이 매주 사나흘 밤샘 술파티를 벌인다"며 "한번 마시기 시작하면 자제를 못한다"고 밝힌 바 있다.
곽 대표는 체중 감량의 어려움을 지적했다. 140kg이상 초고도비만까지 온 상태에서 다시 살을 빼기는 굉장히 어려울 것이라는 설명이다.
지난 2021~2022년 20kg가량 뺀 적이 있지만 진작에 원상 복귀한 만큼, 국정 최고 책임자로서 받는 스트레스가 식욕으로 이어지는 구조일 것이라고 그는 분석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도 "체중을 조금씩 조절하는 수준에 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당시의 감량이 현송월의 권유 덕분이라는 소문에 대해서는 선을 그었는데, 곽 대표는 "현송월 같은 측근이 정책이나 동선은 말할 수 있어도 신체 문제는 건드리지 못한다"고 평가했다.
김정은에게 그런 말을 할 수 있는 사람은 "리설주와 김여정, 딸 주애 같은 가족들 정도"일 것이라며 "문제의 심각성을 가장 잘 느끼는 사람은 바로 김 위원장 본인"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