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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의 카타르 공습은 전 세계와 중동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1일 전
도하의 이스라엘 공습 현장
Jacqueline Penney/AFPTV/AFP via Getty Images
전문가들은 이스라엘의 카타르 도하 공습은 전례 없는 일로, 외교가 힘을 잃어가고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라고 말한다

지난 9일(현지시간) 카타르 수도 도하에 머무는 하마스 지도부를 겨냥한 이스라엘의 공습에 대해 BBC가 만나본 전문가들은 중동 내 긴장이 위험한 수준으로 고조되고 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이번 공습이 가자 지구 휴전 노력과 미국과의 동맹에 대한 중동 내 기존의 암묵적인 믿음을 뒤흔들어놓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하마스 협상팀이 머물고 있는 카타르 도하 중심부의 건물을 겨냥한 이번 공습에 대해 이스라엘은 "정밀" 타격이었다고 설명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이번 공습에 대해 하루 전인 지난 8일 예루살렘에서 발생해 6명의 목숨을 앗아간 버스 총격 사건과 2023년 10월 이스라엘을 노린 하마스의 기습 공격에 대한 보복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카타르에서 이스라엘이 단행한 이 전례 없는 행동이 과연 어떠한 광범위한 결과를 가져올지는 결코 통제할 수도, 완벽하게 예측할 수도 없다고 말한다.

하마스 고위 지도자이자 최고 간부인 칼릴 알-하야
Emmanuel Dunand/AFP via Getty Images
이스라엘의 이번 공습은 칼릴 알-하야를 포함한 도하 현지 하마스 협상단을 겨냥했다

어두워진 휴전 전망

유럽연합(EU)의 싱크탱크인 '유럽외교협회(ECFR)'의 중동 전문가인 휴 로밧은 하마스 협상팀을 공격한 이번 일은 미국의 지원 하에 진행 중인 가자 지구 휴전 협상에 심각한 타격을 준다고 지적했다.

현재 카타르는 이집트, 미국과 더불어 하마스와 이스라엘 사이에서 인질 교환 및 가자 지구 내 휴전을 위한 중재자로 활동하고 있다.

로밧은 BBC와의 인터뷰에서 "휴전을 위해 협상 중인 상대 팀을 살해하는 행위는 휴전 협상에 절대 좋은 징조가 아니"라고 설명했다.

이번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가자 지구 내 하마스 지도자인 칼릴 알-하야의 아들과 그의 비서실장을 포함해 하마스 관계자 6명이 숨졌다. 하마스 최고 지도부는 살아남았다.

"간단히 말해, 이스라엘은 … 미국이 중재한 최신 종전 제안을 논의하고자 만나야 할 상대방 하마스 협상팀을 폭격한 셈입니다."

하마스 지도부는 수년간 카타르에 거점을 두고 있었으나, 이스라엘이 카타르 영토 내에서 이들을 직접 표적으로 삼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다만 로밧에 따르면 이스라엘의 이러한 행동 방식이 (중동 지역에서) 전례가 없는 것도 아니다. "이스라엘은 지난해 초에도 당시 휴전 협상의 핵심 교섭자였던 하마스 정치 지도자 이스마일 하니예를 살해했다"는 것이다.

"이는 휴전 가능성을 완전히 차단하려는 의도로 해석됩니다. 이스라엘 정부의 주장과 달리, 행동에서는 휴전 협정에 관심을 없음이 명확합니다."

이어 로밧은 이러한 행동으로 인해 하마스 내 내부 역학도 변하면서 외교를 통한 문제 해결은 앞으로 더욱더 어려워지리라 전망했다.

"이스라엘의 이러한 행동은 분명히 … (하마스 내) 온건파를 말 그대로 제거함으로써 그들을 더욱 약화시키는 동시에 이스라엘에는 외교가 아닌 폭력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외치는 강경파들의 주장을 강화하는 일입니다."

이스라엘은 이전에도 레바논과 시리아 내 하마스 지도자들을 표적으로 삼은 바 있다.

공습 지점
BBC

가자 지구를 넘어선 영향

전문가들은 이번 공습의 영향이 가자 지구를 넘어 더 광범위하리라 본다.

미국의 가까운 동맹이자 이스라엘-하마스 사이에서 거의 2년간 중재자 역할을 해온 카타르에 대한 이스라엘의 공습은 새로운 선례를 남기는 사건이라는 설명이다.

로밧은 "이스라엘이 아랍 국가의 수도를 폭격한 게 이번은 처음이 아니나, 미국의 주요 동맹국의 수도를 폭격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했다.

"그리고 카타르는 (이란의) 테헤란도, (레바논의) 베이루트도 아닙니다. 미국의 주요 공군 기지가 자리한 곳으로 … 서방에도 막대한 투자를 하는 국가입니다."

한편 이스라엘 공습 후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이스라엘이 이번 공격에 대해 트럼프 행정부에 알렸다고 설명했으나, 사전에 알린 것인지, 아니면 공습 직후나 진행 중에 알렸는지는 여전히 불분명하다.

레빗 대변인은 또한 이스라엘의 도하 공습은 "이스라엘이나 미국의 목표를 진전시키지 않는다"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전하면서도 트럼프 대통령은 하마스 제거가 "가치 있는 목표"로 믿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런던 소재 싱크탱크 '왕립 국제 문제 연구소(채텀하우스)'의 중동 및 북아프리카 프로그램 책임자인 사남 바킬 박사는 이번 공습이 카타르의 안보를 훼손할 뿐만 아니라 중동 지역 동맹의 취약성을 드러냈다고 지적했다.

바킬 박사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미국 정부가 (도하 내) 하마스 지도부를 겨냥한 타격을 지지했을 가능성은 카타르와의 양자 관계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면서 "카타르가 미국과의 관계를 당장 단절하지는 않겠지만 (현재와 같은) 상황에서 자신들이 취약하다고 느끼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동맹국 간에는 서로를 공격하지 않거나, 동맹국에 대한 (다른 세력의) 공격을 승인하지 않는다는 가정이 존재"했는데, 이번 공격이 동맹에 대한 이 오랜 암묵적인 믿음을 깨뜨렸다고 지적했다.

"미국이 다른 국가의 카타르 주권 침해를 지지했다는 사실은 … 카타르 자체뿐만 아니라 중동 지역 전체에 파급 효과를 미칠 것입니다."

영국 '왕립연합서비스연구소(RUSI)'의 H A 헬리어 박사도 이번 공격으로 인해 카타르 및 중동 내 국가들은 "이스라엘이 이처럼 별다른 처벌 없이 행동할 수 있다면 미국의 안보 보장이 진정 어떤 가치를 지니는지 의문을 품게 될 것"이라며 이에 동의했다.

지난 8일 예루살렘에서 발생한 총격 사건 현장을 방문한 네타냐후 총리
Menahem Kahana/AFP via Getty Images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는 지난 8일 예루살렘에서 발생한 버스 총격 사건에 대한 보복 또한 이번 도하 공습의 부분적인 이유라고 설명했다

또한 바킬 박사는 카타르가 이스라엘-하마스 간 분쟁에서 중재자 역할을 맡고 있고, 알-우데이드 공군 기지도 제공하나, 미국에 대한 카타르의 영향력은 제한적임을 지적했다.

"카타르는 안보 측면에서 여전히 미국에 매우 의존하고 있습니다 … 이로 인해 카타르는 더욱더 인질과 같은 상태로 내몰리고, 그 영향력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지난 수십 년간 카타르 내 하마스 인사를 이스라엘이 타격하지 않은 이유는 카타르가 제공하는 외교적 공간을 유지하기 위해서였던 것으로 풀이되었다.

그러나 바킬 박사는 이스라엘이 이제 그러한 접근법을 대신 군사적, 정치적 기회를 추구하는 길을 선택했다고 평가했다.

"(이스라엘의) 정보적, 군사적 역량은 이미 갖춰져 있습니다. 그리고 하마스를 뿌리 뽑고 중동 전역에서 (최대한) 이란이 지원하는 단체들을 제거한다는 목적을 위해서라면 … 정치적으로도 지금이 실행에 옮길 핵심적인 시점으로 보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스라엘의 이번 카타르 공습을 승인했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아직 논란의 여지가 있으나, 바킬 박사는 백악관 대변인이 브리핑 중 인용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통해 그가 이번 공습을 외교적 실패가 아닌 자신의 광범위한 전략의 일부로 보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바킬 박사는 "협상은 단순히 협상 테이블에서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라며 "협상장으로 상대를 불러내거나 그들의 입장을 바꾸기 위해 취하는 행동 그 자체도 협상의 일부다. 분명한 점은 미국 대통령은 자국의 이익을 위해 영향력을 발휘하고자 다양한 방식을 활용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지역적 영향

바킬 박사와 로밧 모두 이번 공습이 중동 지역에 심대한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로밧은 "아랍 국가들은 이스라엘이 점점 극단적으로 공격해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미국이나 유럽의 제약 없이 … 점점 더 불안하게 방식으로 행동하고 있다는 점에 크게 우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바킬 박사는 "우리는 새로운 세계, 새로운 지형, 새로운 규칙 속에 살고 있다"면서 "이전에 우리가 알던 가정과 전제는 무너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두 전문가 모두 이러한 불안감으로 인해 역내 국가들이 군사 역량 강화에 나설 것으로 전망했다.

로밧은 "이는 그들이 곧장 이스라엘을 공격할 것이라는 건 아니지만 … 스스로를 방어할 능력 정도는 갖추려고 한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궁극적으로 이번에 벌어진 극적인 사건으로 인한 여파가 광범위할 것이라는 의미다.

로밧은 "현재 벌어지고 있는 사태의 가장 큰 피해자는 이스라엘인이나 팔레스타인인, 혹은 중동 지역뿐만이 아니라, 결국 서방 세계의 신뢰도일 것"이라고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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