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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청 78년 만에 폐지...남아있는 과제는?

1일 전
한국 검찰청 외관
News1

한국 정부가 검찰청을 공식 폐지하고, 기소와 수사 기능을 분리할 예정이다.

정부와 더불어민주당, 대통령실은 7일 고위당정협의회에서 검찰청을 폐지하고 수사와 기소를 각각 담당할 두 개의 신설 기관인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과 공소청을 설치하기로 합의했다.

기존 검찰의 수사권은 행정안전부 산하 신설 기관인 중수청으로, 기소권은 법무부 산하의 공소청으로 각각 이관되면서 수사와 기소 기능이 분리된다.

한정애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7일 "검찰의 견제받지 않은 권한의 남용과 공정성 훼손에 대해 지속적인 우려가 있었다. 특히 선택적 수사, 기소 편의주의 등은 국민 불신의 주된 원인으로 작용했다"며 검찰청 폐지 배경을 설명했다.

오는 25일 국회 본회의에서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1948년 출범한 검찰청은 78년 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질 전망이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8일 "검찰개혁이 성공한다면 이재명 대통령의 강력한 검찰개혁 의지와 정치적 결단 덕분"이라며 "이달 말 검찰개혁을 포함한 정부조직법을 반드시 본회의에서 처리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지난 3일 이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검찰개혁은 매우 중요한 현실적 과제"라며 "동일한 주체가 수사권과 기소권을 동시에 가지면 안 된다"고 강조한 바 있다. 권력 집중을 해소하고, 제도적 견제 장치를 통해 수사와 기소의 공정성을 높이겠다는 의지를 보여왔다.

구체적인 검찰 개혁 방안은 국무총리실 산하에 설치되는 '범정부 검찰개혁 추진단'을 통해 당정대(여당·정부·대통령실) 간 협의를 거쳐 마련하기로 했다. 공소청과 중수청은 법률 공포 후 1년 뒤 정식 출범한다.

검찰 개혁과 관련해 남아있는 쟁점 및 논란, 검찰청 폐지 이후 검사들의 거취 등 관련 궁금증을 정리했다.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과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이 7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제3차 고위당정협의회 결과 브리핑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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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정애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7일 "그동안 검찰의 견제받지 않은 권한의 남용과 공정성 훼손에 대해 지속적인 우려가 있었다. 특히 선택적 수사, 기소, 편의주의 등은 국민 불신의 주된 원인으로 작용했다"고 말했다.

검찰 개혁, 어떤 방식으로 이뤄지나?

지금껏 검찰은 수사와 기소 두 가지 역할을 동시에 맡아왔다. 일부 직접 수사를 진행하거나 경찰이 수사한 사건을 넘겨받아 법을 적용해 기소 여부를 판단하고, 기소한 사건에 대해 법정에서 유죄를 입증하는 역할까지 전담했다.

그러나 수사와 기소 권한이 한 기관에 집중되면서 권력 남용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정치적 사건에서 특정 이해관계를 위해 선택적으로 수사하거나, 수사 편의를 위해 영장을 남발한다는 비판도 이어졌다. 최근 김건희 여사의 주가조작 의혹 수사에서 검찰의 불기소 처분이 '봐주기' 논란을 일으킨 반면, 이후 특검이 기소 결정을 내리면서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에 대한 불신이 불거졌다.

검찰개혁 시도는 역대 정부마다 반복돼 왔지만 성과는 제한적이었다. 과거 문재인 정부는 검찰의 직접 수사 범위를 축소하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 등 큰 틀의 제도 변화를 시도한 바 있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는 출범 직후 '검수원복' 시행령을 통해 검찰의 직접수사 범위를 대폭 확대하며, 문재인 정부의 검찰개혁을 사실상 되돌렸다.

이번 이재명 정부는 '권한 분리'를 중심에 둔 새로운 방식의 검찰개혁을 추진 중이다.

개편안에 따르면 기소 기능은 법무부 산하 '공소청'이, 수사 기능은 행정안전부 산하 '중수청'이 전담한다. 공소청은 공소 제기와 유지, 영장 청구를 담당하고, 중수청은 부패·대형 참사·내란·마약 등 9대 주요 범죄 수사에 집중한다.

이로써 앞으로 검찰은 경찰 등 1차 수사기관에서 송치된 사건에 대한 기소 여부를 판단하고, 기소한 사건에 대한 공소 유지만 맡게 될 전망이다.

남아있는 쟁점은?

검찰이 수사권을 잃게 되면서 향후 경찰 수사 결과에 대해 검찰이 '보완 수사'를 할 수 있는 권한을 유지할지 여부가 쟁점으로 남아 있다.

보완 수사권이란 검사가 경찰 등 1차 수사기관의 수사 결과를 검토한 뒤 미진하거나 오류가 있다고 판단될 경우, 직접 보완 수사를 하는 권한을 말한다.

현재 더불어민주당 내부에서도 보완 수사권 유지와 폐지를 두고 입장이 엇갈리고 있다.

법조계 일각에선 검찰이 기소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일정 수준의 보완 수사 권한은 유지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차장검사 출신 김종민 변호사는 지난 4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관련 공청회에서 "수사는 기소를 위한 준비 절차로 수사권과 기소권은 본질적으로 분리될 수 없다"며 "검찰의 직접 수사 기능을 폐지하고 사법경찰을 지휘해 수사하는 방식으로 개혁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고 했다.

그러나 임지봉 서강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검사가 직접 보완 수사를 하게 하면 검찰개혁은 실패한다"고 강조했다.

임 교수는 "말이 보완 수사권이지, 검사가 검찰 내 수사 인력을 가지고 수사하는 것"이라며 "그럼 여전히 검사가 수사권을 가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렇게 된다면 "검사의 보완 수사권이 남용될 것이며 검사에게 수사권을 박탈한 의미가 사라진다"고 지적했다.

다만 그는 경찰 수사의 견제를 위해 "검사의 '보완 수사 요구권'은 있어야 된다"고 말했다. 경찰의 수사가 잘못돼 있는 경우, 보완수사를 하라고 요구는 할 수 있어야 경찰의 수사권 남용을 막을 수 있을 것이란 설명이다.

'몸집 커진' 행정안전부 괜찮을까?

검찰의 수사 기능 일부를 넘겨받게 될 중수청이 행안부 소속으로 정해지면서 경찰청과 국가수사본부에 이은 세 번째 수사 기관이 행안부 산하에 들어오게 됐다. 이에 따라 일각에선 행안부가 막강한 수사 권력을 갖게 됐다는 권한 집중 우려가 제기된다.

법률적으로 수사 지휘 권한도 없는 행안부 장관이 1차 수사 기관 주요 인사권을 다 갖게 될 경우, 수사가 정치적 도구로 변질될 위험이 있다는 우려다.

그러나 이에 대해 법무법인 이공 양홍석 변호사는 단순한 '몸집 비대화'보다는 오히려 '대통령실과의 직거래 구조'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양 변호사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행안부 산하에 경찰청이 있다고 해서 행안부가 경찰을 직접 통제하진 못한다. 제도적으로 경찰은 사실상 독립기관으로 운영되고 있다"며 "중수청 역시 행안부에 둔다고 해도 실제 관여는 어렵고, 결국 대통령실과 직접 소통하는 구조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양 변호사는 "기존에도 경찰이 대통령실과 직접 소통하는 구조였기 때문에 정치적 중립성 논란이 있었다"며 "여기에 특수수사를 전담하는 또 하나의 기관이 추가되는 셈이라면, 정치적 외압 가능성은 오히려 더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검찰청 폐지, '위헌'인가?

검찰청 폐지를 두고 헌법 위반 여부를 둘러싼 논란도 계속되고 있다.

지난 4일 법사위 검찰 개혁 공청회에서 차진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검찰청은 헌법상 기관이며, 헌법 하위의 법률로써 이 명칭을 바꾸는 것은 위헌"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추미애 법사위원장은 "검찰총장은 행정기관의 장이지 헌법기관이 아니다"라며 "얼마든지 법률로써 명칭 변경이 가능하다"라고 반박했다.

BBC가 만난 두 명의 법률 전문가들도 검찰청 폐지는 헌법 위배가 아니라는 점에 동의했다.

양 변호사는 "공소청이 기존 검찰청의 기능을 승계하고, 공소청장이 검찰총장을 대신한다면 위헌이라고 보긴 어렵다"고 밝혔다.

임 교수 또한 검찰청 폐지는 헌법 위배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헌법상 기관이라면 헌법에 그 기관의 구성, 조직, 권한 등이 구체적으로 규정돼 있어야 한다"며 "검사나 검찰총장은 단지 영장 청구권과 같은 일부 권한이 언급돼 있을 뿐이며, 검찰청 자체는 헌법에 명시돼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검찰청의 조직과 권한은 모두 검찰청법이나 형사소송법 등 법률에 의해 규정되어 있기 때문에 이를 폐지하거나 명칭을 바꾸는 것도 헌법이 아니라 법률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라고 덧붙였다.

검사들은 어떻게 되나?

검찰청 폐지 이후 검사들의 거취도 주목된다.

대부분의 검사들은 공소청으로 자리를 옮기게 되지만, 일부는 중수청으로 이동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검찰총장은 공소청장으로 보임될 예정이다.

양 변호사는 "법적으로 정부가 일방적으로 검사들의 소속을 바꿀 수는 없다. 본인의 동의 없이는 중수청으로 전환 배치할 수 없다"며 "검사들은 대체로 공소청에 남을 가능성이 크고, 수사관들 중에서는 직급이 유사하게 보장된다면 중수청으로 옮기는 사례도 적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특히 직급 체계 문제를 지적했다. "검사들은 현재 3급 상당 대우를 받는데, 이는 경찰로 치면 경무관급 수준"이라며 "중수청에서 이 정도 급을 맞춰줄 자리를 만들지 않으면 검사들이 대거 이동하는 것은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공소청 출범 이후 검사 자격 요건과 선발 방식에 변화가 있을지도 관심이다.

임지봉 교수는 "수사권이 분리되더라도 기소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수사 과정에 대한 이해가 필수적"이라며 "결국 기존과 유사한 자격과 교육 과정을 유지하는 방향이 유력해 보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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