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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레니얼 세대 첫 가톨릭 성인 카를로 아쿠티스는 누구인가?

1일 전

런던에서 태어나 15세의 나이에 요절한 소년이 최초의 밀레니얼 세대 성인으로 추대되었다. 지난 7일(현지시간) 레오 14세 교황은 카를로 아쿠티스의 시성식을 집전했다.

생전 아쿠티스는 가톨릭 교리를 전파하기 위한 이른바 '기적'의 사례를 기록한 웹사이트를 제작하며 '신의 인플루언서'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그의 시성식은 원래 4월 말 치러질 예정이었으나, 프란치스코 교황의 서거로 연기되었다.

밀랍으로 보존된 아쿠티스의 시신을 보고자 이탈리아 아씨시 언덕 마을에는 100만 명이 넘는 순례객이 다녀간 것으로 추정된다.

아쿠티스와 관련된 또 다른 순례지는 런던 첼시 소재 '고통의 성모 마리아 성당'이다. 성인으로 추대될 예정이라는 발표 이후 이 성당을 찾는 방문객 수가 증가했다.

성당 뒤편에 자리한 세례대에서 1991년 아쿠티스는 유년 시절 세례를 받았다. 측면에 있는 오래된 고해소는 그를 위한 성지로 바뀌었으며, 그 안에는 아쿠티스의 머리카락 한 올이 보관된 성유물이 놓여 있다.

이 성당의 폴 애디슨 신부는 "그의 가족은 금융계에 종사하며 런던에는 정말 잠시 머물렀다"고 설명했다.

"비록 성당에 자주 오진 않았으나, 이곳에 와서 아이의 세례를 부탁했다"는 애디슨 신부는 "그렇기에 아쿠티스는 이 교구 공동체 삶에 큰 빛과 같은 아이였다"고 덧붙였다.

아쿠티스의 사진을 배경으로 검은 망토를 입은 수사가 세례대 뚜껑을 들고 서 있는 모습
BBC
폴 애디슨 신부가 1991년 아쿠티스가 세례를 받았던 세례대를 보여주고 있다

아쿠티스는 생후 6개월이 되기 전 부모님과 함께 이들의 고국인 이탈리아로 돌아와 평생 밀라노에서 살았다.

아쿠티스는 기술에 대한 열정으로 잘 알려져 있으며, 비디오 게임을 즐겼다고 전해진다.

아쿠티스를 알던 일부 사람들은 그가 특별히 독실하지는 않았던 것으로 기억하나, 10대 시절 그는 기적을 기록한 웹사이트를 만들었다. 해당 웹사이트 페이지 일부는 액자에 담겨 첼시 소재 해당 성당에 전시되어 있다.

기둥과 의자가 줄지어 있는 복도
BBC
아쿠티스가 생전 만든 웹사이트 페이지 일부는 액자에 담겨 런던 첼시 소재 '고통의 성모 마리아 성당'에서 전시되고 있다

한편 그는 백혈병으로 불과 15세의 나이에 세상을 떠났다.

아쿠티스가 세상을 떠난 이후 몇 년간 그의 어머니 안토니아 살자노는 아들의 시성을 위해 전 세계 성당을 찾아다녔다.

성인 추대 절차의 일환으로 살자노는 아들이 '기적'을 행했음을 증명해야 했다.

살자노는 "첫 번째 기적은 장례식 당일에 일어났다"고 말했다. "유방암을 앓던 한 여성이 아들을 위해 기도했는데, 이후 화학요법을 시작하자 암이 완전히 사라졌다"는 것이다.

갈색 안경에 갈색 코트, 주황색 스카프를 두른 여성
BBC
안토니아 살자노는 아들이 성인으로 추대될 수 있도록 수년간 힘써왔다

생전 프란치스코 교황은 아쿠티스가 행한 기적 2건을 인정했으며, 이에 지난 4월 27일 시성식을 거행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그 직전 주에 교황이 선종했다.

당시 시성식을 위해 로마를 찾았던 일부 신자들은 대신 수만 명의 조문객과 함께 프란치스코 교황에 장례식을 보게 되었다. 런던 출신의 청년 가톨릭 신자인 디에고 사르키시안도 그중 하나다.

아쿠티스와 유대감을 느낀다는 그는 시성식이 거행되어 기쁘다고 했다.

"아쿠티스는 낡은 닌텐도 콘솔로 슈퍼 마리오 비디오 게임을 즐기곤 했다. 나도 비디오 게임을 좋아한다"는 그는 "성인이 나와 같은 일을 즐겼고, 청바지를 입었다는 사실은 과거의 성인들보다 훨씬 더 가깝게 느껴진다"고 덧붙였다.

성인으로 추대되기까지 수십 년에서 수 세기까지 걸리기도 하지만, 청년들의 신앙심을 고취하고 영감을 주고자 바티칸 측이 아쿠티스의 시성을 신속히 진행한 것으로도 해석된다.

가톨릭교회는 7일 열린 시성식에서 이러한 효과를 거두길 기대하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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