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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에 생명체 흔적? '표범 무늬' 암석에서 발견된 증거들

2025.09.11
화성 표면을 확대한 이미지
NASA/JPL
예제로 충돌구의 이 바위는 마치 표범의 얼룩 같은 특이한 무늬로 덮여 있다

화성에서 채취한 특이한 암석에 지금까지 확인된 것 중 과거 생명체의 흔적인 듯한 가장 매력적인 증거가 발견되었다.

미 항공우주국(NASA)의 화성 탐사차 '퍼서비어런스'호가 먼지로 뒤덮인 화성 표면의 강바닥에서 발견한 이 이암에는 '표범 무늬', '양귀비 씨앗'이라는 별명이 붙은 흥미로운 자국들이 가득했다.

과학자들은 이러한 자국에서 고대 화성 미생물과 관련 있는 화학 반응으로 형성된 미네랄(광물)이 발견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물론 자연스러운 지질학적 과정으로 생긴 광물일 수도 있으나, 이번 발견은 NASA가 '잠재적 생명체 흔적'이라 정의하는 기준에 부합할 만큼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화성 예제로 충돌구 내 암석 발견 지점
BBC

이 흔적이 생물학적 과정으로 형성된 것인지, 혹은 순전히 자연적으로 생긴 것인지 확인하기 위해서는 아직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

한편 이번 연구 결과를 담은 '네이처'지 논문의 저자 중 하나이자, 임페리얼 칼리지 런던에서 행성을 연구하는 산지브 굽타 교수는 "이런 건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그렇기에 매우 중요한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굽타 교수는 "우리는 이 암석에서, 만약 지구에서 발견된 암석이었을 경우 생물학적 과정, 즉 미생물의 활동으로 설명했을 흔적들을 발견했습니다. 즉, 우리가 생명체를 발견했다는 건 아니지만, 분명히 더 연구해 볼 만한 단서를 찾은 것은 사실입니다."

‘표범 무늬’와 ‘양귀비 씨앗’이라는 별명이 붙은 암석 위 자국
BBC

이 무늬가 실제로 미생물에 의해 형성된 것인지 제대로 확인할 유일한 방법은 암석을 지구로 가져와 분석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NASA와 유럽우주국(ESA)은 화성에서 채취한 표본을 지구로 가져오겠다는 계획을 제시했으나, 미래는 매우 불투명하다. 트럼프 대통령 행정부의 2026년 예산안에서 NASA의 예산은 크게 삭감된 상태로, 표본 회수는 전면 취소될 위기에 처한 프로젝트 중 하나다.

오늘날의 화성은 차갑고 건조한 사막이다.

그러나 수십억 년 전 화성에는 두꺼운 대기와 물이 존재했다는 증거가 있다. 그래서 과거 생명체의 흔적을 찾을 수 있는 유망한 장소로 여겨진다.

생명의 흔적을 찾기 위해 퍼서비어런스호는 우주로 향했고, 2021년 화성 표면에 착륙했다. 지난 4년간 퍼서비어런스호는 한때는 강이 흘러들어 형성된 고대 호수였던 '예제로 충돌구' 지역을 탐사해왔다.

그리고 지난해, 퍼서비어런스호는 '브라이트 엔젤'이라 불리는 지역의 강이 깎아낸 협곡 바닥에서 표범 얼룩을 닮은 무늬가 새겨진 암석을 발견했다.

이 암석의 나이는 약 35억 년으로, 점토처럼 미세한 입자가 쌓여 굳어진 퇴적암인 '이암'에 해당한다.

퍼서비어런스 탐사 임무를 맡은 과학자이자, 이번 논문의 주 저자인 조엘 후로비츠 뉴욕 스토니브룩 대학 부교수는 "우리는 이 암석에서 흥미로운 화학 반응이 일어났음을 거의 즉시 알아차렸기에 정말 흥분했다"고 했다.

화성의 ‘브라이트 엔젤’ 지형과 ‘퍼서비어런스’호
NASA/JPL
NASA의 '퍼서비어런스'호가 '브라이트 엔젤' 지형에서 촬영한 셀카 사진

퍼서비어런스호는 탐사선에 실린 여러 실험 기기를 이용해 채취한 암석의 광물을 분석했다. 이 데이터는 지구로 전송되어 과학자들의 검토를 거쳤다.

후로비츠 교수는 "우리는 호수 바닥에 쌓인 진흙 속에서 일련의 화학 반응이 일어났음을 보여주는 증거를 발견했다고 생각한다"면서 "이 화학 반응은 진흙 자체와 유기물 사이에서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이 두 성분이 반응하여 새로운 광물을 형성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지구의 유사 조건에서는 광물을 생성하는 화학 반응은 일반적으로 미생물에 의해 촉진된다.

후로비츠 교수는 "(미생물의 활동은) 이 화성 암석에 이러한 무늬가 생겨난 이유를 설명할 가능성 있는 가설 중 하나"라면서 "지금까지 우리가 발견한 가장 설득력 있는 잠재적 생명체 흔적 신호처럼 보인다"고 했다.

한편 과학자들은 미생물 외에 과정으로도 이러한 광물이 생성될 수 있는 가능성에 대해 검토했고, 그 결과 자연적인 지질학적 과정으로도 이러한 화학적 반응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결론을 도출했다.

하지만 이러한 과정이 일어나기 위해서는 높은 온도가 필요한데, 해당 암석에는 고온에 노출된 흔적은 없었다.

후로비츠 박사는 "비생물학적 설명에는 몇 가지 한계가 있지만, 그렇다고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고 했다.

주황색 배경에 흰색, 회색, 검은색 점들이 흩어진 암석 단면
NASA/JPL
'퍼서비어런스'호는 흥미로운 암석 표본을 채취했다

현재 퍼서비어런스호는 브라이트 엔젤 지형에서 발견된 암석 등 여러 표본을 채취하고 있다. 이후 이 표본은 용기에 담긴 채 미래의 회수 임무를 기다리며 화성 표면에 남겨질 예정이다.

NASA의 회수 계획은 예산 삭감 위협으로 인해 불투명한 상황인 가운데, 중국 역시 2028년 발사를 목표로 표본 회수 임무를 추진 중이다.

이에 대한 논의가 이어지는 가운데 과학자들은 직접 장갑을 끼고 이 암석을 연구할 수 있길 간절히 바라고 있다.

굽타 교수는 "이 표본을 반드시 지구로 가져와 연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생명체로 인한 흔적이라고) 확실히 결론을 내리기 위해 대부분의 과학자들이 직접 이 암석을 보고 분석하고 싶어할 것입니다. 우리가 반드시 회수해야 할 1순위 표본입니다."

물이 가득 찬 예제로 충돌구 상상도
NASA/JPL
예제로 충돌구가 과거 어떤 모습이었을지 보여주는 상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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