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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어인디아 추락 사고 유일한 생존자, '세상에서 가장 운 좋은 사람이지만 고통에 몸부림칩니다'

7시간 전

승객과 승무원 241명의 목숨을 앗아간 에어인디아 여객기 추락 사고에서 유일하게 살아남은 단 한 사람이 있다. 그는 자신이 "세상에서 가장 운이 좋은 사람"처럼 느껴진다면서도 여전히 신체적, 정치적 고통 속에 살아가고 있다고 털어놓았다.

승객이었던 비슈와슈쿠마르 라메시(39)는 올해 6월 인도 서부 구자라트주 아메다바드에서 런던으로 향하던 비행기가 이륙 직후 추락했으나, 현장에서 기적적으로 걸어 나오며 전 세계를 놀라게 했다.

라메시는 자신의 생존은 "기적"이라면서도 불과 몇 좌석 떨어진 곳에 앉아 있던 남동생 아자이를 잃었기에 모든 걸 상실한 기분이라고 털어놓았다.

그는 영국 레스터의 집으로 돌아오긴 하였으나,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로 고통받고 있다. 측근들은 라메시가 아내와 4살 난 아들에게조차 말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보잉 787 항공기는 아메다바드에서 이륙 직후 추락하여 화염에 휩싸였다.

당시 겉보기에는 가벼운 외상만 입은 모습의 라메시 짙은 연기에 뒤덮인 사고 현장에서 걸어 나오는 모습을 담은 충격적인 영상이 공개되기도 했다.

구자라트어가 모국어인 라메시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나는 유일한 생존자이다. 하지만 아직도 믿을 수 없다. 기적"이라며 감정을 억누르지 못했다.

"저는 이 사고로 남동생을 잃었습니다. 동생은 제 버팀목이었습니다. 지난 몇 년간 늘 절 지지해주었죠."

이 끔찍한 사건은 그의 가족에게 깊은 상처를 남겼다.

라메시는 "이제 나는 혼자다. 방에 혼자 있을 뿐, 아내나 아들과도 대화하지 않는다"면서 "나는 그저 집에 혼자 있고 싶다"고 했다.

사고 이후 라메시는 인도의 한 병원에 입원한 상태로 어떻게 안전벨트를 풀고 좌석과 잔해에서 스스로 기어 나왔는지 증언한 바 있다. 입원 중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도 방문했다.

사망한 승객과 승무원 중 169명은 인도 국적자였고 52명은 영국인이었다. 비행기 추락한 지점 인근에 있던 지상의 19명도 목숨을 잃었다.

'인도 항공기 사고 조사국'이 7월에 발표한 사고 초기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이륙 직후 발생한 엔진 연료 공급 차단이 주요 원인이었다.

현재 추가 조사가 진행 중인 가운데 에어인디아 측은 유가족 및 라메시에 대한 지원은 "여전히 우리의 최우선 과제"라고 설명했다.

라메시가 영국으로 돌아온 이후 언론 앞에 선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여러 언론사가 초청되었으며, 다큐멘터리 제작팀도 참석하여 현장을 촬영했다. BBC는 인터뷰 전 그의 측근들과 건강 상태 등에 대해 상세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추락 사고 당일 기억에 대해 묻자 라메시는 "지금은 그에 대해서는 말할 수 없다"고 했다.

'저는 고통받고 있습니다'

레스터 지역 공동체 지도자인 산지브 파텔과 가족 대변인인 래드 시거도 참석한 인터뷰 자리에서 라메시는 사고 당시의 기억을 떠올리기엔 너무 고통스럽다고 호소하며 눈시울을 붉혔다. 인터뷰는 레스터 소재 파텔의 자택에서 진행되었다.

라메시는 자신과 가족들이 현재 겪고 있는 고통에 대해 호소했다.

"제게 이번 사고는 … 너무 힘든 일입니다."

"신체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힘들고, 또 제 가족들도 정신적으로 … 특히 어머니는 지난 4개월간 매일 문밖에 앉아 계시며 아무 말도 하지 않으십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십니다."

"저도 사람들과 이야기하지 않습니다. 사람들과 대화하고 싶지 않습니다."

"말할 수 있는 것도 많지 않습니다. 밤새도록 생각에 잠기고, 정신적으로 고통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우리 가족에게는 하루하루가 고통스럽습니다."

한편 이번 사고로 라메시는 신체적으로도 부상을 입었다. 앉아 있던 11A 좌석에서 기체에 생긴 구멍을 통해 탈출할 당시 난 상처다.

에어인디아 보잉 787-8 기종의 좌석 배치도
BBC
에어인디아 보잉 787-8 기종 좌석 배치도 중 11A 좌석

다리, 어깨, 무릎, 등에 통증이 있는 그는 참사 이후 일하거나 운전할 수도 없다면서 "제대로 걷지도 못한다. 아주 천천히 걷는다. 아내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산지브 파텔
BBC
영국 레스터 지역 공동체 지도자인 산지브 파텔은 라메시의 가족을 지원하고 있다고 했다

측근들에 따르면 라메시는 인도의 병원에 입원해 있는 동안 PTSD 진단을 받았으나, 영국으로 귀국한 뒤 그 어떠한 의료적 치료도 받지 못했다.

이들은 라메시가 여전히 혼란스럽고 망가진 상태이며, 회복 여정이 매우 길 것으로 전망한다고 했다. 이어 에어인디아 측이 사고 이후 그를 제대로 보살피지 못한다면서 경영진과 만나보고 싶다고 요구했다.

파텔은 "(라메시의 가족들은)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경제적으로 위기에 처해있다"고 강조했다.

"사고로 이 가족은 완전히 망가졌습니다."

"최고 책임자가 누구든 간에 직접 이 비극적 사건의 피해자들을 만나고, 필요를 이해하며, 그들의 목소리를 들어야 합니다."

'바로잡을 책임'

에어인디아 측은 라메시에게 2만1500파운드(약 4000만원)의 임시 보상금을 제시했으며, 그는 이를 수락했다.

그러나 주변에선 당장의 생계비도 충족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라메시가 사고 전 남동생과 함께 인도 디우에서 운영하던 가족 어업 사업은 현재 완전히 무너진 상태다.

가족의 대변인인 시거는 에어인디아 측에 3차례 면담을 요청했으나 모두 "무시되거나 거절당했다"면서 이번 공개 언론 인터뷰는 4번째로 면담을 요청하는 방식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오늘 우리가 이 자리에 앉아 (라메시를) 이런 고통 속에 내몰아야 한다는 사실이 참담하다"고 덧붙였다.

"오늘 이 자리에 앉아야 할 사람들은 에어인디아 경영진, 즉 상황을 바로잡을 책임이 있는 이들입니다."

"부디 우리와 마주 앉아 이 고통을 조금이라도 덜어낼 방법을 모색해주십시오."

한편 해당 항공사는 모기업인 타타 그룹의 고위 관계자들은 가족들을 직접 만나 깊은 애도의 뜻을 전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라메시 측에도 이러한 면담을 요청하였으며, 앞으로도 계속 연락을 취하며 긍정적인 답변을 받길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에어인디아 측은 BBC에 이번 언론 인터뷰가 이루어지기 이전에 면담을 요청하였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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