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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대사관 직원 2명, '팔레스타인 해방' 외치는 남성에 의해 살해당해

2025.05.22
사건 현장에 출동한 경찰차와 구급차
CBS

21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시내의 유대인 박물관 근처에서 주미 이스라엘 대사관 직원 2명이 총격으로 숨졌다. 현지 경찰은 총격 직후 용의자가 '팔레스타인 해방, 해방'이라고 외쳤다고 밝혔다.

숨진 대사관의 남녀 직원은 연인 사이로, DC 경찰에 따르면 '수도 유대인 박물관'에서 열린 행사에 참석한 뒤 빠져나오던 중 총격을 받았으며, 이는 표적 공격으로 보인다고 한다.

총격은 유명 관광지, 박물관은 물론 미 연방수사국(FBI) 워싱턴 사무소 등의 정부 건물 등이 밀집된 지역에서 오후 9시 5분경 발생했다.

패멀라 스미스 워싱턴DC 경찰청장은 현재 당국이 체포한 상태인 용의자는 총격을 가한 뒤 박물관 안으로 들어가다 보안 요원들에 의해 저지당했다고 설명했다.

용의자의 신원은 시카고 출신의 30세 남성 엘리아스 로드리게스로 알려졌다.

스미스 청장은 로드리게스는 희생자 2명을 포함해 모여있던 4명을 향해 총격을 가하기 전 박물관 밖을 돌아다니는 모습이 목격되었다고 밝혔다. 아울러 경찰은 용의자와 "이전에는 어떠한 접촉도 없었다"고 한다.

"그의 과거 이력에서도 우리의 감시망에 오를 만한 어떤 것도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한편 예히엘 레이터 주미 이스라엘 대사는 숨진 직원들은 약혼을 계획 중인 연인이었다고 밝혔다. 레이터 대사에 따르면 남성 피해자는 이번 주 반지를 구매해 예루살렘 여행 중 프로포즈를 할 계획이었다고 한다. 피해자들의 이름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용의자를 목격한 케이티 칼리셔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총소리를 듣고 나서 매우 불안한 모습의 남자가 들어왔다. 우리는 그 남자에게 도움이 필요한 줄 알았다"고 했다.

한편 당시 박물관에서 열린 행사의 주최 측인 '미국 유대인 위원회(AJC)'의 이사회 일원인 조조 칼린은 총격 현장을 목격하지는 않았으나, "무척 죄책감을 느낀다"고 밝혔다.

"이 일로 인해 인간성을 잃거나 물러서지는 않을 것"이라는 칼린은 "이스라엘인과 팔레스타인인 모두 자결권을 여전히 누릴 자격이 있으며, 우리가 (행사장에서) 논의하고 있었던 주제가 바로 그것이었기에 참으로 아이러니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번 살해 사건이 반유대주의적 동기에 의해 이루어진 것이라고 언급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SNS 플랫폼 '트루스 소셜'을 통해 "워싱턴 DC에서 벌어진 이 끔찍한 살인 사건은 명백히 반유대주의에 기반하고 있으며, 반드시 지금! 중단되어야 한다. 증오와 극단주의는 미국에 자리 잡을 곳이 없다"고 적었다.

마르코 루비오 국무장관은 X를 통해 "이것은 비겁한 반유대주의적 폭력이었다. 착각하지 말라, 우리는 책임자들을 추적해 법의 심판대에 세울 것"이라고 밝혔다.

데니 다논 주UN 이스라엘 대사는 "반유대주의 테러의 타락한 행위"라고 비난했다.

다논 대사는 X를 통해 "외교관과 유대인 공동체를 해치는 것은 결코 넘어서서는 안 될 선을 넘은 것"이라면서 "미 당국이 책임자에 대해 강력하게 조처하리라 확신한다"고 덧붙였다.

해당 사건으로 인해 대규모 경찰 인력이 배치되었으며, 여러 주요 도로가 폐쇄되었다.

이스라엘 대사관의 탈 나임 코헨 대변인은 당시 박물관에서 열린 행사에 참석 중이던 직원 2명이 "근거리에서" 총격을 당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대사관은 "미국 내 이스라엘 공무원들과 유대인 커뮤니티를 보호하겠다"는 미 당국의 약속을 "온전히 믿는다"고 덧붙였다.

미국 언론 보도에 따르면 총격 당시 이스라엘 대사는 박물관 행사장에 있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예히엘 레이터 주미 이스라엘 대사와 팜 본디(오른쪽) 미 법무장관
Reuters
예히엘 레이터 주미 이스라엘 대사와 팜 본디(오른쪽) 미 법무장관은 총격 사건 현장을 방문했다

미 CBS에 따르면 조지타운 대학교의 워싱턴 DC 캠퍼스도 일시 폐쇄되었다.

건물 내에서 1시간가량 갇혀 있었다던 한 학생은 "우리가 건물을 떠나려고 하자 아래층에는 경찰과 보안 요원들이 모여있었다. 나갈 수 없다"고 설명했다.

한편 미국 내 여러 유대인 관련 시설과 마찬가지로, '수도 유대인 박물관' 또한 반유대주의 정서가 증가하면서 안전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수도 유대인 박물관'의 베아트리체 구르비츠 전무는 NBC 뉴스와의 별도 인터뷰에서 이번 사건에 대해 언급하며 "일부 기관에서 겪은 끔찍한 사건들 및 반유대주의 정서의 증가로 인해 도시 및 전국의 유대인 기관들은 보안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구르비츠 전무에 따르면 해당 박물관은 최근 성소수자(LGBT) 관련 전시회를 기획하며 보안 강화를 위한 보조금을 지원받았다.

"이런 전시에는 위협이 따른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다"는 구르비츠 전무는 "그러나 이 공간을 찾는 모든 사람들이 환영받고 안전하다고 느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싶다"고 전했다.

한편 마이크 허커비 주이스라엘 미국 대사는 X를 통해 이번 공격을 "이스라엘 국민에 대한 끔찍한 테러 행위"라고 규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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