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인디아 추락 원인 조사 본격화

해당 여객기는 짧은 비행 직후 인도 아메다바드의 인구 밀집 지역에 추락했다. 최근 인도에서 발생한 극히 이례적인 대형 항공 참사로 기록됐다.
조사관들은 현재 잔해를 수거하고, 보잉 787 드림라이너 여객기의 조종실 음성기록장치와 비행 데이터기록장치 분석에 나섰다. 이륙 직후 발생한 참사의 원인을 규명하는 힘든 작업이다. 유엔 산하 국제민간항공기구(ICAO) 규정에 따르면 예비 조사 결과가 30일 이내에 발표돼야 한다. 최종 보고서는 12개월 이내에 작성되도록 권고한다.
영국 런던 개트윅으로 향하던 이 여객기는 지난 12일 오후 1시 39분(현지시간) 인도 서부 도시 아메다바드에서 이륙했다. 수밋 사바르왈 기장과 클라이브 쿤다르 부기장이 조종을 맡았으며, 탑승자 242명, 연료 약 100톤이 실려 있었다. 이륙 직후 조종석에서 구조신호가 들려왔다. 이 신호가 마지막 교신이었다. 곧이어 고도가 급격히 낮아졌고, 여객기는 불길에 휩싸인 채 추락했다.
인도 항공기 사고조사국(AAIB) 전직 조사관 키쇼르 친타는 이번 참사가 조종 중인 상태에서 이륙 30초 만에 지면에 충돌한 "극히 이례적인 사고"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런 사고는 들어본 적이 없다"고 BBC에 말했다.
두 엔진이 새떼와 충돌하거나 연료 오염의 영향으로 멈췄을까? 항공기 날개의 플랩(고양력장치) 작동에 문제가 생겨 극한의 더위 속에서 적재량이 과도했던 기체의 양력이 부족해졌을까?
엔진 정비 중 실수로 문제가 생겼을까? 승무원의 실수로 두 엔진에 연료 공급이 차단되었을까?

조사관들은 이 모든 가능성과 추가 요인을 검토 중이다. 항공 사고 조사는 '삼각 검증'과 '배제의 원칙'에 기반한다. 잔해에서 확보한 물리적 증거와 기체 성능 기록을 대조해 사고 경위를 일관성 있게 재구성하는 것이다.
불에 탄 전선, 손상된 터빈 블레이드, 정비 기록, 블랙박스(조종실 음성기록장치 및 비행 데이터기록장치)에 기록된 신호와 소리 등 모든 것이 조사 대상이다. BBC는 항공 사고 전문가와 함께 이번 조사의 향후 진행 과정을 파악하고자 했다.
우선 3명 이상의 조사관이 두 엔진의 잔해에서 지상의 첫 번째 단서가 발견될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 국가교통안전위원회(NTSB) 이사직을 맡았던 피터 골즈는 "손상 상태를 보면 충돌 시 엔진이 동력을 만들어내고 있었는지 알 수 있다"며 "터빈은 고속 회전 중일 때와 정지 상태일 때 파열 양상이 다르다"고 설명했다. "이것이 원인 규명의 첫 번째 단서입니다."
터빈은 회전에 필요한 핵심 부품으로, 고온·고압 가스를 회전에너지로 바꿔 추진력을 만들어낸다.
"만약 엔진이 동력을 만들지 못하는 상태였다면, 문제가 더 어려워지고 조사의 초점은 바로 조종석으로 향하게 됩니다."
기체 내 상황은 보잉 787의 고성능 비행기록장치(EAFR) 분석을 통해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조사관들은 해당 장치의 내용이 사건 경위 규명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판단한다. (인도 당국은 사고 현장에서 장치를 회수했다고 밝혔다.)
이 장치들은 비행 데이터와 조종실 음성을 다양하게 기록한다. 조종실 음성에는 조종사의 무전부터 조종실 내 배경 소리까지 포함된다. 조종사 개별 마이크, 무선 교신, 구역별 배경음 포착 마이크 등이 있어 음성 기록이 매우 정밀하다.
비행 데이터기록장치는 랜딩기어와 플랩 레버의 위치, 추력 설정, 엔진 성능, 연료 유량, 심지어 소화장치 작동 여부까지 수많은 정보를 정밀하게 추적한다.

골즈는 "비행 데이터기록장치에서 엔진이 정상 출력을 냈다고 확인된다면, 다음 조사 대상은 플랩과 슬랫이다. 이 장치들까지 이상이 없다면 조사는 매우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플랩과 슬랫은 낮은 속도에서 양력을 증가시켜, 항공기의 안전한 이착륙을 돕는다. 속도가 느려져도 비행에 필요한 양력이 유지되도록 하는 것이다.
"조사 결과가 비행관리시스템(FMS)의 문제로 연결된다면, 이는 보잉뿐 아니라 항공 산업 전체에 큰 충격을 줄 수 있습니다."
보잉 787의 비행관리시스템은 자동화된 항공기 운항 시스템으로, 항법, 성능, 유도 등을 통합 관리한다. 이 시스템은 수많은 센서에서 수집된 데이터를 종합해 항로와 연료 효율을 최적화한다.
2011년부터 전 세계에서 보잉 787 기종이 1100대 이상 운항 중이다. 전문가들은 이 문제가 전 세계 동일 기종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시스템적인 문제인지, 아니면 이 비행에만 국한된 고장인지 조사관의 판단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골즈는 "만약 시스템적 문제로 확인된다면, 규제 당국은 신속히 어려운 결정을 내려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까지 특정 책임 소재를 시사하는 정황은 나오지 않았다. 인도 민간항공부는 지난 17일 에어인디아 보잉 787 기종 33대 중 24대를 점검한 결과 "안전상의 중대한 문제는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히며, 기체 및 정비 시스템이 현행 기준을 충족한다고 발표했다.
6월 12일 켈리 오트버그 보잉 최고경영자(CEO)는 "유엔 ICAO 규정에 따라, 에어인디아 171편 관련 정보는 인도 항공기 사고조사국(AAIB)의 판단을 존중하겠다"고 밝혔다.
인도 델리에 위치한 AAIB 실험실에서 인도 조사관의 주도로 블랙박스 해독 작업이 진행되며, 보잉, 엔진 제조사 GE, 에어인디아, 인도 규제당국이 함께 참여한다. 미국 NTSB와 영국 조사관도 참여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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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즈는 "경험상 사고 원인 파악은 비교적 빠르게 진행된다"며, "하지만 왜 그런 사고가 발생했는지 이해하는 데는 훨씬 많은 시간이 필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잔해에서도 추가 단서가 나올 수 있다. 친타는 "전선, 너트, 볼트 등 기체의 모든 부품이 철저히 수거될 것"이라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잔해는 인근 격납고나 보안 시설로 옮겨서 기수, 꼬리, 날개 등을 식별하기 위해 펼친 뒤 조립해 본다. 다만 이번 사고는 블랙박스에 남아 있는 내용에 따라 전체 재조립 없이도 조사가 가능할 수 있다는 것이 조사관의 의견이다.
조사관들은 사고 유형에 따라 잔해의 중요성이 다르다고 설명한다. 예컨대 2014년 7월 우크라이나 상공에서 격추된 말레이시아항공 MH17편은 기수 복원이 열쇠였다. 이를 통해 러시아제 미사일로 인한 파편 손상이 확인됐다.
조사관들은 이번 사고 잔해에서 연료 필터, 배관, 밸브, 잔류 연료를 검사해 오염 여부를 확인할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조사관은 연료 오염 여부는 비교적 쉽게 확인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출발 전 사용된 급유 장비가 "이미 격리되어 검사를 거쳤을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조사관들은 항공사와 보잉의 항공기 운항정보 교신시스템(ACARS)에서 점검·고장 이력를 수집할 예정이다. 친타는 이 시스템이 무선 또는 위성으로 보잉과 에어인디아 양측에 데이터를 전송한다고 말했다.
해당 항공기가 최근 몇 달간 운항한 모든 비행 기록과 승무원 기록, 조종사가 보고한 고장 기록 및 운항 전 조치 기록 또한 검토 대상이다.
이외에도 조종사 자격증, 훈련 기록, 모의비행(시뮬레이터) 평가 기록, 강사 평가의견도 살핀다. 특히 고급 비행 시뮬레이터에서 엔진 고장 등 비상 상황에 어떻게 대처했는지도 확인할 예정이다. 친타는 "에어인디아는 이미 이 자료를 조사팀에 넘겼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고 항공기에서 제거·교체된 모든 부품의 정비 이력도 조사 대상이다. 반복 보고된 결함이나 이번 사고와 연관성이 의심되는 문제 징후들을 확인하는 과정이다.
골즈는 "이런 조사는 매우 복잡하다. 긴 시간이 필요하지만, 방향을 잡을 수 있는 초기 단서들이 나올 것"이라고 설명한다.
이는 기술의 발전 덕에 가능해졌다. 골즈는 "1994년 조사했던 사고에서는 비행 데이터기록장치에 4종류의 정보만 기록됐다"며, "요즘 장치들은 초당 수백, 수천 가지 정보를 기록한다. 이 기술이 조사 방식을 완전히 바꿔놨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