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이란 핵 시설 타격', 전면전 시작되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의 핵시설 세 곳을 타격했다고 발표하면서, 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이 중대한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트럼프는 트루스 소셜(Truth Social)에 "포르도, 나탄즈, 이스파한을 포함한 이란 내 핵시설 3곳에 대한 매우 성공적인 공격을 완료했다. 모든 전투기는 현재 이란 영공을 벗어난 상태다"라고 썼다.
그는 특히 이란 핵 개발의 핵심으로 꼽히는 포르도 농축 시설에 "탑재된 전체 폭탄을 투하했다"고 덧붙였다. 이 시설은 외진 산 속에 숨겨져 있으며, 이란 핵 계획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이스라엘 당국은 이번 공습이 미국과 "완전한 공조 속에서" 이뤄졌다고 밝혔다.
이란은 미국이 자국 영토를 공격할 경우 보복하겠다고 이미 경고한 바 있으며, 이번 공습에 따라 미국의 중동 내 군 자산이 타깃이 될 수 있다. 이란은 미국의 개입이 역내 전면전을 일으킬 수 있다고 경고해 왔다.
지금까지 확인된 상황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이번 사태는 어떻게 시작됐나?
6월 13일(현지시간) 이스라엘은 이란의 핵 및 군사 시설 수십 곳을 기습적으로 공습했다.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이란이 곧 핵폭탄을 제조할 수 있는 수준에 이를 것이라며, 핵 프로그램을 무력화시키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이란은 자국의 핵 프로그램이 평화적 목적이라고 주장해왔다. 이스라엘의 공습에 맞서 이란은 수백 발의 로켓과 드론을 발사하며 보복에 나섰고, 이후 양국 간 공습이 일주일 넘게 이어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오래전부터 이란이 핵무기를 보유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해 왔다.
미국 국가정보국장 툴시 개버드는 지난 3월, 이란의 우라늄 비축량이 사상 최대 수준에 달했지만 핵무기를 개발하고 있지는 않다는 평가를 내놨다. 이에 대해 트럼프는 최근 "그 평가는 틀렸다"고 공개 반박했다.
대선 유세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과거 미국 행정부들이 중동에서 "끝없는 바보 같은 전쟁"을 벌였다고 비판했고, 미국을 외국 분쟁에 끌어들이지 않겠다고 공언해 왔다.
이스라엘의 기습 공격 당시, 미국과 이란은 핵 협상을 진행 중이었다. 불과 이틀 전까지만 해도 트럼프는 이란에 "2주 안에 본격적인 협상에 나서지 않으면 공격하겠다"고 밝혔지만, 실제 시한은 훨씬 짧았다.
미국은 어디를 공격했고, 어떤 무기를 썼나?

미국이 타격한 주요 목표 중 하나는 포르도다. 이 시설은 테헤란 남쪽 외딴 산 안에 있으며, 영국과 프랑스를 잇는 유로터널보다도 더 깊은 곳에 지하 시설로 구축돼 있다고 알려져 있다.
전문가들은 이 시설이 이란의 핵무장 잠재력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고 본다.
포르도의 깊은 지하 구조 때문에 이스라엘의 무기로는 파괴가 어렵고, 미국만이 이를 타격할 수 있는 특수한 폭탄을 보유하고 있다.
이 폭탄은 '벙커 버스터'라 불리는 GBU-57 초대형 관통탄(MOP·Massive Ordnance Penetrator)으로, 무게만 13톤에 달하며, 약 18미터의 콘크리트 또는 61미터의 흙을 뚫고 들어간 뒤 폭발할 수 있다.
포르도 터널은 지하 80~90미터로 추정돼, 완전한 파괴는 장담할 수 없지만 MOP만이 타격 가능한 유일한 무기로 평가된다.
BBC의 파트너인 CBS 뉴스는 미국 정부 관계자들을 통해 이번 공습에 각 시설당 2발의 MOP가 사용됐음을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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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내 피해는 어느 정도인가?
현재까지 미국의 공습이 이란의 핵시설에 어떤 실질적인 피해를 입혔는지는 명확히 확인되지 않았다. 인명 피해 여부도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이란 국영방송의 하산 아베디니 부정치국장은 "이들 핵시설은 이미 한참 전에 대피 조치가 이뤄졌다"고 밝혔다.
국영 방송에 출연한 그는 "핵 물질이 이미 반출돼 있었기 때문에 큰 피해는 없었다"고 주장했다.
한편, 이스라엘은 미국의 공습 이후 자국 내 보안 수준을 한층 강화하고 있다.
이스라엘 방위군(IDF)은 전국적으로 교육 활동, 집회, 직장 운영 금지 등 공공 보안 조치를 대폭 강화했다고 밝혔다.
이란은 어떻게 보복할까?
전문가들에 따르면, 이란은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군 기지가 크게 약화됐고, 레바논의 헤즈볼라, 시리아와 가자지구의 하마스를 비롯한 중동의 친 이란 세력들도 무력화되고 있다. 하지만 이란은 여전히 상당한 타격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이란 당국은 미국이 이번 사태에 개입하면 "회복 불가능한 피해"를 입을 것이며, "전면전"으로 확대될 수 있다고 경고해 왔다.
미국의 중동 내 군사 기지가 보복의 주요 대상이 될 수 있다. 미국은 바레인, 이집트, 이라크, 요르단, 쿠웨이트, 카타르, 사우디아라비아, UAE 등 최소 19개 지역에 군사 기지를 운영하고 있다.
이중 바레인 미나 살만에 있는 미 해군 제5함대 사령부가 타깃이 될 가능성이 가장 높다.
또한 이란은 세계 석유 공급량의 30%가 통과하는 전략적 해상 통로인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거나 공격해, 글로벌 시장에 충격을 줄 수도 있다.
미국을 도운 인접 국가의 자산을 공격할 가능성도 있어, 전쟁이 역내 전역으로 확산될 위험도 있다.
트럼프는 의회 승인 없이 전쟁을 시작할 수 있을까?
미국 법에 따르면, 대통령은 다른 나라에 전쟁을 '선포'할 수 있는 권한은 없다. 공식적인 전쟁 선포는 의회, 즉 하원과 상원 의원들이 내릴 수 있다.
하지만 대통령은 군 최고통수권자로서, 전쟁 선포 없이도 미군을 배치하거나 군사 작전을 실행할 수는 있다.
예컨대 트럼프는 2017년 시리아 아사드 정권을 상대로 공습을 감행했지만, 의회의 사전 승인을 받지 않았다. 그는 국가 안보와 인도주의적 이유를 들어 독자적으로 결정을 내렸다.
최근에는 민주당뿐 아니라 공화당 일각에서도 트럼프의 대이란 공습 권한을 제한하려는 움직임이 있었다. 전쟁 권한 결의안을 의회에 제출했지만, 법제화까지는 몇 주가 걸릴 수 있고, 실제로 구속력보다는 상징적인 의미가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