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네비게이션 검색 본문 바로가기

20년만에 돌아온 정동영, 남북대화 시도할까

2시간 전

이재명 대통령이 23일 정동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통일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노무현 정부 시절 통일부 장관을 지냈던 그가 20년 만에 다시 통일부 수장으로 지명되면서, 이재명 정부의 본격적인 대북 정책 구상이 나타나고 있다.

과거 업무 수행 평가는?

정 후보자는 1953년 전북 순창 출신으로 전주고와 서울대 국사학과를 졸업한 뒤, 영국 웨일즈대학교에서 저널리즘 석사학위를 받았다. 1978년 MBC에 입사해 기자와 앵커로 활동하며 언론 경력을 쌓았고, 1996년 김대중 당시 새정치국민회의 총재의 권유로 정계에 입문했다. 이후 제15, 16, 18, 20, 22대 국회의원을 지낸 5선 중진 의원을 지냈다.

정 후보자는 2004~2005년까지 노무현 정부에서 통일부 장관과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장을 역임하며 남북 관계에서 굵직한 성과를 냈다.

개성공단 시범단지 착공, 경의선·동해선 철도 연결, 이산가족 상봉 확대 등 실질적 교류를 이끌었으며, 2005년에는 대통령 특사 자격으로 평양을 방문해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단독 면담을 진행하기도 했다.

이 자리에서 북한의 6자회담 복귀 가능성을 이끌어냈고, 같은 해 9월 북핵 해결의 전환점이 된 9·19 공동성명이 채택됐다. 정 후보자는 당시 "우리가 원하는 체제를 보장받는다면 핵을 가질 이유가 없다"는 김 위원장의 발언을 전달하며 비핵화 의지를 확인한 바 있다.

다만 그의 대북 유화 접근이 실효성 면에서 한계를 드러냈다는 지적도 있다. 이후 북핵 문제가 재차 악화된 점, 개성공단의 폐쇄 등은 대북 협상의 지속성과 위기관리 측면에서 숙제를 남겼기 때문이다. 동시에, 정 후보자가 남북 교류의 물꼬를 텄다는 점에선 긍정적 재평가도 상존한다.

정치 이력에서도 정 후보자는 당적 변경, 대선 출마 실패, 정계 은퇴 선언과 복귀 등으로 일관성에 대한 의문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그는 다양한 정당과 정치 환경 속에서도 꾸준히 한반도 평화와 대화에 대한 소신을 유지해왔다.

이번 인선을 두고 정 후보자와 이재명 대통령 간의 오랜 정치적 인연도 주목된다.

2007년 정 후보자가 대선 후보로 출마했을 당시, 이 대통령은 성남 지역의 시민운동가 겸 변호사로서 정 후보자의 대선 캠프에서 수석부실장으로 활동했고, 팬클럽 조직인 '정동영과 통하는 사람들(정통)'의 공동대표를 맡기도 했다.

이 인연은 이 대통령의 정치 입문과 성장 과정에 중요한 디딤돌이 됐다.

정 후보자는 이날 서울 종로구에 있는 남북관계관리단에서 기자들과 만나 "적대와 대결의 상황을 완화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며 "새 정부와 함께 새로운 남북관계 정립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평화와 안정을 구축한 토대 위에서 통일도 모색할 수 있다"며 "통일부의 명칭 변경도 적극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미국과 일본과의 관계또 언급했다.

북미정상회담에 대해선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대화는 이뤄질 것이고 이뤄져야 한다"며 "북핵문제는 평화적인 방법으로 대화를 통해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 후보자는 또 "일본도 북일관계 개선을 위해 물밑대화를 진행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한일 간에는 대북 문제를 포함해 협력할 의제가 다양하다"고 강조했다.

대북 확성기 방송
Getty Images
이재명 정부는 출범 직후 대북 확성기 방송을 중지시켰다

한편, 후임이자 실무 책임자였던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이 국정원장 후보자로 함께 지명되면서, 두 사람은 다시 한번 대북 정책 파트너로 나서게 됐다.

두 사람은 노무현 정부 시절 통일부 장관과 차관, NSC 의장과 사무차장으로 함께 일하며, 6자회담 및 남북 정상회담 준비에 핵심 역할을 했던 경험이 있다. 이 대통령이 두 사람을 동시에 전면에 배치한 것은 대북 대화 복원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해석된다.

다만 현재 한반도 정세는 20년 전과 달라졌다.

북한은 과거 '정동영-이종석 라인'의 교류 성과였던 개성공단의 송전탑을 철거하고, 전깃줄까지 거둬들이는 등 사실상 단절 의지를 밝혔다.

경의선과 동해선 철도도 철거되거나 폐쇄되었고, 북한은 남측을 '적대적 두 국가'로 규정하고 있다.

통일부의 상대 역할을 해온 통일전선부 등 대남 조직도 해체된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정 후보자가 어떤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재명 정부는 출범 직후 대북 확성기 방송과 전단 살포 중지를 지시하며 긴장 완화의 신호를 보낸 바 있다. 정 후보자가 국회의 인사청문회를 통과할 경우, 제44대 통일부 장관으로 공식 임명될 예정이다. 이 같은 대화 기조를 실질적 성과로 이어갈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같은 날 이 대통령은 외교·안보·노동 분야를 중심으로 11개 부처 장관 후보자 인선을 단행했다.

외교부 장관 후보자로는 조현 주유엔대한민국 대표부 특명전권대사가, 국방부 장관 후보자에는 더불어민주당 안규백 의원이 지명됐다.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로는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위원장을 지낸 김영훈 한국철도공사 기관사가 발탁됐다.

한편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에는 윤석열 정부에서 임명된 송미령 장관이 유임됐다.

이에 대해 일부 원내 지도부는 우려를 표했으나, 이 대통령은 민주당 원내대표단과의 만찬에서 "능력이 있다면 어느 정권의 사람인가보다 능력 안에서 기회를 줄 수 있는 것 아닌가"라며 인선 방침을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일부 후보자는 국민추천제를 통해 추천된 인물임을 밝혔다.

BBC NEWS 코리아 최신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