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이란-이스라엘 휴전 발효'...위험한 공습 성과 거뒀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격화되는 이란-이스라엘 갈등에 미국을 개입시키는 위험한 도박을 했다. 하지만 적어도 현재까지는 성과를 거둘 것으로 보인다.
23일(현지시간) 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이스라엘이 휴전에 합의했다며 이는 장기적 평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밝혔다.
이스라엘과 이란 어느 쪽도 이 합의를 공식적으로 인정하지는 않았지만, 백악관 관계자들은 비공식적으로 외교적 돌파구가 마련됐다고 자평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사태를 '12일 전쟁'이라고 명명했다. 트럼프가 이번 충돌을 실제로 종결시켰다면, 이는 지역 전체를 삼킬 듯했던 갈등의 절벽 앞에서 한걸음 물러서는 중요한 전환점이 된다. 특히 21일에는 미군의 이란 핵시설 공습으로 미국까지 깊숙이 휘말릴뻔한 상황이었다.
이후 압바스 아락치 이란 외무장관은 성명을 통해 "이스라엘 정권이 이란 시간 오전 4시까지 이란 국민에 대한 불법적 공격을 중단한다면, 이란은 그 이후 반격을 이어갈 의도가 없다"고 밝혔다.
명시적 휴전은 아닐 수 있지만, 이란 현지 시간으로 오전 4시가 가까워지자 이스라엘의 공격이 실제로 멈춘 것으로 전해졌다. 양측은 긴장을 완화하는 방향으로 움직이는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진전은 매우 혼란스러웠던 하루가 지나간 뒤 이뤄졌다. 앞서 이란은 예고했던 대로 미국의 21일 공습에 대한 보복을 실행에 옮겼다.
초기 보도에 따르면, 이란이 카타르 내 미군 기지에 발사한 미사일은 모두 요격됐으며, 미국 측 사망자나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21일 밤 대국민 연설에서 이란이 미국의 이익에 반하는 공격을 감행한다면 미국의 압도적 대응을 마주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한, 필요한 경우 미국은 더 많은 표적을 타격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이후 24시간 이상, 전 세계가 이란의 대응을 주시했다. 이란이 행동에 나서자 시선은 다시 트럼프 대통령에게로 향했고, 트럼프는 몇 시간 후 처음으로 입장을 밝혔다.
트럼프는 본인의 SNS 플랫폼에 "미국은 이란 핵시설을 완전히 파괴했으나 이에 대한 이란의 공식적 반응은 매우 미약했다. 우리는 그 반응을 예상한 바 있고 매우 효과적으로 대응했다"고 썼다.
또한, 이제 이란이 분노를 다 털어낸 것 같다며, "이제 이란이 해당 지역에서 평화와 화합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란의 공격에 따른 피해가 제한적인 것으로 보고된 가운데, 트럼프는 이란이 진지한 자세로 협상에 나설 경우 공격을 자제하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한편, 백악관은 트럼프가 물밑에서 카타르 측 중재자 및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함께
휴전 세부 사항을 조율 중이라고 전했다.
트럼프의 주말 공습은 매우 위험도가 높은 전략이었지만, 그 성과가 이미 가시화되고 있다.
2020년 1월에도 비슷한 상황이 벌어졌다. 당시 트럼프는 바그다드에서 드론 공격으로 이란 혁명수비대(IRGC) 사령관 카셈 솔레이마니를 암살하도록 명령했다.
이에 이란은 이라크 주둔 기지에 미사일 보복 공격을 감행해 미군 100명 이상이 부상당했지만, 미국은 사태를 더 키우지 않았다. 결국 이성적 판단이 우세했던 것이다.
미국 언론에 따르면, 이란은 23일 공습에서 미국이 지난 주말 이란에 투하한 것과 거의 비슷한 양의 미사일을 미군 기지에 발사했다.
또한, 이란이 발사 전 카타르 정부에 사전 통보를 했다는 점과 트럼프가 이에 대해 감사를 표한 점에서, 이란의 의도가 당한 만큼만 돌려주고 추가 확전은 피하려는 것임을 짐작할 수 있다.
트럼프는 이날 대부분의 시간을 석유 가격과 미국 언론 보도,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전 러시아 대통령의 발언 등에 집중하면서 보냈다. 메드베데프는 다른 나라들이 이란에 핵무기를 제공할 준비가 되어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23일 밤 트럼프는 G7 회의 참석을 마치고 캐나다에서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기자들에게 "미군은 어떤 위협에도 대처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는 "우리 쪽에는 스스로를 지킬 줄 아는 훌륭한 사람들이 있다"라며, "우리 군은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란이 추가 공격을 결정하고 그로 인해 미군에서 사망자나 심각한 피해가 발생한다면, 트럼프가 보복에 나서야 한다는 압력이 더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22일 미국 당국은 트럼프가 과거 미국의 대통령들과 달리 위협을 실행에 옮긴다는 점을 강조했다.
다만, 정말로 실행에 옮길 경우, 트럼프 일부 지지층조차 우려했던 장기전으로 이어질 수 있다.
현재로서는 트럼프 대통령도 추가 확전을 피할 수 있는 출구를 모색 중이며, 이란과 이스라엘 모두 이에 응할 의지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