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국왕, '동성 결혼 허용 법안' 승인…내년 1월부터 합법적 결혼 가능
태국 국왕이 지난 24일(현지시간) 동성 간 결혼 허용을 골자로 한 결혼평등법에 서명했다. 이에 따라 태국은 동남아시아 최초로 동성 간 결혼을 인정하는 국가가 될 예정이다.
해당 법안은 지난 6월 이미 상원을 통과했으나, 정식으로 제정되기 위해서는 국왕의 승인이 있어야 했다. 이 법은 지난 24일 왕실 관보에 게재됐으며, 동성 결혼은 내년 1월 22일부터 합법적으로 가능하다.
사회운동가들은 수년간 이어진 결혼 평등 요구의 정점을 찍는 역사적인 사건이라며 이번 소식을 환영했다.
태국은 성소수자에 대한 이 같은 관용적인 태도가 거의 드문 지역에서 비교적 성소수자들을 위한 안식처처럼 여겨진 국가다.
이번에 새로 제정된 법은 ‘남편’, ‘아내’, ‘남성’, ‘여성’ 대신 성중립적인 용어로 돼 있으며, 동성 부부의 입양 및 상속권도 인정한다.
‘방콕 프라이드 운동’의 공동 창립자이자 오랫동안 성소수자들의 인권을 위해 힘써온 앤 춤마폰은 “오늘 우리는 그저 혼인 증명서에 이름을 적어 넣을 수 있게 된 것일 뿐만 아니라 역사의 한 페이지를 쓰고 있는 것 … 이는 사랑은 우리가 어떤 존재로 태어났는지 조건을 달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소감을 전했다.
“이는 평등과 인간 존엄성의 승리입니다.”
아울러 춤마폰은 1월 22일자로 성소수자 연인 1000쌍 이상을 위한 대규모 결혼식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광고 전문가로 활동하는 콴카우 쿠사쿨니룬드는 “(법적인 인정은) 우리가 온전하게 받아들여지고, 그 어떤 조건이나 포기 없이도 우리의 삶을 살아갈 수 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태국의 성소수자 (연인들은) 이제 사귐 이후의 미래를 바라볼 수 있게 됐고, 이 법 덕에 자부심을 느낄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또 다른 사회운동가인 시리타타 닌라프루크는 AFP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우리 모두 정말 기쁘고 흥분된다. 우리는 지난 10년간 우리의 권리를 위해 투쟁했고, 이제 드디어 현실이 됐다”는 소감을 전했다.
한편 패통탄 친나왓 태국 총리는 X(구 ‘트위터’)에 “모두의 사랑을 축하합니다. #러브윈스(‘사랑이 이긴다’는 뜻)”라고 적었다.
해당 법안을 적극 지지해 온 세타 타위신 전 총리 또한 태국의 “중요한 진전”이라며 박수를 보냈다.
타위신 총리는 X에 “태국 사회의 평등과 공평함이 굳어졌다. 젠더 다양성은 언젠가 온전히 받아들여질 것”이라고 적었다.
이 법이 실효되면 태국은 아시아에서는 대만, 네팔에 이어 동성 결혼을 허용하는 3번째 국가가 된다.
지난 2019년 대만 의회가 아시아 최초로 동성 결혼을 합법화했다. 이후 지난해 11월, 네팔 당국은 자국 대법원이 동성결혼의 손을 들어준 지 5개월 만에 최초로 동성 결혼 신고를 받아들였다.
이는 인도 대법원이 동성 결혼 허용 불가 판결을 내린 지 1달 만의 일이었다. 당시 대법원은 동성 결혼 허용은 법원의 권한 밖이라며, 합법화 여부는 정부에 달린 일이라고 판단했다. 이에 인도 정부는 동성 연인의 법적 권리를 더 부과할지 결정하기 위한 패널을 구성하겠다고 약속했다.
한편 싱가포르의 경우 지난 2022년 동성 간 성관계를 금지했던 식민지 시절 법을 폐기하긴 했으나, 헌법을 개정해 법원이 결혼의 정의를 남성과 여성 간 결합으로 정의하는 데 이의를 제기하지 못하도록 막았다.
추가 보도: 타냐랏 독소네(방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