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레이건 광고'에 맞서 캐나다산 제품 관세 인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캐나다 온타리오주가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이 등장하는 반 관세 광고를 방영하자 캐나다산 수입품에 대한 관세를 인상하겠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5일(현지시간) SNS에 올린 글에서 이 광고를 "사기"라고 부르며, 월드시리즈 야구 챔피언십 이전에 광고를 내리지 않은 캐나다 당국을 강하게 비난했다.
그는 "사실을 심각하게 왜곡하고, 적대적인 행동을 한 만큼 캐나다에 부과되는 기존 관세에 10%를 추가로 인상한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23일 캐나다와의 무역 협상에서 철수한 뒤, 온타리오 주총리는 해당 광고를 내리겠다고 밝힌 바 있다.
지난 24일 온타리오주 더그 포드 주총리는 기자들에게 쥐스탱 트뤼도 총리와의 논의 끝에 "무역 협상이 재개될 수 있도록" 자국의 반 관세 광고 캠페인을 미국에서 중단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그는 다만 이번 주말까지는 월드시리즈 경기 기간 동안 광고가 계속 방영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월드시리즈에는 토론토 블루제이스와 로스앤젤레스 다저스가 맞붙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주요 교역국에 고율의 관세를 부과하기 시작한 이후, 캐나다는 미국과 아직 합의에 이르지 못한 유일한 G7(주요 7개국) 국가다.
미국은 이미 모든 캐나다산 제품에 35%의 관세를 부과하고 있지만, 기존 자유무역협정에 따라 대부분의 품목은 면세되고 있다. 철강에는 50%, 자동차에는 25%의 품목별 추가 관세도 부과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아시아로 향하는 비행 중 올린 글에서 이 세율에 10%포인트를 추가로 인상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캐나다 수출의 4분의 3은 미국으로 향하며, 온타리오주는 캐나다 자동차 산업의 대부분이 집중된 지역이다.
온타리오주 정부가 후원한 이번 광고는 미국 공화당 출신으로 보수주의의 상징인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의 발언을 인용했다. 영상에서 그는 "관세는 모든 미국인에게 해를 끼친다"고 말하며, 1987년 외국 무역을 주제로 한 전국 라디오 연설 일부가 사용됐다.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의 유산 보존을 맡고 있는 레이건 재단은 이번 광고가 "선별된 음성과 영상"을 사용해 레이건의 연설을 왜곡했다고 비판했다. 재단은 또한 온타리오주 정부가 해당 자료를 사용하는 데 필요한 허가를 받지 않았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5일 자신의 SNS인 트루스 소셜에 올린 글에서 광고가 더 일찍 내려졌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그들의 광고는 즉시 내려야 했지만, 사기임을 알면서도 전날 월드시리즈 경기 중 방영하도록 뒀다"고 말하며, 말레이시아행 비행기 안에서 글을 작성했다.
포드 주총리는 앞서 이 '레이건 광고'를 미국 내 공화당이 주도하는 모든 지역에서 방영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과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는 모두 말레이시아에서 열리는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회의에 참석할 예정이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기자들에게 이번 방문 중 캐나다 총리와 만날 "의향이 없다"고 말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은 글에서 캐나다가 미국 연방대법원에서 곧 열릴 재판에 영향을 미치려 한다고 주장했다. 이 재판은 다음 달 미국 최고법원에서 열리며,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이 헌법에 부합하는지 여부를 판단할 예정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3일에 올린 게시물에서 이번 광고가 "미국 역사상 가장 중요한 재판"을 "방해하기 위해" 만들어졌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인상에 대해 캐나다 상공회의소는 "이번 긴장 고조가 외교 채널과 추가 협상을 통해 해결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캔디스 레잉 상공회의소 회장은 BBC에 보낸 성명에서 "관세는 어떤 수준에서든 먼저 미국에 세금을 부과하는 것이며, 결과적으로 북미 전체의 경쟁력을 떨어뜨린다"고 말했다.
토론토 블루제이스의 본거지인 온타리오주는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을 비판하기 위해 월드 시리즈를 활용하고 있다. 그 방식은 '레이건 광고'만이 아니다.
지난 24일 공개된 영상에서 더그 포드 온타리오주 주총리와 캘리포니아의 개빈 뉴섬 주지사는 어느 팀이 이번 시리즈에서 승리할지를 두고 농담 섞인 내기를 걸었다.
두 사람은 영상 내내 관세를 주제로 농담을 주고받았으며, 포드 주총리는 LA 다저스가 승리할 경우 뉴섬 주지사에게 메이플 시럽 한 통을 보내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요즘은 국경에서 관세 때문에 몇 달러를 더 내야 할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그럴 만한 가치가 있을 것"이라고 썼다.
이에 뉴섬 주지사는 포드 주총리에게 미국산 주류의 주립 주류판매점 판매를 재개해 달라고 요청하며, 블루제이스가 승리할 경우 "우승에 걸맞은 캘리포니아 와인"을 보내겠다고 약속했다.
두 사람은 "멋진 월드 시리즈와, 온타리오와 캘리포니아 사이의 관세 없는 우정을 위해"라는 말로 대화를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