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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테리아 가득한 칫솔, 교체해야 할까?

12시간 전
칫솔모의 근접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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칫솔모의 근접 사진

우리가 사용하는 칫솔은 미생물의 생태계다. 닳아 헤진 칫솔모는 매일 잠깐씩 물에 잠기며, 영양분이 풍부한 습지가 되는 건조한 관목 지대와 비슷하다. 우뚝 선 플라스틱 줄기 사이에서 수많은 유기체가 번성하는 것이다.

오늘 아침에도 우리가 사용한 칫솔에는 수백 종의 박테리아와 곰팡이가 약 100만~1200만 마리 정도 서식하고 있을 것이다. 바이러스도 셀 수 없이 많다. 이러한 미생물은 칫솔이 닿는 표면에 생물막을 형성하거나, 낡은 칫솔모의 갈라진 틈 속으로 파고든다. 이들은 우리 입에서 나온 물과 타액, 피부 세포, 음식물 찌꺼기를 양분으로 삼아 번식한다. 심지어 칫솔이 보관된 화장실에서 변기 물을 내리거나 창문을 열 때, 미생물들이 칫솔로 대량 유입되기도 한다.

즉, 우리는 하루에 두 번 정도 박테리아·곰팡이·바이러스가 뒤섞인 칫솔을 입에 넣어 입안 곳곳을 닦는 셈이다. 그렇다면 칫솔의 위생에 더 주의를 기울여야 할까?

치과의사를 비롯한 의학자들은 수년간 이 질문을 고민해왔다. 칫솔에 어떤 미생물이 살고 있는지, 그것들이 어떤 위험을 초래하는지, 그리고 칫솔을 어떻게 청소해야 하는지가 연구의 주요 주제였다.

많은 사람들이 변기가 있는 화장실에 칫솔을 보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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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사람들이 변기가 있는 화장실에 칫솔을 보관한다

미생물은 어디서 오나

칫솔의 미생물 오염을 연구한 독일 라인발대학의 미생물학자 마르크-케빈 진 박사는 "칫솔에 서식하는 미생물은 주로 칫솔 사용자의 구강, 피부, 그리고 칫솔이 보관되는 환경에서 온다"고 말했다.

그런데 미사용 칫솔에서도 미생물이 발견되는 경우가 있다. 예를 들어, 브라질의 한 연구에서는 매장에서 구입한 서로 다른 제조사의 미사용 칫솔 40개 중 절반에서 이미 다양한 박테리아 군집이 검출됐다.

많은 사람들이 변기가 있는 화장실에 칫솔을 보관한다

다행히 칫솔에서 발견되는 대부분의 미생물은 비교적 무해하다. 대부분은 우리 구강에서 유래한 미생물이다. 우리가 칫솔을 입안에 넣으면 칫솔모는 로티아 데노카리오사균(Rothia denocariosa), 미티스 연쇄상구균(Streptococcus mitis), 방선균(Actinomyces) 등과 같은 미생물을 쓸어 모은다. 이들은 보통 해를 끼치지 않고 입 안에서 공존하는 균들이다. 심지어 충치를 유발하는 다른 세균을 억제하는 유익균도 칫솔모에 달라붙는다.

하지만 칫솔에 서식하는 미생물 중에는 우리에게 해를 끼칠 수 있는 것들도 있다.

유해한 박테리아

브라질 상파울루대학교 치의학과 비니시우스 페드라지 교수는 "칫솔에 존재하는 유해 박테리아 중 가장 주의해야 할 것은 치아를 썩게 하는 연쇄상구균과 포도상구균"이라고 말했다. 잇몸 염증을 유발하는 '치주질환' 관련 세균도 있다.

일부 연구에서는 사용 중인 칫솔에서 위장 감염이나 식중독을 일으키는 대장균(Escherichia coli), 녹농균(Pseudomonas aeruginosa), 장내세균(Enterobacteria)이 발견되기도 했다. 또 다른 연구에서는 병원 감염의 주요 원인균인 폐렴간균(Klebsiella pneumoniae)과 구내염을 일으킬 수 있는 칸디다 효모(Candida yeasts)도 확인됐다.

이러한 유해 미생물은 주로 우리가 칫솔을 헹굴 때 사용하는 물, 손, 그리고 주변 환경에서 유입된다. 특히 욕실은 따뜻하고 습하며, 공기가 세균과 바이러스를 운반하는 미세한 물방울(에어로졸)로 가득한 공간이다. 진 박사가 욕실에 보관된 칫솔이 오염에 취약하다고 지적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많은 사람들은 칫솔을 변기가 있는 화장실에 두고 사용하는데, 여기에는 꽤 불쾌한 사실이 있다.

밝은 분홍색으로 표시된 대장균은 사람과 온혈동물의 소화기관에 서식하며 식중독의 원인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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밝은 분홍색으로 표시된 대장균은 사람과 온혈동물의 소화기관에 서식하며 식중독의 원인이 된다

Toilet plume

변기 물을 내릴 때마다 물과 배설물이 뒤섞인 미세한 물방울이 최대 1.5m 높이까지 튀어 오르며, 이 과정에서 박테리아와 인플루엔자, 코로나19, 노로바이러스 등이 함께 퍼질 수 있다.

만약 칫솔을 변기 근처에 두면, 변기 속 내용물이 칫솔모에 묻어 입속으로 들어갈 위험이 있다. 변기 물을 내릴 때 감염성 미생물을 직접 흡입할 수도 있으므로, 뚜껑을 덮은 채 물을 내리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좋다.

공용 화장실은 문제가 더 심각할 수도 있다. 한 연구에 따르면, 대학교 공용 화장실에서 사용된 칫솔의 60%에서 대변 유래 세균이 검출됐다. 이는 감염된 다른 사람으로부터 옮겨왔을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미국 노스웨스턴대학교의 미생물학자 에리카 하트만 교수는 "변기 물을 내릴 때 생기는 비말은 생각보다 큰 문제는 아니다"라고 말한다. 그의 연구팀이 일리노이 주민들의 칫솔 34개를 분석한 결과, 분변 관련 박테리아는 예상보다 적었다. 장내 세균 대부분이 공기 중에서는 오래 생존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칫솔 때문에 병에 걸리는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변기 물을 내릴 때마다 물과 배설물이 뒤섞인 미세한 물방울이 최대 1.5m 높이까지 튀어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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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기 물을 내릴 때마다 물과 배설물이 뒤섞인 미세한 물방울이 최대 1.5m 높이까지 튀어 오른다

그러나 인플루엔자나 코로나바이러스 같은 바이러스는 칫솔 위에서 몇 시간 동안, 단순 포진 바이러스-1은 최대 48시간까지 살아남을 수 있다는 연구도 있다. 이런 바이러스의 경우 칫솔이 질병 전파의 경로가 될 수 있다. 따라서 공중보건 당국은 칫솔을 함께 사용하지 말고, 보관 시에도 칫솔끼리 닿지 않게 두라고 권고한다.

하트만 교수는 "동거하는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구강 내 미생물 공유율이 높다"며 "이미 함께 사는 사람이라면 위험이 크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미생물 전파는 칫솔의 간접 접촉보다 키스나 물건 공유 같은 직접적인 접촉에서 더 자주 일어난다"고 덧붙였다.

흥미롭게도 칫솔에서 발견되는 일부 바이러스는 오히려 건강에 도움이 되기도 한다. 하트만 연구팀은 칫솔에 '박테리오파지'라 불리는 바이러스 군집이 번성하고 있음을 발견했다. 이들은 사람 대신 박테리아를 감염시켜 그 수를 조절하는 역할을 한다.

어떤 것들이 위험할까?

진 박사도 대부분의 경우 칫솔 내 박테리아가 큰 위협은 아니라고 말한다. 다만 면역 체계가 약한 사람들은 예외다. 진 박사의 연구에 따르면, 일부 박테리아는 항균제 내성을 만드는 유전자를 가지고 있었다. 이런 균이 감염을 일으키면 치료가 어려워질 수 있다.

그는 그러나 "이러한 유전자가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으로 존재하기 때문에, 공중보건 측면에서는 중간 정도의 우려 사항"이라고 평가했다. 반면, 이탈리아의 한 연구에서는 학생들의 칫솔 50개 전부에서 다중 약물 내성균이 검출되기도 했다.

이런 이유로 일부 칫솔은 '항균 처리'를 홍보하지만, 연구 결과 대부분 효과가 미미하거나 오히려 내성 위험을 키울 수 있다고 한다.

사실 칫솔을 사용한 뒤 실온에서 세워두고 자연 건조시키는 것만으로도 박테리아는 크게 줄어든다. 인플루엔자나 코로나바이러스 등 다수의 바이러스는 건조 과정에서 분해된다. 충치의 주요 원인균인 스트렙토코쿠스 뮤탄스(Streptococcus mutans)는 칫솔모에서 최대 8시간 생존하지만, 12시간이 지나면 사멸하기 시작한다.

미국치과협회(ADA)는 물론 최근까지 미국질병통제예방센터(CDC)도 칫솔을 덮거나 밀폐용기에 보관하지 말라고 권고해왔다. 이런 방식은 오히려 미생물 증식을 촉진하기 때문이다.

많은 치약에는 칫솔에 있는 박테리아를  제거하는 데 도움이 되는 항균 성분이 포함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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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치약에는 칫솔에 있는 박테리아를 제거하는 데 도움이 되는 항균 성분이 포함돼 있다

칫솔 청소법

자외선 살균부터 식기세척기, 전자레인지까지 다양한 칫솔 청소법이 있다. 이 중 헤어드라이어로 말리거나 위스키에 담그는 것은 가장 효과가 적은 방법으로 확인됐다. 전자레인지는 효과가 좋지만 칫솔모가 녹을 위험이 있다.

항균 성분이 함유된 치약은 칫솔 위의 바이러스를 일부 줄일 수 있다. 물로 헹구는 것도 도움이 되지만, 칫솔모에 달라붙은 박테리아를 완전히 제거하기에는 부족하다.

일부 연구자들은 1% 식초 희석액에 담그는 것을 추천하지만, 다음 사용 시 불쾌한 맛이 남을 수 있다. 대신 항균성 구강 세정액에 5~10분 담가두는 방법이 효과적이다. 페드라지 교수는 0.12% 클로르헥시딘이나 0.05% 세틸피리디늄 클로라이드가 함유된 구강 세정액을 권장했다.

'유익한 박테리아를 증식시키는 치약'이라는 새로운 시도를 하는 연구자도 있다

낡고 헤진 칫솔모는 박테리아가 서식하기 좋은 환경으로, 수분과 영양분이 풍부하다. 그래서 미국치과협회 등은 약 3개월마다 칫솔을 교체할 것을 권장한다. 면역력이 약한 사람은 더 자주 교체해야 한다. 진 박사의 연구에서도 칫솔 사용 12주 후 박테리아 수치가 최고조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일부 연구자들은 박테리아 증식을 완전히 억제하기보다 유익한 박테리아를 늘리는 방향으로 접근하고 있다. 즉, 구강 건강에 도움을 주는 "우호적인" 박테리아를 칫솔에 들어가게 하고, 이들이 잘 자라도록 돕는 프로바이오틱 치약을 개발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스트렙토코커스 살리바리우스(Streptococcus salivarius)는 유해 박테리아를 억제하고 플라크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뉴질랜드의 한 기업이 이를 시험 중이다. 또 리모실락토바실러스 로이테리(Limosilactobacillus reuteri)는 스트렙토코커스 뮤탄스와 경쟁하며 충치 예방에 기여할 잠재력을 보인다.

진 박사는 "프로바이오틱 코팅이나 생체활성 칫솔모 같은 개념은 칫솔에 건강한 미생물 균형을 조성하는 혁신적인 방법이 될 수 있다"며 "이렇게 되면 박테리아를 위험 요소가 아닌 보호 매개체로 바꿀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 분야는 아직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한 상황이다.

새로운 방법이 상용화될 때까지 우리가 할 일은 욕실의 칫솔을 다시 한번 꼼꼼하게 살펴보는 것이다. 혹시 교체할 때가 되지 않았는가? 아니면, 적어도 변기에서 조금 더 멀리 옮겨두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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