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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불법 도박 대대적 단속… NBA 스타, 마피아 등 수십 명 체포

9시간 전

불법 스포츠 베팅과 마피아와 연계된 포커 게임 조작 사건에 대한 미 연방수사국(FBI)의 대대적인 수사 과정에서 미 프로농구 NBA 선수와 감독을 포함한 수십 명이 체포됐다.

마이애미 히트의 테리 로지어, 포틀랜드 트레일블레이저스의 천시 빌럽스 감독은 지난 23일(현지시간) 연방검찰이 공개한 별도의 두 기소장에 이름을 올렸다.

우선 로지어(31)는 부상을 위장해 도박 시장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의심되는 다른 NBA 선수들과 함께 베팅 조작 혐의로 체포된 6명 중 하나다.

명예의 전당 출신으로 2021년부터 포틀랜드 트레일블레이저스를 이끌고 있는 빌럽스 감독은 다른 전직 선수들과 마피아가 연루된 별도의 불법 포커 게임 사건으로 기소된 31명 중 하나다.

현지 검찰에 따르면 뉴욕의 5대 범죄 조직 중 무려 4곳이 연루된 것으로 보이며, 이들은 유명 스포츠 스타들과 더불어 조작된 포커 게임에 피해자들을 유인한 뒤 수백만달러를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당국에 따르면 이들은 따로 표시해 둔 카드를 읽을 수 있는 특수 콘텍트렌즈와 안경, 엑스레이 테이블 등의 첨단 기술도 동원했다.

한편 NBA는 성명을 통해 연방 기소 내용을 검토하는 동안 로지어와 빌럽스에게 즉시 직무정지를 내린다고 밝혔다. 성명은 "우리는 이번 혐의를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인다. 경기의 공정성은 언제나 우리의 최우선 관심사"라고 강조했다.

로지어 측 변호인은 BBC의 미국 현지 파트너인 CBS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로지어는 도박꾼이 아니지만, 싸움을 두려워하지도 않는다. 그는 자신이 이번 싸움에서 승리하리라 기대한다"며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로지어는 23일 저녁 플로리다주 올랜도 연방법원에 출석했으며, 600만달러(약 86억원) 상당의 플로리다주 소재 주택을 담보로 하여 보석으로 풀려났다.

오리건주 포틀랜드에서 체포된 빌럽스는 23일 현지 법정에 출석하였으며, 현지 언론은 그 또한 상당한 규모의 보석금을 준비할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경기 중인 테리 로지어
Getty Images
'무서운 테리(Scary Terry)'라는 별명으로도 알려진 테리 로지어는 현재 마이애미에서 활동하는 NBA 선수이다

캐시 파텔 FBI 국장은 23일 뉴욕 브루클린에서 검찰 측과 합동 기자회견을 열어 2건의 기소 사실을 밝혔다.

그는 이번 체포를 "매우 이례적인" 사건이라고 표현하며, '11개 주에 걸친 공조 작전" 덕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수년간의 수사 끝에 수천만 달러 규모의 사기, 절도, 갈취를 적발했다"고 덧붙였다.

뉴욕 동부 지방검찰청의 조세프 노셀라 주니어 검사는 무죄 추정 원칙을 존중하겠다면서도 피고인들을 향해 "당신들의 연승 행진은 이제 끝났다. 당신들의 운도 이제 끝"이라며 경고했다.

수사 대상이 된 NBA 경기

검찰에 따르면 첫 번째 사건은 선수 및 관계자들이 공개되지 않은 정보를 이용해 주요 도박 플랫폼에서 베팅을 조작한 혐의와 관련이 있다.

노셀라 검사는 이를 "온라인 스포츠 베팅이 널리 합법화된 이후 가장 대담한 스포츠 부패 사건 중 하나"라고 규탄했다.

이번 사건에는 2023년 2월~2024년 3월 기간 열린 7경기가 연관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샬럿 호네츠 소속이었던 로지어는 뉴올리언스 펠리컨스와의 경기에서 이러한 조작에 연루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에 따르면 당시 로지어는 지인에게 자신은 부상으로 경기장을 일찍 떠날 것이라고 말했으며, 그 지인과 공범들은 로지어가 경기에서 기대 이하의 성적을 낼 것에 "20만달러 이상"을 베팅하거나, 다른 이들에게 그렇게 베팅하도록 지시했다.

검찰은 로지어가 실제로 9분 만에 경기장을 떠났으며, 이로 인해 관련자들이 수만달러의 배팅 이익을 거두었다고 주장했다.

NBA의 공식 경기 보고서에 따르면, 당시 로지어는 경기 중 오른발 통증을 호소하여 총 9분의 경기 시간을 기록했으며, 점수도 단 5점만 기록했다.

해당 경기 전까지 그는 경기당 평균 35분씩 출전하여 약 21점을 거두고 있었다.

뉴욕시의 제시카 티쉬 경찰국장은 "현재 NBA 시즌이 막 시작되었지만, 그는 부상이 아닌 도덕성 때문에 (경기장이 아닌) 벤치에 머물러 있게 되었다"고 표현했다.

‘포틀랜드 트레일블레이저스’팀의 천시 빌럽스 감독
Reuters
'포틀랜드 트레일블레이저스'의 천시 빌럽스 감독은 포커 게임 조작에 연루된 혐의를 받고 있다

로지어의 변호인인 제임스 트러스티는 성명을 통해 "검찰은 실제 부정행위가 있었음을 보여주는 증거가 아닌 신뢰하기 어려운 출처의 진술을 근거로 삼는 듯하다"며 "로지는 이미 NBA로부터 무혐의 처분을 받았는데, 검찰이 이 말도 안 되는 사건을 들먹이고 있다"고 비난했다.

지난 1년여간 로지어를 대리해왔다는 트러스티는 23일 아침 FBI 요원들이 호텔에서 그를 체포한다는 통보를 하기 전까지만 해도 로지어는 검찰의 표적이 아닌 참고인이었다고 전했다.

한편 전 NBA 선수 데이먼 존스도 이 수사의 일환으로 체포된 것으로 알려졌다.

존스는 2023년 2월 '로스앤젤레스 레이커스' 대 '밀워키 벅스'의 경기, 2024년 1월 '레이커스' 대 '오클라호마시티 선더'의 경기 등 이번 수사에서 확인된 2건의 경기에 연루된 것으로 알려졌다.

스포츠 경기 전 결과 등을 예측하여 돈을 거는 베팅은 1992~2018년 미국 대부분 지역에서 불법이었으나, 연방대법원이 그 규제 권한을 주정부에 넘긴다고 판단했다.

이후 연방 금지령이 폐지되며 스포츠 베팅 산업은 폭발적으로 성장했고, 주요 스포츠 리그와 미디어 기업들은 수십억달러 규모를 자랑하는 이 산업에 함께 하고자 도박업체들과 제휴를 맺기 시작했다.

포커 게임 조작과 마피아

2번째 기소장의 피고인 31명은 불법 포커 게임을 조작하고 수백만달러를 탈취한 혐의를 받고 있다.

해당 사건에는 '보나노', '제노베즈', '감비노' 등 뉴욕의 주요 범죄 조직과 조직원 및 연관자 13명이 연루된 것으로 보인다.

노셀라 검사는 표적 피해자들이 빌럽스와 존스 등 전직 프로 선수들과 함께 라스베이거스, 마이애미, 맨해튼, 햄튼스에서 게임을 하도록 피해자들을 유인한 뒤, 한 게임당 수만달러에서 수십만달러를 "갈취"했다고 주장했다.

또한 이들은 카드를 읽을 수 있도록 개조된 셔플링 머신 등 "매우 정교한 기술"을 동원했다고 한다. 일부는 미리 표시해 둔 카드를 구별하고자 특수 콘택트렌즈나 안경 등을 착용하기도 했으며, 카드가 뒤집힌 상태에서도 읽을 수 있도록 엑스레이 테이블을 사용하기도 했다.

노셀라 검사는 "(피해자들은) 딜러부터 플레이어까지 이러한 포커 게임에 참여한 모두가 공범임을 몰랐다"고 강조했다.

티쉬 경찰국장에 따르면 피해자들이 돈을 내기 거부할 경우 조직원들이 협박과 위협을 동원해 돈을 받아냈다고 한다.

이번 기소 내용에는 강도, 갈취, 전산사기, 텔레뱅킹 금융사기, 불법 도박 등이 포함되어 있다.

당국에 따르면 이 같은 공모로 피해자들이 사기당한 금액은 총 700만달러에 달하며, 180만달러를 잃은 피해자도 있다.

FBI 뉴욕 지부의 크리스토퍼 라이아 지부장은 "이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며 마피아 조직원들이 "우리 지역사회를 더 이상 파괴하지 못하도록" FBI는 밤낮으로 수사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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