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29일 방한 확정… 한국 방문기간 일정은
백악관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오는 29일(한국시간) 1박 2일 일정으로 방한해 이재명 대통령과 회담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방한 이틀째인 30일에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미중 정상회담을 갖고 당일 귀국한다. 한미 관계뿐 아니라 미중 경쟁 구도와 한반도 정세에도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한중일 정상 다 만난다
백악관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24일 밤 워싱턴DC를 출발해 26일 말레이시아에서 안와르 이브라힘 총리와 회담한 뒤 27~28일 일본 도쿄에 머무르며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와 정상회담을 진행한다.
이어 29일 한국에 도착해 이재명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는다. 한미 정상이 만나는 것은 지난 8월 워싱턴DC 정상회담 이후 두 번째 만남이다.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 방문 중 이재명 대통령과 양자 회담을 가진 뒤 APEC CEO 오찬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같은 날 저녁 APEC 정상들의 실무 만찬에 참석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정상회담 장소와 관련해 백악관은 부산을 명시했으나, 한국 정부는 경주 가능성도 열어둔 상태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24일 브리핑에서 "구체적으로 말하기는 어렵지만, 회담은 경주나 그 주변에서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김정은 만날까?...주요 관전 포인트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방한은 여러 차원에서 주목된다. 우선 한미 간 3500억 달러(약 501조원) 규모의 대미 투자 패키지가 정상회담을 계기로 최종 타결될지가 핵심 관심사다. 투자금 중 현금 비율과 자금 조달 기간 등을 둘러싼 막판 조율이 정상 간 최종 담판을 통해 결론날 가능성이 있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이 APEC CEO 오찬에서 내놓을 기조연설의 방향에도 관심이 쏠린다. 이번 연설은 미국이 향후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어떤 경제 협력 기조를 취할지를 가늠할 수 있는 신호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미국은 인도태평양 전략을 조정하며 동맹 중심의 경제 협력을 강화하는 한편, 공급망 재편과 첨단 기술 분야에서도 정책적 영향력을 확대해 왔다.
이에 따라 연설이 이러한 기조를 유지하며 경제안보 중심 메시지를 강조할지, 또는 APEC의 전통적 원칙인 다자주의와 개방형 경제협력을 재확인하는 방향으로 나올지가 주목된다. 특히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양자회담을 앞둔 시점이라는 점에서, 연설 수위와 표현 방식도 관심 요소 중 하나다.
트럼프 대통령은 방한 이튿날인 30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양자 회담을 가질 예정이다. 전 세계가 집중하는 자리이기도 하다.
이번 미중회담은 2019년 오사카 G20 정상회의 이후 6년 만이다. 앞서 22일 마르크 뤼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사무총장과 회담하는 자리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미중회담이) 상당히 긴 회담이 될 것"이라며 의미를 부여했다.
이 자리에서는 미국의 고율 관세 예고, 중국의 희토류 수출 통제, 농축산물 시장 개방 등 양국 통상 현안이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회담 결과에 따라 미중 갈등의 완화 또는 재격화 가능성이 거론되며, 이는 한국을 포함한 역내 경제 환경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북한 관련 동향도 주요 변수로 거론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9년 6월 방한 당시, 불과 몇 시간 전 트위터를 통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판문점 만남을 전격 제안했고, 북한이 이를 수락하면서 비무장지대(DMZ)에서 '깜짝 회동'이 성사된 사례가 있다.
이러한 선례 때문에 이번 방한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이 대북 메시지를 활용한 예측 불가능한 연출을 시도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도 나온다.
그런 가운데 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2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북미 양 정상이 이 기회를 놓치면 안된다"며 "결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정 장관은 "현재 북·미간 물밑접촉에 대해서 확인된정보는 없다"면서도 "다만 단서와 징후들이 있다"고 말했다.
유엔군사령부의 판문점 특별견학이 중지되고, 북측은 최근 판문점 북측 시설을 1년 만에 미화 작업하는 동향이 관찰됐다는 설명이다.
그는 "판문점에서 북측이 청소, 풀 뽑기, 화단 정리, 사진 촬영을 하는 모습들이 포착됐다"며 "이런 미화 작업은 올해 들어 처음 관찰된 모습"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정 장관은 북미 정상회담이 성사될 시 한국 정부의 역할과 관련해서는 "대통령께서도 지지하고 지원하겠다고 말한 만큼 차량, 통신 등 여러 분야에서 북미 정상회담이 이뤄질 경우를 대비해 할 일을 다 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한미 정상회담 의제에서도 북핵 문제나 한반도 안보 상황이 어느 정도 논의될지, 트럼프 대통령이 다음날 예정된 미중 정상회담에서 북한 문제를 언급하거나 중국의 역할 강화를 요구할 가능성도 주목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1박 2일간의 일정을 마치고 30일 밤 워싱턴으로 귀국할 예정이다. 오는 31일부터 경주에서 이틀간 열리는 APEC 정상회의 본회의에는 참석하지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이재명 대통령의 연쇄 정상외교도 이어져
한편, 이재명 대통령은 APEC 의장국 정상으로서 연쇄 외교 일정을 이어간다. 이 대통령은 29일 오전 APEC CEO 서밋 개막식 특별 연사로 나선 뒤, 트럼프 대통령과 한미 정상회담 및 국빈 만찬 일정을 수행한다.
이후 30일부터 본격 개막되는 APEC 정상회의에서 캐나다, 싱가포르 등 주요 정상과 양자회담을 이어가며 외교 무대를 주도할 계획이다.
다음 달 1일에는 APEC 의장직을 중국에 공식 인계한 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한중 정상회담을 진행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