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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끄러운 세상은 우리의 건강을 어떻게 해치나

2025.03.23
소음측정기를 들고 있는 제임스 갤러허 기자
BBC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소음측정기를 들고 있는 제임스 갤러허 기자

우리는 보이지 않는 살인자에 둘러싸여 살아간다. 너무 흔해서 이로 인해 우리의 수명이 짧아지고 있다는 것도 거의 알아차리지 못할 정도다.

이 살인자가 심장마비, 제2형 당뇨병을 유발할 뿐만 아니라 심지어 치매와도 관련이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그 정체는 무엇일까. 정답은 바로 소음이다. 소음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은 청력 손상 그 이상이다.

영국 런던 세인트 조지 대학교의 샬롯 클라크 교수는 "소음은 공중 보건 위기이다. 수많은 이들이 일상생활에서 소음에 노출되고 있다"고 말한다.

우리가 이에 대해 잘 이야기하지 않지만, 소음은 이미 위기이다.

BBC는 소음이 언제 위험해지는지 살펴보고, 소음으로 건강이 위태로운 이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아울러 이 시끄러운 세상을 극복할 방법이 있는지 알아보았다.

우선 나는 섬뜩할 정도로 조용한 소음 실험실에서 클라크 교수를 만났다. 소음에 대한 내 몸의 반응을 알아보고자 두꺼운 스마트워치처럼 생긴 장치를 착용했다. 내 심박수와 땀의 양 등을 측정할 장치다.

헤드폰이 있다면 여러분도 해볼 수 있다. 다음 영상 속 5가지 소리를 듣고 어떤 기분이 드는지 생각해보라.

내게 유난히 듣기 거슬렸던 소리는 방글라데시 다카의 교통 소음이다. 전 세계에서 가장 시끄러운 도시라는 별명을 지닌 곳이다. 이 소리를 듣자마자 어마어마하게 스트레스를 주는 교통 체증 속에 갇힌 듯한 기분이었다.

그러자 센서가 내 흥분 상태를 감지했다. 심박수가 올라가고 피부에서 땀이 많이 나기 시작한 것이다.

다음 소리를 준비하던 클라크 교수는 "교통 소음이 심장 건강에 영향을 미친다는 증거는 정말 많다"고 했다.

놀이터에서 들리는 즐거운 소리는 내 몸을 진정시켰다. 반면 개가 짖는 소리, 이른 새벽 이웃의 파티 소리는 부정적인 반응으로 이어졌다.

그렇다면 왜 소리에 따라 몸이 변하는 것일까.

이에 대해 클라크 교수는 "소리에 대해 감정적으로 반응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소리는 귀를 통해 뇌로 전달되고, 뇌의 감정 중추인 편도체가 감정적 평가를 내린다.

이는 신체의 투쟁-도피 반응의 일부로, 포식자가 덤불을 뚫고 덤벼드는 소리와 같은 소리에 빠르게 반응하도록 진화한 결과다.

클라크 교수는 "그래서 심박수가 올라가고, 신경계가 활성화되고, 스트레스 호르몬이 분비된다"고 덧붙였다.

소음이 어떻게 인체에 해를 끼치는지 보여주는 그래픽
BBC

위급한 상황에서는 이러한 반응이 도움이 되겠으나, 장시간 이어지면 피해를 주기 시작한다.

클라크 교수는 "몇 년 동안 (소음에) 노출되면 신체가 항상 그런 반응을 보이면서 심장마비, 고혈압, 뇌졸중, 제2형 당뇨병 등의 발병 위험이 커진다"고 지적했다.

방심할 수 없는 점은 이러한 반응은 우리가 깊이 잠들어 있는 동안에도 일어난다는 것이다.

여러분은 점차 소음에 적응했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나 또한 공항 근처 아파트에 살 당시 그렇게 생각했다. 그러나 생물학에 따르면 그렇지 않다.

클라크 교수는 "사람들의 청력은 꺼질 수 없다. 잠들어 있을 때도 계속 귀는 듣고 있다. 그래서 심박수 증가와 같은 이러한 반응들은 잠을 자는 동안에도 계속 일어난다"고 했다.

코코
BBC
사그라다 파밀리아 근처에 사는 코코는 아파트 주변 소음으로 인해 건강이 나빠지고 있다고 말한다

소음은 원치 않는 소리를 뜻한다. 기차, 비행기 등 교통수단이 주요 원인이지만, 우리가 즐겁게 지내는 소리도 소음이 될 수 있다. 한 사람의 즐거운 파티가 다른 사람에게는 참을 수 없는 소음이 되기도 한다.

나는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유서 깊은 빌라 데 그라시아 지역에 자리한 4층 아파트에서 이곳 주민 코코를 만났다.

문고리에는 이웃이 선물하고 간 신선한 레몬이, 냉장고에는 또 다른 이웃이 만들어준 토르티야가 있었다. 코코는 내게 제과 기술을 배우고 있는 또 다른 이웃이 준 멋진 케이크를 권했다.

코코가 사는 집 발코니에서는 이 도시의 명물인 사그라다 파밀리아가 보인다. 코코가 이 아파트를 선택한 이유가 짐작되는 부분이었다.

그러나 엄청난 대가가 따랐다.

현재 코코는 아마도 이 아파트에서 나가야 할 것 같다고 토로했다.

"너무 시끄럽다. 24시간 내내 시끄럽다"는 것이다.

근처에는 개 전용 공원이 있어 "개들이 새벽 2, 3, 4, 5시"에도 짖는다는 코코는 게다가 아파트 안뜰에서는 아이들의 생일 파티부터 불꽃놀이, 종일 이어지는 콘서트까지 각종 행사가 열린다고 했다.

그녀는 휴대전화를 꺼내 창문 유리가 진동할 정도로 큰 소리의 음악을 틀어 놓았다.

집은 직장 스트레스로부터 피난처가 되어야 하지만, 주변 소음으로 인해 "짜증 나고, 울고 싶을 정도"이다.

코코는 "가슴 통증으로 2번이나 입원했다"면서 소음으로 인한 스트레스가 자신의 건강을 "분명히" 해치고 있다고 했다. "분명히 신체적 변화가 느껴진다. 확실히 몸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설명이다.

한편 세계보건기구(WHO)의 조사 일환으로 소음과 관련한 증거를 검토한 마리아 포라스터 박사에 따르면 바르셀로나에서는 교통 소음으로 인해 매년 300건의 심장마비와 30명의 사망자가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마리아 포라스터 박사
BBC
마리아 포라스터 박사는 교통 소음은 매우 흔하기 때문에 특히 건강에 큰 영향을 끼친다고 말했다

유럽 전역에서도 소음으로 인해 매년 1만2000명이 조기 사망하고 있으며, 수백만 명이 심각한 수면 장애를 호소할 뿐만 아니라 정신 건강을 악화할 수 있는 심각한 소음 불쾌감을 호소하고 있다.

나는 바르셀로나에서 가장 번화한 도로에서 작은 공원을 두고 떨어진 한 카페에서 포라스터 박사를 만났다. 내 소음 측정기에 따르면 멀리서 들려오는 교통 소음은 60데시벨을 조금 넘기는 수준이다.

목소리를 높이지 않고도 쉽게 대화를 나눌 수 있으나, 이미 건강에 해로운 수준이다.

심장 건강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하는 수준은 53데시벨이며, 이보다 높을수록 건강 상의 위험이 커진다는 게 포라스터 박사의 설명이다.

포라스터 박사는 "이 53데시벨이라는 수준은 우리 주변 환경이 꽤 조용해야 함을 뜻한다"고 했다.

시계 소리 20dB, 조용한 도서관 40dB, 사무실 60dB, 진공청소기 80dB, 오토바이 100dB, 사이렌 120dB, 총성 140dB 등 주변 소음의 데시벨 수준을 보여주는 그래픽
BBC

그러면서 "이는 낮일 경우다. 밤에는 수면을 위해 더 조용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소음의 크기뿐만 아니라 소음이 얼마나 방해가 되는지, 소음을 얼마나 통제할 수 있는지도 소음에 대한 감정적 반응에 영향을 미친다.

포라스터 박사는 소음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은 "대기 오염 수준"이지만, 이해하기는 훨씬 더 어렵다고 강조했다.

"우리는 화학물질이 건강에 영향을 미칠 수 있고, 해롭다는 것은 잘 받아들이지만 소음과 같은 물리적 요인이 단순히 청각 문제뿐만 아니라 건강에 전반적으로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은 잘 이해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시끄러운 파티는 때로는 삶의 가치를 느끼게 하는 즐거움이 될 수도 있고, 누군가에게는 참을 수 없는 소음일 수도 있다.

교통 소리는 가장 많은 사람들에게 노출되는 소음이기에 건강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지만, 누군가가 출근하거나 쇼핑을 가거나 등교하는 소리이기도 하다.

소음 문제를 해결한다는 것은 사람들에게 삶을 다르게 살도록 요구하는 것이고, 이는 그 자체로 문제의 원인이 된다.

나탈리 뮬러 박사
BBC
'바르셀로나 세계 보건 연구소'의 나탈리 뮬러 박사. 박사가 서 있는 이곳은 한때 차량으로 붐볐으나, 이제 한적한 보행자 도로가 되었다

'바르셀로나 세계 보건 연구소'의 나탈리 뮬러 박사는 나를 시내 중심가로 데려갔다. 번잡한 도로에서 소음을 측정하니 80데시벨이 넘었다. 조용한 가로수길에서는 50데시벨로 줄어들었다.

그러나 이 거리에는 뭔가 특별한 점이 있다. 이곳은 한때 차량으로 붐비던 번잡한 도로였으나, 이제는 보행자와 카페, 정원이 가득하다.

조성된 화단의 모양에서 옛 교차로의 흔적을 찾아볼 수 있었다. 여전히 차량으로도 이곳에 진입할 수 있으나, 매우 천천히 와야 한다.

특정 소리는 진정 효과가 있다는 앞선 실험 결과를 기억하는가.

뮬러 박사는 "이곳도 완전히 조용한 것은 아니지만 소리와 소음에 대한 인식이 달라진다"고 했다.

예전에는 차로였으나, 지금은 나무와 식물들로 둘러싸인 도보가 된 거리
Getty Images
바르셀로나의 슈퍼블록 계획의 일환으로 조성된 보행자 구역

초기 계획은 도시의 여러 블록을 한데 묶어 보행자 친화적인 구역인 '슈퍼블록' 500여 개를 조성하는 것이었다.

뮬러 박사는 해당 프로젝트를 통해 도시의 소음이 5~10% 감소하여 매년 소음으로 인한 "조기 사망" 약 150건을 예방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그리고 이는 건강상 이점의 "빙산의 일각"에 불과했을 테다.

하지만 실제로는 건설된 슈퍼블록은 단 6개뿐이다. 바르셀로나 시 의회는 이에 대한 논평을 거부했다.

도시화

소음의 위험성은 계속 증가하고 있다. 도시화로 인해 시끄러운 도시에서 살아가는 인구는 점점 늘고 있다.

방글라데시의 다카는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대도시 중 하나다. 이로 인해 교통량이 증가하면서 이곳은 자동차 경적의 불협화음으로 가득한 공간이 되었다.

다카에서 예술가로 활동하는 모미나 라만 로얄은 침묵 시위를 통해 도시의 소음 문제에 대한 대중의 관심을 환기시키며 '고독한 영웅'이라는 별명을 얻은 인물이다.

그는 큰 소리로 경적을 울려 큰 피해를 주는 운전자들을 비난하는 메시지를 담은 노란색 플래카드를 들고 매일 약 10분 동안 번잡한 도로의 교차로에 서 있는다.

모미나 라만 로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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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카에서 예술가로 활동하는 모미나 라만 로얄모미나 라만 로얄

그는 딸이 태어나면서 이 같은 활동을 펼치게 되었다고 했다. "다카뿐만 아니라 방글라데시의 모든 경적을 멈추고 싶다"는 설명이다.

"새, 나무, 강은 인간이 없다면 아무런 소음도 내지 않습니다. 그러니 인간의 책임이지요."

한편 정치적 행동도 시작되고 있다. 방글라데시 정부의 환경 고문이자 장관인 시에다 리즈와나 하산은 소음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매우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에 현지 정부는 소음 수준을 낮추고자 경적을 울리는 행위를 단속하고 있으며, 인식 개선 캠페인을 진행하고, 기존 법률을 더 엄격히 집행하고자 노력 중이다.

하산 장관은"1년이나 2년 안에 소음을 완전히 없애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그 수준을 낮출 수는 있으리라 본다"면서 "시민들도 소음이 줄어들면서 더 기분이 좋아질 것이고, 습관도 변하리라 확신한다"고 했다.

소음에 대한 해결책은 어렵고 복잡하며, 해결하기 힘든 일일 수 있다.

소음은 "침묵의 살인자이자 느리게 퍼지는 독"이라는 방글라데시 전문대학의 마스르 압둘 쿼더 박사의 비유를 곱씹으며 우리 삶에서 소음에서 벗어날 수 있는 공간을 찾을 수 있다는 것에 새삼 감사함을 느끼게 된다.

다큐멘터리 'LOUD' 제작: 제리 홀트

추가 보도: 살만 사이드(방글라데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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