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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조력사망' 순간에 BBC를 초대한 남성

1일 전
웨인이 세상을 떠나기 직전에 아내 스텔라(오른쪽)와 자녀 애슐리(왼쪽) 및 에밀리와 찍은 사진
BBC
웨인이 세상을 떠나기 직전에 아내 스텔라(오른쪽)와 자녀 애슐리(왼쪽) 및 에밀리와 찍은 사진

시계는 오전 10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약 두 시간 정도 후면, 웨인 호킨스는 세상을 떠날 예정이었다.

올해 80세인 웨인이 50년 넘게 아내(스텔라)와 함께 살고 있는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에 있는 방갈로에는 햇살이 가득했다.

내가 방갈로의 문을 두드리자, 지난 2주간 아버지의 곁을 지켰다는 에밀리(48세)와 애슐리(44세)가 나를 맞이했다.

웨인은 하루 대부분을 안락 의자에서 보낸다고 했다. 난치병 말기로 몸이 쇠약해진 터라, 집 밖으로 나갈 수 없기 때문이다.

웨인이 살고 있는 미국 캘리포니아주는 의료 조력 사망이 합법이다. 그는 자신의 마지막 순간을 보여주겠다며, BBC 뉴스를 초대했다. 현재 영국 의회에서 논의중인 '잉글랜드 웨일즈의 조력 사망 법안'이 통과될 경우, 해당 지역에 사는 불치병 말기 환자들도 비슷한 생의 마침표를 선택할 수 있게 되기 때문이었다.

*이 기사에는 일부 독자들이 불편하게 느낄 수 있는 묘사나 설명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내가 웨인의 집에 도착하고 30분쯤 지나자, 그는 구토 방지제 세 알을 삼켰다. 곧 복용할 치명적인 약을 토해내지 않기 위한 조치였다.

나는 그에게 오늘이 정말 생의 마지막 날인지 물었다. 그는 "나는 모든 것을 걸었다"고 말했다. "몇 주 전에 결심했고, 그 이후로 한 치의 망설임도 없었습니다."

그의 가족은 내게 마지막으로 가족 사진을 촬영해달라고 부탁했다. 카메라 앞에서 웨인과 스텔라 부부는 평소처럼 손을 잡았다.

잠시 후 도니 무어 박사가 도착했다. 임종 클리닉을 운영하면서 여러 차례 웨인 가족을 만나 온 의사였다. 캘리포니아주 법은 환자의 주치의가 또 다른 의사 한 명과 함께 환자가 조력 사망 지원을 받을 자격이 있는지 확인하게끔 규정하고 있다.

무어 박사는 지금까지 150여 건의 조력 사망에 참여했다. 그는 웨인이 점차 죽음에 가까워지자, 의사인 동시에 상담사 역할을 했다.

웨인의 침실 선반 가장 높은 곳에는 흰색의 고운 가루가 든 갈색 유리병이 있었다. 전날 그의 집으로 배달된 다섯 가지 약물과 진정제, 진통제의 혼합물이었다. 무어 박사는 그 안에 들어 있는 약물의 용량이 일반 의료용보다 수백 배나 많고, 그 효과가 치명적이라고 말했다. 영국 의회에서 논의중인 법안은 캘리포니아주와 달리, 임종을 위한 약물을 의사가 직접 가져오도록 규정했다.

웨인이 준비가 되었다는 신호를 보냈다. 의사는 쓴맛을 덜어주기 위해 체리와 파인애플 주스에 가루를 탔다. 그리고 그렇게 만들어진 분홍색 액체를 웨인에게 건넸다.

의사인 무어 박사도, 약물 복용 후 숨이 완전히 멎기까지 얼마나 걸릴지 장담하지 못했다. 무어 박사는 경험적으로는 보통 30분에서 2시간 사이에 사망하지만, 17시간이 걸린 적도 있었다고 말했다.

이 기사는 웨인이 어떻게, 왜 죽음을 선택했는지에 대한 것이다. 동시에 다른 이들은 왜 그러한 길을 선택하지 않았는지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내가 웨인 부부를 처음 만난 것은 몇 주 전이었다. 일각에서 조력 사망을 둘러싼 논란이 뜨겁던 그 시점에, 웨인은 내게 자신이 조력 사망을 결심한 이유를 들려주었다.

그는 "어떤 날은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고통이 컸다"며 "삽관과 영양 공급 튜브 등 각종 장비에 묶여 천천히 고통받으며 죽어가는 것은 아무런 장점이 없어 보였다"고 말했다.

"그런 마무리는 추호도 원치 않았습니다."

웨인은 친척 두 명이 심부전으로 "비참하고 가혹하게" 죽음을 맞는 것을 본 적이 있다고 말했다.

"병원에서 생을 마감하는 것은 비참해서 싫었습니다. 차라리 길에서 죽는 게 낫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웨인과 스텔라는 1969년에 만나, 4년 후 결혼했다. 흡사 중매처럼, 웨인의 어머니는 그가 스텔라와의 결혼을 결심할 때까지 스텔라를 저녁 식사에 계속 초대했다.

부부는 레드우드 나무 숲이 우거진 캘리포니아 북부 아르카타에서 수 년간 살았다. 웨인은 조경사였고 스텔라는 초등학교 교사였다. 이들은 휴일이면 아이들을 데리고 하이킹과 캠핑을 다니는 단란한 가족이었다.

내가 웨인을 만났을 때 그는 말기 심부전으로 이미 죽음에 가까워진 상태였다. 게다가 전립선암과 간부전, 심각한 척추 통증을 일으키는 패혈증도 그를 괴롭히고 있었다.

병원에서는 웨인이 앞으로 6개월도 채 살지 못할 것이라 전망했다. 예상 수명 6개월 미만은 캘리포니아주에서 조력 사망을 받을 수 있는 조건 중 하나다. 그는 조력 사망을 요청해 두 명의 의사로부터 승인을 받았고, 치사 약물을 자가 투여하기로 했다.

내가 웨인을 처음 만난 날, 그는 영국에 사는 불치병 말기 성인들도 자신과 같은 조력 사망에 대한 권리를 갖게 되기를 바란다며 BBC가 자신의 마지막을 지켜봐 달라고 부탁했다.

도니 무어 박사
BBC
도니 무어 박사는 수십 건이 넘는 조력 사망에 참여했다

그는 "영국은 국민의 자유를 잘 보장하고 있는 국가인데, 이것 역시 또 하나의 자유"라고 말했다. "'예상 생존 기간 6개월 이하'와 같은 규칙을 충족하는 한, 사람들은 죽음의 시기를 선택할 수 있어야 합니다."

올해 78세인 스텔라도 남편의 결정을 지지했다. "저는 남편을 50년 넘게 알고 지냈어요. 그는 매우 독립적인 사람입니다.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알았고, 항상 문제를 풀어왔습니다. 지금도 그렇게 살고 있습니다. 이번 결정이 그가 스스로 선택한 것이라면 저는 동의합니다. 그가 병으로 인해 너무나 많이 고통받는 것을 보았습니다. 더 이상 고통받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잉글랜드 웨일즈에서 제안된 조력 사망 법안 기준을 적용하더라도, 웨인은 조력 사망을 선택할 자격을 갖는다. 영국의 법안은 현재 의회 위원회와 공청회 등을 거쳤고, 이달 말 하원으로 다시 돌아간다. 그렇게 되면 모든 하원 의원들이 난치병 말기 성인(임종) 법안 개정에 대해 토론하고 투표할 예정이다.

킴 리드비터 영국 노동당 의원이 발의한 이 법안에 따르면, 의료진의 도움을 받아 삶을 끝내고자 하는 사람은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정신적 능력이 있어야 한다. 6개월 이내에 사망할 것으로 예상되어야 하고, 조력 사망을 원한다는 의사를 증인과 서명을 통해 두 차례 밝혀야 한다. 또한 두 명의 독립적인 의사를 통해 죽음을 선택할 자격이 있다는 것도 입증해야 한다.

작년 11월, 이미 영국 의회는 조력 사망에 대해 원칙적으로 찬성표를 던졌다. 하지만 조력 사망은 아직도 의견이 엇갈리는 사안이다. 이번에 의회가 최종적으로 법안을 승인하면, 내년에 법으로 제정되어 향후 4년 내에 시행될 전망이다.

캘리포니아주는 2016년에 조력 사망 법안이 도입되었지만, 대중의 의견은 여전히 다양하다. 결혼한 지 43년이 된 72세 동갑내기 부부 미셸과 마이크 카터는 현재 부부가 모두 항암 치료를 받고 있다. 마이크는 림프절로 전이된 전립선암을 앓고 있고, 미셸은 말기 난소암으로 몸 전체에 암세포가 퍼진 상태다.

미셸은 "나는 어머니의 임종 때 어머니의 손을 잡았고, 아버지가 돌아가실 때는 아버지의 손을 잡았다"고 말했다."인간에게는 선택의 자유가 있다고 믿는데, 저는 완화 의료를 선택했습니다... 저에게는 신이 있고 훌륭한 의학이 있기 때문입니다."

미셸 카터
BBC
미셸 카터는 의학을 신뢰한다

미셸의 주치의이자 완화 의료 전문가인 빈센트 응우옌 박사는 어떤 사람들에게는 미국 일부 주에 도입된 조력 사망 법안이 죽음만이 유일한 선택지라고 생각하게 만드는 "암묵적 강요"가 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때문에 그는 "사람들이 삶을 끝내게 하는 대신, 사람들을 돌볼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마련하자"고 말했다. "그들이 사랑받고 있고, 사람들이 그들을 원하고 있으며, 그들이 가치 있는 존재라는 것을 알게 해주었으면 합니다."

그는 조력 사망 법안 때문에 의사들이 치료자에서 살인자로 여겨지게 되었다고 했다. 그리고 의료 시스템 역시 "당신을 치료하는 것은 돈이 많이 드는 반면 죽음은 더 저렴한 선택지이니 죽음을 선택하는 것이 더 낫다"는 메시지를 보내는 것처럼 변해버렸다고 말했다.

일부 장애인 인권 운동가들도 조력 사망으로 인해 불안해졌다고 말했다. 근위축증과 만성 호흡 부전을 앓고 있는 잉그리드 티셔는 "조력 사망 법안은 캘리포니아주의 장애인들이 '삶을 끝내고 싶다'고 말할 때 자살 예방이 아니라 자살 지원을 받을 자격이 있다는 메시지를 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한 사고방식에서 우리는 어떤 존재일까요?"

일부 비평가들은 조력 사망이 합법화되면 시간이 흐르면서 "미끄러운 비탈길" 현상이 나타날 것이라고 말한다. 법안의 안전장치가 점차 약화될 것이라는 뜻이다. 캘리포니아주에서도 처음에는 환자가 조력 사망을 요청할 때 두 차례 요청 사이에 15일의 숙려 기간을 두었다. 하지만 이 기간 중에 많은 환자가 사망하자, 이후 숙려 기간은 48시간으로 단축되었다. 영국 의회에서 논의중인 절차에 따르면, 환자의 요청부터 승인 완료까지 약 한 달 정도가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잘 있어", 웨인이 가족에게 전한 마지막 인사

웨인이 세상을 떠나던 날 아침, 그의 집 창 밖에서 새 한 마리가 큰 소리로 노래를 했다. 이를 들은 웨인이 스텔라에게 "밖에 또 그 앵무새가 왔다"고 말하자, 두 사람의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

스텔라는 웨인이 밤잠을 깨우는 저 앵무새를 미워했다고 농담하며, 남편의 손을 꼭 잡았다. 에밀리와 애슐리는 어머니 옆에 자리를 잡았다.

맞은편에 있던 무어 박사에게서 분홍색 액체를 건네받은 웨인은 조금도 주저하지 않고 액체를 삼켰다. 그리고는 가족에게 "잘 자"라고 말했다. 시간은 오전 11시 47분, 그의 전형적인 유머 감각이 엿보이는 인사였다.

2분 후, 웨인은 잠이 온다고 말했다. 무어 박사는 그에게 부드러운 바람이 피부를 스치는 광활한 꽃의 바다를 상상해 보라고 말했다. 평생을 자연과 더불어 살아온 웨인에게 적절한 조언이었다.

3분 후, 웨인은 더 깊은 잠으로 빠져 들었다. 그는 눈을 감은 채로 몇 차례 심호흡을 하더니, 어느새 부드럽게 코를 골기 시작했다.

무어 박사는 가족에게 "상상할 수 있는 가장 깊은 잠"이라며, 에밀리에게는 웨인이 깨어나서 "효과가 좀 있었어?"라고 물어볼 가능성은 없다고 말했다.

이 말에 스텔라는 "그이가 할 법한 농담"이라고 말하며 웃었다.

웨인이 세상을 떠나기 직전, 웨인과 가족들의 모습
BBC
웨인이 세상을 떠나기 직전, 웨인과 가족들의 모습

웨인 가족은 캠핑카로 개조한 대형 밴을 타고 휴가를 즐겼던 추억을 떠올렸다. 애슐리는 "나는 아버지와 함께 차 뒤쪽에 단열재를 깔아서 잘 공간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가족이 모여 앉은 거실 벽에는 에밀리와 애슐리가 어린 시절 거대한 할로윈 호박 조각 옆에서 찍은 사진이 걸려 있었다.

무어 박사는 계속해서 웨인의 손을 쓰다듬으며 맥박을 체크했다. 에밀리가 "항상 걷고, 항상 야외에서 활동하고, 항상 활동적"이었다고 말한 웨인이 가장 소중한 사람들 곁에서 인생 여정을 마무리하는 순간이었다.

오후 12시 22분, 무어 박사는 "이제 세상을 떠난 것 같다... 편안히 쉬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창 밖 앵무새의 노래도 더 이상 들리지 않았다. 스텔라는 남은 가족들을 끌어안으며 "아버지가 더 이상 고통스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나는 가족끼리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밖으로 나갔다. 그리고 방금까지 눈으로 본 것과 촬영한 내용들을 되짚었다.

나는 BBC에서 20년 넘게 의료 윤리를 취재했다. 의사로 일하다 은퇴한 앤 터너 박사가 2006년 '디그니타스'(스위스의 조력 사망 지원 단체)의 도움을 받아 세상을 떠난 취리히의 한 아파트 바로 앞에서도 조력 사망을 취재했었다. 하지만 조력 사망을 두 눈으로 직접 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이 이야기는 단순히 캘리포니아주에서 세상을 떠난 한 남자의 이야기가 아니다. 어쩌면 잉글랜드 웨일즈에서 조력 사망을 선택할 수 있는 자격을 갖춘 이들이 조력 사망을 선택했을 때 경험하게 될 현실일지도 모른다.

영국 의회에서 논의중인 법안에 찬성하든 반대하든, 죽음으로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낸 가족은 숱한 감정 속에서 타인은 헤아릴 수 없는 시간을 보내게 된다. 웨인이 그러했듯, 모든 죽음은 흔적을 남긴다.

추가 취재: 조슈아 팔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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