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 해리스의 러닝메이트 팀 월즈 부통령 후보는 누구?
“이 사람들은 정말 괴상하다(weird)”는, 케이블 TV와의 인터뷰 중 했던 발언이 큰 화제가 되며 팀 월즈(60) 미네소타 주지사는 카멀라 해리스 민주당 대선 후보의 러닝메이트로 발탁됐다.
그는 상대 공화당을 향해 민중적이고 친근한 말투로 톡 쏘는 독설을 내뱉는 인물이다.
정치 입문 전에는 공립학교 교사, 고교 미식축구팀 감독, 주 방위군 등으로 활동해, 매력적인 과거를 지녔다.
공화당 색채가 짙은 선거구에서 연방 하원의원으로 당선됐으며, 이후 미네소타의 주지사로서 좌파 성향의 정책들을 통과시킨 월즈의 정치 이력은 정치가 극도로 양극화된 현시점에서 미 유권자들에게 두루두루 다가갈 수 있는 요소다.
교사, 고교 미식축구팀 감독, 연방 하원의원
월즈는 네브래스카주 시골 마을 출신으로, 여름이면 농사를 짓거나 사냥을 하며 지냈다. 그러다 17세가 되던 해, 미 육군 주 방위군에 입대해 24년간 비상근으로 복무했다.
입대를 권유한 이는 공립학교의 행정 직원이자, 월즈가 19세 때 폐암으로 세상을 떠난 부친이었다. 그의 부친은 한국전쟁 참전용사기도 하다.
월즈는 사회 보장 제도의 일환인 유족 수당이 자신의 가족에게 얼마나 큰 힘이 됐는지, ‘제대군인의 사회 적응지원 법안’을 통해 어떻게 대학 학자금을 마련할 수 있었는지에 대해 주지사 시절 이야기한 바 있다.
교육학을 전공한 그는 1989년 천안문 사건이 일어났을 무렵, 중국에서 1년간 아이들을 가르친 경험도 있다. 이후 아내인 그웬 휘플과의 신혼여행지로 중국을 다시 찾기도 했으며, 미국 학생들을 위해 여름 중국 현장 학습 프로젝트도 기획했다.
고향인 네브래스카로 돌아온 월즈는 공립학교의 교사 및 풋볼팀 코치로도 활동하다 같은 학교 교사였던 아내의 권유로 아내의 고향인 미네소타에 정착했다. 이들 부부는 두 자녀를 뒀다.
미네소타 맨카토 웨스트 고등학교 미식축구팀의 감독직을 맡은 그는 미식축구 육성 프로그램을 구축했는데, 이 덕에 해당 고등학교는 최초로 미네소타주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이번에 시카고에서 열린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는 당시 월즈가 이끌던 미식축구 선수들이 무대에 등장해 이목을 끌었으며, 월즈 또한 연설 중 “우리는 지금 경기장을 달리고 있으며, 우리는 정말 좋은 팀”이라면서 미식축구 관련 비유를 많이 사용했다.
아울러 월즈는 동성애에 대한 거부감이 컸던 시기였음에도 교사로서 동성애자-이성애자 연맹의 고문직을 수락해 찬사를 받기도 했다.
한편 월즈가 처음 정치계에 발을 들인 곳은 공화당 성향이 짙은, 미네소타 남부에 걸친 시골 지역이었다. 이곳에서 그는 공공 서비스와 참전용사들의 권익 보호를 중요시하는 온건파의 이미지를 내세웠고, 선거에서 이변을 일으키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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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즈의 성향과 견해
12년 동안 연방하원의원으로 활동하던 당시 월즈의 성향을 하나로 단정하긴 어렵다.
우선 그는 ‘오바마 케어(환자보호 및 부담적정보험법)’에도 찬성표를 던졌고, 최저임금 인상 법안 등 친노동 성향의 법안을 공동 발의하기도 했으며, 탄소 배출량 감축을 위한 탄소 배출권 거래제도 지지했다.
그러나 공화당 인사들과 아예 접점이 없는 것도 아니다.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전쟁에 계속 자금을 지원하자는 법안에는 찬성표를 던졌으며, 미국에 입국하는 난민들을 더욱 엄격히 조사하자는 법안도 지지했다. 또한 2008년 세계 금융 위기 이후 은행 및 자동차 업계에 구제금융을 제공하자는 오바마 행정부의 움직임을 저지하고자 노력하기도 했다.
한때 월즈는 ‘전미총기협회(NRA)’로부터 선거 기부금까지 받을 정도로 지지를 받았으나, 2018년 미국 플로리다주 파크랜드의 한 고등학교에서 벌어진 총기 난사 사건 이후 공격용 무기 금지에 찬성하는 발언을 하며 이들의 지지를 잃었다.
한편 월즈는 2018년 미네소타 주지사 선거에서 11%p 이상 차이로 승리했으나, 그의 첫 임기는 당시 전 세계를 덮친 코로나19 팬데믹과 미네소타 미니애폴리스에서 벌어진 조지 플로이드 사건으로 인해 그림자가 졌다.
공화당 측에서는 월즈 주지사가 일부 시위대가 폭력적으로 변했음에도 주 방위군을 늦장 배치했다며 크게 비난했다.
그러나 월즈는 물론 격차가 작긴 했으나, 2022년 주지사 선거에서도 재선에 성공했으며, 민주당이 단 1석 차이로 미네소타주 의회를 장악한 까닭에 바쁜 집권 2기를 보내고 있다.
미네소타의 민주당원들은 낙태권을 법으로 보장하고, 유급 가족 및 병가 지급을 의무화하고, 총기 규제를 강화하고, 전면 무상 급식 및 저렴한 주택 건설에 자금을 지원했다.
이렇듯 열정적으로 일이 추진되면서 버락 오바마 전직 대통령의 눈에 띄게 됐고, 오바마 전 대통령은 “선거에는 결과가 따른다는 말이 무슨 의미인지 다시 한번 알고 싶다면, 미네소타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봐라”는 말을 남기기도 했다.
‘괴상한(weird) 사람들’
그러나 전국적인 인지도는 거의 없었던 월즈는 최근 공화당을 향한 톡 쏘는 발언으로 큰 관심을 받게 된다.
미 MSNBC와의 인터뷰에서 했던 “저쪽의 괴상한(weird) 사람들”이라는 발언이 큰 화제가 된 것이다.
“저들은 책을 금지하고 싶어 합니다. 저들은 여러분들의 [의사] 진료실에 같이 있고 싶어 하죠.”
그러나 공화당 측에서도 발 빠르게 그가 미네소타에서 한 일에 대해 일반적인 미국인들에겐 너무나도 급진적이었다며 비난에 나섰다.
미국 하원의 공화당 중 서열 3위인 톰 에머 의원(미네소타 제6 선거구)은 월즈가 “미네소타를 해리스의 고향인 캘리포니아로 만들려고 한다”고 비난했다.
월즈의 지명 이후, 공화당이 다른 참전 용사들의 오래된 의혹을 되살리면서 그는 군 기록에 대해서도 면밀한 조사를 받아왔다. 왈츠는 자신의 기록이 “스스로를 대변한다”고 말했지만 때때로 “잘못 말한 적이 있다”고 인정했다.
노동계 지도자를 포함한 지지자들은 월즈야말로 시골 지역 및 노동자 계층의 표를 끌어들여 해리스 후보의 지지 기반을 넓혀줄 것으로 본다.
올해 선거에서 재선에 도전하는 앤지 크레이그 연방 하원의원(민주당, 미네소타 제2 선거구)은 월즈는 “전투를 통해 검증된 리더”라며 높이 평가했다.
크레이그 의원은 BBC와의 인터뷰에서 월즈는 “여러 힘든 선거에서 단 1번도 패배한 적 없는 검증된 승자”라면서 자신은 그가 해리스 후보의 가장 완벽한 선거 파트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월즈, '가족은 제 전부'
한편 월즈와 그웬 부부는 딸 호프, 아들 거스를 낳았다. 가족들도 이번 민주당 전당대회에 참여했는데, 이곳에서 월즈는 가족들을 가리켜 “내 전부”라고 표현했다.
이 발언에 아들 거스는 자리에서 일어나 눈물을 흘리며 ‘저 분이 바로 우리 아빠’라고 외치기도 했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월즈 부부는 ‘피플’지와의 인터뷰에서 자신들의 “영특한” 17세 아들이 현재 학습장애, ADHD(주의력 결핍 과잉 행동 장애), 불안 장애를 앓고 있으며, 이러한 질환으로 인해 아들은 “수퍼 파워”를 얻게 됐다고 언급한 바 있다.
한편 월즈는 전장대회 연설 중 자신과 아내가 겪었던 불임 문제 등을 언급하며 미국 중부 시민들에게 호소하기도 했다.
시험관 아기 시술은 미국의 낙태권 관련 논쟁과 얽혀 있는 이슈로, 월즈는 선거 운동 과정에서 자신과 아내가 아기를 갖고자 시험관 아기 시술(IVF)을 했다고 시사해왔다.
그러다 최근 들어 아내 그웬은 자신과 남편이 자녀를 갖고자 받았던 난임 치료 시술은 IVF가 아닌 다른 종류였다고 밝혔는데, 이에 공화당 측에서는 월즈가 이 부분에 대해 호도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한편 지난 8월, CNN과 진행한 해리스 후보와의 첫 공동 인터뷰에서 월즈는 "미국이 어떤 존재가 될 수 있는지 영감을 불어넣는 아이디어”에 열광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