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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디 가가: 나의 가장 큰 두려움은 바로 외로움

2025.03.09
레이디 가가
Interscope

외롭게 있고 싶은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리고 팝스타만큼이나 외로운 직업도 없을 것이다.

팝스타가 얼마나 외로운지 알려면 미국의 유명 팝 가수 레이디 가가(38)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된다.

2009~2010년 가가는 엄청난 인기를 누렸다. 인터넷의 힘을 활용한 최초의 팝스타 중 한 명인 그는 미국 연예 전문 매체 'TMZ'에 끊임없이 사진이 실리고 가십 블로그의 공격 세례를 받으며 사는 듯했다.

가가를 향한 대중의 식욕과도 같은 욕구는 왕성했다. 한 평론가 "마돈나의 일생의 걸친 커리어를 빨리 감기로 소화하고 있다"고 평할 정도로 가가는 3년간 다양한 스타일과 음악을 쏟아냈다.

그렇게 더욱더 유명해질수록 언론의 헤드라인은 더욱 미쳐 날뛰었다.

'레이디 가가, 런던의 한 호텔에서 사탄 의식을 진행하다!'

'레이디 가가, 알고 보니 자웅동체!!'

'레이디 가가, '패션을 위해' 스스로 다리 하나를 잘라낼 계획?'

2010년 MTV 어워드에 쇠고기로 만든 드레스를 입고 나타난 가가의 농담은 아무도 이해하지 못하는 듯했다. 그는 타블로이드지의 먹잇감처럼 소비되는 자신을 표현하고자 했다.

무대 위에서 가가는 팬('리틀 몬스터')들의 찬사를 한 몸에 받았으나, 과대망상증 환자가 아니라면 누구나 이러한 찬사는 결국엔 환상일 뿐임을 안다.

2017년 발표된 다큐멘터리 '5피트 2'에서 가가는 자신의 스타일리스트에게 "브렌든, 나는 외로워요. 매일 밤마다요"라고 호소하기도 했다.

"하루 종일 사람들이 저를 만지고 제게 말을 걸어왔는데, 갑자기 주변이 완전한 침묵에 잠겨버리죠."

가가는 현재 IT 기업가인 마이클 폴란스키와 약혼해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으나, 혼자였던 그 시간이 정말 두려웠다고 고백한다.

가가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혼자서 이 일을 하며 가장 두려웠던 점은 바로 나 혼자서 이 삶을 살아가야 한다는 것이었다"고 토로했다.

"그리고 생애 가장 큰 선물은 마이클을 만나 이 mayhem(메이헴, '대혼란'이라는 뜻)에 함께 있게 된 것입니다."

2024년 9월 베니스 영화제에 도착한 레이디 가가와 마이클 폴란스키
Getty Images
2024년 9월 베니스 영화제에 도착한 레이디 가가와 마이클 폴란스키

2020년부터 함께한 이 커플은 지난해 9월 베니스 영화제에서 약혼 사시를 공개했다. 이곳에서 가가는 100만달러짜리 약혼반지를 처음 대중 앞에서 착용했다.

18캐럿 화이트와 핑크골드 다이아몬드로 장식된 파베 밴드 가운데 자리한 거대한 오벌컷 다이아몬드가 빛나는 이 반지는 실물로 보면 눈이 부실 정도다.

한편 가가는 다른 손에는 이보다 훨씬 작고 소박한 반지를 끼고 다닌다. 레진에 풀잎 몇 개가 세팅한 이 반지에는 정말 특별한 의미가 있다고 한다.

가가는 "사실 마이클이 이 풀잎으로 내게 청혼했다"고 공개했다.

"오래 전 우리는 뒷마당에서 놀고 있었는데, 마이클이 제게 '만약 내가 청혼한다면, 어떨 것 같냐'고 물었습니다."

"저는 '뒷마당에서 풀잎을 따서 내 손가락에 감아준다면, 그것만으로도 난 정말 행복할 거야'라고 답했죠."

이는 약간의 슬픔이 묻어나는 매우 낭만적인 기억이다. 미 캘리포니아주 말리부 소재 가가의 저택 뒷마당은 가가와 절친한 사이였던 소냐 더럼의 결혼식이 열린 곳이기도 하다. 소냐는 결혼식을 치르고 얼마 지나지 않아 2017년 암으로 숨졌다.

가가는 마이클의 청혼을 회상하며 "(여기까지 오기까지) 많은 것을 잃었지만 이토록 행복한 일이 내게 일어났다"고 말했다.

"38살에 약혼을 하다니... 여기까지 오는 데 왜 이리 오래 걸렸는지 생각했습니다."

두 조각으로 나뉜 레이디 가가의 사진
Frank LeBon
새 앨범의 컨셉 아트는 이중 또는 분열 인격 개념에서 영감을 받았다

그리고 이러한 감정은 최근 발표한 새 앨범 '메이헴'의 수록곡에도 반영되었다.

당연하지만 'Blade of Grass(풀잎)'이라는 제목의 이 노래는 "가시로 이루어진 정원에서의 연인 간 입맞춤", 어둠의 시대에 찾아온 사랑의 약속에 대해 노래한다.

가가는 해당 곡에 대해 자신의 약혼자에 대한 "감사" 의미라고 했다. 그리고 가가의 이야기를 마저 듣다 보면 팬들도 마이클에게 감사하게 될 것이다.

앨범 '메이헴'은 가가가 영화 출연은 물론 재즈나 고전풍 미국 음악을 접목한 비정규 앨범 작업으로 바쁘게 지냈던 시기를 지나 팝 음악으로 본격적으로 복귀했음을 알리는 작품이다.

가가는 지난해 '보그'지와의 인터뷰에서 다름 아닌 마이클이 권유한 일었다고 했다.

"마이클이 제게 '자기야, 사랑해. 당신은 팝 음악을 해야 해'라고 했습니다."

마이클은 "앨범 '크로마티카' 투어에서 나는 가가 안의 불꽃을 보았다"면서 "나는 가가가 그 불꽃을 언제나 유지할 수 있도록 돕고 싶었고, 가가 본인이 행복해질 수 있는 음악을 만드는 데 도움이 되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가장 분노에 찬 곡'

이런 마음가짐으로 출발한 이번 앨범은 가가의 초기 히트곡인 '포커페이스', '저스트댄스', '본 디스웨이'같은 충격적이고 머릿속에 단숨에 각인되는 사운드로 되돌아갔다.

최신 발매곡인 '아브라카다브라'에서는 '배드 로맨스' 속 'roma-ma-ma(로마-마-마)'와 같은 주문도 다시 등장했다. 이번에는 "morta-ooh-Gaga(모르타-오우-가가)"라고 노래하며 죽음의 이미지를 투영했다.

앨범의 아트워크 속 가가의 얼굴은 깨진 거울에 담겨 있다. 뮤직비디오에서 가가는 과거의 자신과 맞서고 있다.

예술가 스테파니 제르마노타(가가의 본명)가 자신이 창조한 무대 페르소나를 마주하고 있다는 압도적인 느낌이 덮쳐온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은 '퍼펙트 셀레브리티'라는 곡에서 절정을 이룬다. 해당 곡에서 가가는 '나는 악명 높은 존재가 되었다'고 노래한다. 이 가사는 고기 드레스처럼 가가의 인간성을 벗겨낸다.

가가는 "아마도 내가 유명세에 관해 쓴 곡 중 가장 분노에 찬 곡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저는 이 대중적 페르소나를 창조해냈고, 여러모로 진짜 이 페르소나처럼 되어가고 있죠. 그 이중성을 지닌 채 나는 어디서 시작하고 레이디 가가가 끝나는지 알아가는 것은 고난이었습니다."

"그게 저를 해체한 것 같습니다."

런던의 ‘로니 스콧 재즈 클럽’을 떠나는 레이디 가가
Getty Images
레이디 가가는 커리어 초기부터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았다

그렇다면 가가는 어떻게 삶에서 공적인 부분과 사적인 부분을 조화시켰을까.

이에 대해 가가는 "나는 그 두 사이에 구분선을 두지 않는 것, 두 요소를 하나의 온전한 인간으로 통합시키는 것이 더 건강한 방법임을 깨달았다"고 답했다.

"저에게 가장 건강한 일은 제가 여성 예술가라는 사실, 예술적인 삶을 사는 것이 제 선택이었음을 받아들이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작곡을 사랑합니다. 저는 음악 만들기, 리허설하기, 안무하기, 무대 연출하기, 의상이나 조명 작업, 무대이 오르는 일을 사랑하죠."

"그것이 레이디 가가라는 의미입니다. 이 모든 일의 이면에 존재하는 아티스트죠."

과거 인터뷰에서 가가는 자신이 어떻게 '레이디 가가'와 어떻게 분리되었는지 이야기한 바 있다. 한때 그는 그 캐릭터가 모든 성공의 원인이라 믿었고, 자신은 기여한 바가 없다고 믿기도 했다.

그리고 신보 '메이헴'은 그가 자신의 음악에 대한 소유권을 되찾는 순간을 의미한다. 단지 캐릭터 '레이디 가가'에서만이 아니라, 아티스트 주변의 다른 프로듀서나 작곡가들로부터 소유권을 되찾는 일이기도 하다.

"제가 어렸을 때, 사람들은 제 사운드나 제 이미지 등에 대한 공로를 챙기려고 했죠. 하지만 제 모든 참고 자료, 팝 음악이 어떤 형태여야 하는지에 대한 상상 등은 모두 제 머릿속에서 나왔습니다."

"그래서 저는 정말로 제 초기 영감과 커리어를 되돌아보고 싶었고, 이번에는 그리고 완전히 이를 소유하고 싶었습니다."

프랑스의 한 호텔 밖에서 레이디 가가가 팬들에게 새로운 음악을 들려줄 준비를 하면서 손가락으로 입을 가리는 모습
Getty Images
레이디 가가는 지난 여름 프랑스의 한 호텔 밖에서 노트북으로 새로운 음악을 미리 들려주며 팬들을 놀라게 했다

그리고 앨범 작업 초반부터 가가는 이 새로운 단계에 대해 무척 흥분한 듯했다.

지난 여름 파리 올림픽 개막식에서 공연을 마친 그는 파리 시내를 활보했고, 호텔 밖에 모인 팬들에게 새로 발매할 음악의 초기 데모를 들려주기도 했다.

즉흥적인 결정이었지만, 자신의 초기 커리어에서의 자발성, 즉흥성을 회복하려는 또 다른 시도이기도 했다.

가가는 "이는 내가 거의 20년간 해온 일"이라면서 "나는 곡이 발표되기 전 팬들에게 미리 들려준다"고 했다.

"예전에는 공연이 끝난 뒤 팬들을 무대 뒤로 초대해 함께 어울리며 데모곡을 들려주고, 이들의 생각을 듣곤 했습니다."

"20년이 지나면 사람들이 여전히 당신의 음악을 들으러 오고, 당신을 보고 싶어 하리라 기대하지 않게 되죠. 그래서 저는 그저 팬들이 그곳에 모여 있다는 사실에 너무 기뻐서 공유하고 싶었습니다."

‘아브라카다브라’ 뮤직비디오의 한 장면
Interscope / Lady Gaga
레이디 가가의 이번 신곡은 커리어 초기 시절 선보인 맥시멀리스트적이고, 머릿속에 단숨에 각인되는 유로팝 스타일로 복귀했다

인터뷰어로서 내게도 이번 인터뷰는 인생에서 시작했던 지점으로 다시 돌아왔음을 느끼게 하는 순간이었다. 내가 가가를 마지막으로 인터뷰 한 건 '저스트 댄스'로 영국에서 1위를 차지했던 200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때 가가는 흥분감으로 어쩔 줄 몰라 하며 열정적으로 존 레넌(영국의 싱어송라이터)에 대한 애정에 대해 이야기했고, 마치 "헤로인 중독자"처럼 영국 티를 사랑한다고 했으며, '블루베리 키스'라는 제목의 미공개 곡을 MP3 파일로 보내주겠다고 약속했다. 입에서 블루베리 맛 커피 향을 풍기며 성행위를 하는 내용을 담은 곡이다.

그러나 몇 년 동안 나는 가가가 인터뷰에서 점점 더 조심스러워하는 것을 보았다. 종종 별난 의상이나 새까만 선글라스를 착용하며 언론과 자신 간 의도적인 장벽을 세우는 듯했다.

그러나 이번에 미국 뉴욕에서 만난 가가는 16년 전 제가 만난 가가와 똑같았다. 자신감과 열정이 흘러넘치는 모습이었다.

이에 대해 가가는 "한층 성숙해졌고, 충만한 삶을 살기 때문"에 편안함을 느낀다고 설명했다.

"친구들, 가족들, 내 멋진 약혼자를 위해 있어 주는 삶. 이 모든 것들이 저를 온전한 인간으로 만들어 주었습니다. 무대 위에서의 제 모습보다 더 중요한 것이었죠."

마치 최후통첩과 같은 분위기로 가가는 다음과 같이 덧붙였다:

"저는 '메이헴'이 끝나길 바랐습니다. 혼돈이 멈추길 바랐습니다."

"저는 아이콘에서 물러났습니다. 그리고 사랑으로 끝을 맺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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