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경제는 앞으로도 전쟁을 감당할 수 있을까?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본격적으로 침공한 지 거의 3년이 지난 지금, 전투에서의 승리는 군대가 쟁취할지라도 결국 전쟁의 승패는 경제가 좌우한다고 말하는 이들이 많다. 그렇다면 우크라이나 경제는 앞으로도 전쟁을 감당할 수 있는 상황일까.
최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전쟁은 자국이 원하는 것은 "그저 빠르기만 한 게 아닌 공정한" 종전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주요 동맹국인 미국이 원조를 동결하는 한편 향후 지원마저 축소할 수 있다고 암시하는 상황에서 전쟁으로 멍든 우크라이나의 경제가 과연 추가 1년 간의 전시 상황을 견뎌낼 수 있을까.
우크라이나의 전시 재정
다른 유럽 국가에 비해 국토 면적이 넓은 우크라이나이지만, 러시아에 비하면 인구, 국토 면적, 경제 규모 면에서 훨씬 작다.
이번 전면전이 시작되기 전 러시아의 경제는 우크라이나에 비해 10배 이상 컸던 것으로 추정된다.
그리고 이번 전쟁은 우크라이나 최근 역사상 최악의 재정적 충격으로 이어졌다. 구소련이 무너지고 경제 혼란과 높은 물가로 어지러웠던 1990년대에 비교해도 큰 충격이다.
2022년 2월 이후 우크라이나 정부는 국가 수입 대부분을 국방비로 지출해야 했다. 이에 공공 서비스, 의료, 교육 등 다른 필수 분야를 지원할 자금은 턱없이 부족해졌으며, 국가 예산에는 큰 구멍이 생겼다.

러시아의 공세가 시작된 첫 달, 우크라이나 정부는 국채를 판매하고 화폐를 발행하며 적자를 메우고자 노력했다. 그러나 그해 연말 기준 우크라이나의 경제 규모는 거의 3분의 1 규모로 축소되었으며, 물가는 25% 이상 치솟았다.
우크라이나 경제를 안정시킨 것은 동맹국의 원조였다.
원래는 미국이 군사, 인도주의적 지원은 물론 경제 안정을 위한 재정 지원 등 모든 원조 부문의 주요 기부국이었다. 하지만 이후 이 같은 역할, 특히 재정적으로 지원하는 역할은 유럽연합(EU)으로 넘어갔다.
지난 14일 독일 뮌헨 안보회의로 향하던 젤렌스키 대통령은 기자들에게 "현재 전쟁 비용의 80%는 우크라이나와 유럽이, 20%는 미국이 부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우크라이나가 받고 있는 재정적 지원은?

- 2022~2024년 우크라이나는 주로 대출, 보조금. 부채 감면 약속 등의 형태로 국외에서 1150억달러(약 166조원) 이상을 지원받았다
- 이중 EU는 448억달러, 미국은 312억달러, 국제통화기금(IMF)은 124억달러를 지원했다
- 2024년 미국이 약속한 607억달러의 지원금(대부분 군사 지원 패키지) 중 79억달러는 우크라이나의 경제를 지원하기 위한 대출로 책정되었다
- 또한 2024년에 세계 7대 경제 대국(G7)은 약 500억달러 규모의 추가 지원금을 제공하고자 '우크라이나 특별 수익 가속 대출(ERA)'을 시작한다고 발표했는데, 이는 동결된 러시아 자산에서 나오는 수익으로 상환될 예정이다
- 2025년 기준 우크라이나는 동맹국으로부터 384억달러(ERA 220억 달러 포함)를 지원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 트럼프, 푸틴과 통화 후 '우크라 전쟁 협상 즉시 시작'
- 우크라이나 전쟁의 최종 단계?…2025년에는 종전할 수 있을까
- 우크라이나 피난민은 러시아가 점령 중인 고향으로 돌아가고 있나?
원조금은 어떻게 쓰이고 있나?
공식 추산에 따르면 국외 지원 덕분에 우크라이나 경제는 2022년 급격히 축소되다가 이후 2023년에는 5.3%, 2024년에는 다시 3.6% 성장했다.
해외 원조 덕에 우크라이나 정부는 외화 보유고를 보충하고, 비교적 안정적인 환율을 유지하는 한편 재정 적자를 감당할 수 있었다.

싱크탱크 '우크라이나 사회경제연구센터(CASE)'의 드미트로 보야르추크 대표는 "우크라이나가 계속 전쟁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연간 약 400억달러가 필요하다"고 전망했다.
"만약 국제 원조가 끊기면 매우 슬픈 상황이 펼쳐질 것입니다."
우크라이나의 국내 전선
우크라이나 전시 경제에서 부족한 것은 자금뿐만이 아니다. 에너지와 노동력도 부족한 상태다.
전쟁 전 우크라이나의 발전량 중 절반 이상이 러시아에 의해 파괴되거나 점령당한 것으로 추정된다. 우크라이나 에너지부는 2022년 10월~2024년 9월 기준 러시아가 자국 에너지 인프라를 1000번 이상 공격했다고 주장한 바 있다.

현재는 러시아의 대규모 공세를 피해 간 원자력발전소 몇 곳이 주로 에너지를 공급하고 있으며, 수요가 높아지는 시간대에 부족한 전력량은 수입 전기나 풍력 및 태양열 발전소, 이동식 가스 터빈으로 충당하고 있다.
이는 시민들의 생활비는 물론 기업과 산업 전반의 비용 증가로 이어졌다.
한편 우크라이나 경제의 또 다른 큰 문제는 3분의 1로 줄어든 것으로 추정되는 노동력이다. 전쟁으로 인한 사상자, 국외로 떠난 피난민, 계속되는 동원이 그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현재 자국 군 규모가 약 88만 명이라고 말한 바 있다.
게다가 러시아의 침공으로 우크라이나 국민 거의 4분의 1이 피난민이 되었다. UN에 따르면 해외에 거주 중인 우크라이나 난민은 현재 약 700만 명 수준이며(그중 6300만 명이 유럽에 거주한다) 국내 실향민 또한 460만 명이나 된다.
우크라이나의 경제는 얼마나 더 버틸 수 있나?
전 세계의 대우크라이나 지원을 관리하는 국제통화기금(IMF)은 최근 우크라이나경제가 어려운 여건에도 "회복탄력성을 유지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경제 전문가인 보야르추크 대표는 소모전 단계에서는 모든 자원이 소중하다면서 경제적 회복탄력성이야말로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안드리 피쉬니 우크라이나 중앙은행 총재는 자국이 전쟁에서 패배할 경우 식량 안보, 새로운 난민 유입, 친환경 투자보다 군사비 지출을 우선시하는 글로벌 기조 등 전 세계적으로 파급효과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한편 해외 원조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 우크라이나이지만, 전시 경제 문제를 해결하고자 주도적인 모습도 보여주고 있다.
일례로 해외에 식량을 계속 수출하고자 UN 및 튀르키예의 주도로 맺은 흑해 곡물 협정에서 러시아가 탈퇴하자 우크라이나와 파트너 국가들은 러시아의 공격 위험을 피해 새로운 흑해 항로를 개척했다.
이를 통해 우크라이나의 농산물 수출량은 전쟁 이전 수준으로 반등했을 뿐만 아니라 다른 상품들도 다시 수출할 수 있었다.
2024년에는 수출이 15% 증가하여 416억달러 이상의 수익을 올렸다. 이는 같은 해 국제 원조와 맞먹는 규모다.
2025년 우크라이나 전망
우크라이나 재무부는 2024년에는 전쟁 비용으로 약 520억달러를 지출했다고 밝혔다. 일일 약 1억4200만달러 수준이다.
2025년 우크라이나 정부는 국방과 안보에 490억달러를 추가로 배정했는데, 이는 국내총생산(GDP)의 4분의 1에 해당하는 규모다. 계획한 비군사적 지출의 경우 내부 수입원도 도움이 되기는 하나, 이를 충당하는 건 대부분 해외 원조다.
2025년 예산 지출을 충당하고자 일부 세율이 인상되었으나, 추가적인 재정 압박으로 인해 기업 활동이 위축되어 국가 수입이 늘어나기는커녕 오히려 축소될 위험도 존재한다.
한편 피쉬니 총재는 약속받은 해외 원조를 제때 받을 수 없으리라 의심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으나, 새로 취임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아직 기존 약속에 대한 자신의 접근방식을 밝히지 않고 있다.
보야르추크 대표 또한 바이든 행정부가 자신들이 약속한 원조가 차기 행정부가 들어서도 전달될 수 있도록 조처해두기는 했으나, 상황은 "여전히 180도 바뀔 수 있다"며 우려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위기를 해결하고자 여러 외교적 활동이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미국-러시아-우크라이나-유럽 간 잠재적 합의 가능성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현재로서 지속적인 평화는 요원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