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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전자 조작으로 탄생한 '털복숭이 생쥐'가 지구의 고갈된 자연 복원에 도움이 될까?

2025.03.05
5cm 길이의 주황색 털을 가진 실험용 쥐 3마리
Colossal Biosciences
이 쥐들은 털이 더 풍성해지도록 유전자가 조작되었다

유전자 조작으로 탄생한 털북숭이 쥐가 언젠가 북극에 털이 덥수룩한 코끼리를 살게 하고, 지구 온난화를 막는 데 도움이 될지도 모른다.

이는 지난 4일(현지시간) 유전자 교정을 통해 "매머드와 같은 특성"을 지닌 쥐를 만들었다고 밝힌 한 미국 기업이 내놓은 놀라운 주장이다.

미국의 생명과학 기업 '콜로설 바이오사이언스(이하 콜로설)'의 궁극적인 목표는 북극의 영구 동토층이 녹는 것을 막을 수 있는 매머드와 유사한 생물들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그러나 비윤리적이다는 의견뿐만 아니라 매머드와 같은 생물을 만드는 것은 일반적인 쥐보다 더 털이 많은 생쥐를 만드는 것과는 큰 차이가 있으며, 해당 프로젝트 전체가 홍보용 술책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이에 콜로설 측은 오해이며, 이러한 털북숭이 쥐가 지구의 고갈된 자연을 복원하는 중요한 수단이 될 것이라고 말한다. 이번 생쥐 실험은 털이 더 많도록 유전자가 조작되어 추위에 더 잘 견디는 코끼리를 만들기 위한 중간 단계라는 설명이다.

콜로설은 북극 툰드라에서도 살 수 있는 이른바 "매머드와 같은 생물" 무리를 만드는 게 최종 목표라고 말한다. 이러한 동물들의 방목 습관이 결국 녹지 확장을 촉진할 것이며, 영구 동토층이 녹으면서 방출되는 이산화탄소의 양도 줄일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이산화탄소는 지구 온난화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되는 온실가스다.

그러나 쥐를 대상으로 한 털북숭이 실험을 코끼리에게 적용하기 전까지 극복해야 할 중요한 과학적 장애물이 여럿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콜로설의 설립자이자 CEO인 벤 램은 BBC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털북숭이 쥐의 탄생은 큰 진전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램 CEO는 "우리는 2028년 안에 추위에 적응한 최초의 코끼리를 만들 계획"이라면서 "즉 2026년 말까지 이 같은 최초의 코끼리 배아를 얻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추위에 적응한 코끼리 혈통을 갖추게 될 것이고, 이들을 야생에 방사하여 서로 교배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빽빽하게 털이 났으며, 거대한 엄니를 지닌 코끼리
SPL
5년 만에 털북숭이 생쥐에서 매머드와 같은 생물이 탄생할 수 있다는 주장은 과연 현실적으로 가능할까

해당 털북숭이 쥐는 총 8개의 유전자가 교정된 결과물이다. 그중 7개가 털 성장과 관련한 생쥐 유전자이고, 8번째 유전자는 체지방 증가와 관련된 매머드의 유전자이다.

연구진은 태어난 털북숭이 쥐가 일반적인 쥐에 비해 털이 더 길고 곱슬곱슬하지만, 매머드의 체지방 증가 유전자가 영향을 미쳤다는 증거는 발견하지 못했다.

길이가 길고 풍성하며, 밝은 주황색인 털을 지닌 쥐와, 길이가 짧고 짙은 색의 털을 지닌 일반 쥐
Colossal Biosciences
이 털북숭이 쥐는 털 성장과 관련된 유전자 7개가 변형되며 더 길고 풍성한 털을 지니게 되었다

이 같은 연구에 대해 콜로설과 관련 없는 과학자들은 회의적인 반응이었는데, 우려하는 내용은 다음과 같다.

  • 콜로설 팀은 털 형성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 쥐의 유전자를 변형하여 털북숭이 쥐를 만들어냈다. 불과 5년 만에 털이 많은 생쥐에서 추위에 적응한 매머드 같은 코끼리를 만들어낸다는 것은 엄청난 비약이다.
  • 털북숭이 코끼리 1마리를 만들어내는 것도 어렵지만, 북극 툰드라 복원에 필요한 수백, 수천 마리 단위로 만들어내는 것은 이보다도 훨씬 더 어려운 일일 것이다.
  • 생쥐에는 효과가 있는 유전적 변화가 코끼리에서는 이상을 일으켜 동물에게 고통을 줄 수 있다.
  • 이렇게 변형된 코끼리는 일반적인 다른 코끼리 무리에서 기이한 괴물처럼 여겨져 거부당할 수도 있다.

영국의 유전자 관련 시민단체인 '진 워치'의 헬렌 월리스 박사는 "이것은 실용적이지도 않고 과학적 가치도 없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대중의 관심을 끌기 위해 마련된 실험이다. 대부분 사람들이 이에 충격받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보츠와나에서 새끼 코끼리에게 젖병을 물리는 벤 램
Colossal Biosciences
'콜로설 바이오사이언스'의 설립자이자 CEO인 벤 램은 안전성이 확실히 보장될 때만 코끼리를 대상으로 실험을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비난에 대해 콜로설 측은 오해라고 말한다. 자신들이 만들어낸 생쥐는 궁극적으로 코끼리에 실험하기 전 자신들이 계획한 다양한 유전자 변형이 효과적이고 안전한지 실험하기 위한 수단이라는 설명이다.

콜로설의 최고 과학 책임자인 베스 샤피로 교수는 "이것이 효과가 있음을 검증하는 일은 이 프로젝트에서 매우 기대되는 일"이라고 말했다.

한편 샤피로 교수는 콜로설은 이와 동시에 배아 발달 연구, 유전자 변형 코끼리가 자랄 인공 자궁 제작 등 다른 연구 프로그램도 병행하고 덧붙였다. 이러한 연구가 몇 년 안에 추위에 적응한 코끼리를 만들겠다는 목표를 달성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아울러 샤피로 교수는 이 연구가 무의미하다는 주장에 대해서 단호히 반박했다. 매머드뿐만 아니라 도도새, 태즈메이니아호랑이 등 이미 멸종된 종을 다시 복원하겠다는 자신들의 계획은 잃어버린 생태적 틈새를 메워 생물 다양성을 회복하고 환경 보호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아울러 현재 자신들이 개발 중인 유전자 도구는 이미 멸종위기종들을 돕고 있다고 덧붙였다. 여기에는 치명적인 바이러스에 대한 코끼리 백신 개발, 포식자인 수수두꺼비가 내뿜는 신경 독소에 저항하도록 유전자가 변형된 쿠올(육식 유대류) 개발, 모리셔스 내 분홍비둘기의 유전적 다양성 증진 작업 등이 포함된다.

이에 더해 샤피로 교수는 코끼리는 고통받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오직 생존 가능한 배아만 선별하는 기술을 개발 중이며, 샤피로 교수는 그렇게 탄생한 유전자 변형 코끼리들도 무리에서 따돌림당하지 않으리라 믿는다.

"우리는 코끼리의 DNA 코드에서 일부만 바꿀 것입니다. 코끼리는 어미 코끼리의 배에서 태어날 것이며, 자신들과 아주 똑같지만 그저 털이 훨씬 더 많고 추운 기후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는 존재이기에 어미 코끼리가 이 새끼 코끼리를 괴물로 보지는 않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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