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네비게이션 검색 본문 바로가기

네팔의 Z세대가 시위에 나선 이유

2025.09.11
소총을 들고 있는 남성 뒤로 불길에 휩싸인 건물
Getty Images
부패 척결 시위 속 네팔 전역에 폭력 사태가 확산했다

히말라야 산맥에 자리한 네팔이 수십 년 만에 최악의 사회 불안 사태에 휩싸인 가운데 수도 카트만두의 거리에는 군 순찰대가 배치되었다.

정부의 부정부패에 맞서 촉발된 이번 시위는 지난 9일을 기점으로 방화와 폭력 사태로 번졌다. 정치인들의 자택이 파괴되고 정부 청사와 의회 건물이 불길에 휩싸인 가운데 총리는 사임을 발표했다.

2일간의 폭력 사태로 현재까지 30명이 숨지고 1000여 명이 부상당했다.

한편 이번 시위를 주도한 이른바 'Z세대' 청년들은 "기회주의자들"에게 시위를 "탈취당했다"면서 이러한 파괴 행위와 거리를 두고 있다.

공항이 다시 문을 열고, 대부분의 시민이 통행금지령을 준수하는 등 지난 10일 카트만두는 비교적 조용해진 모습이었으나, 여전히 불타는 건물들에서는 연기가 피어올랐다.

걷잡을 수 없이 번지는 상황을 통제하고자 나선 군 당국은 Z세대 시위대를 초청하여 평화 협상에 나섰다. 학생 대표들은 BBC와의 인터뷰에서 새로운 요구 사항 목록을 정리 중이라고 전했다.

전국에 내려진 통행금지령은 11일 오전까지 유효하며, 군 당국은 폭력 및 약탈 관련하여 현재까지 27명이 체포되고 총기 31정이 발견되었다고 설명하며, 폭력 및 파괴 행위에 대해서는 반드시 처벌할 것이라고 밝혔다.

군은 수도 전역의 검문소에는 지나는 차량 운전자의 신분증을 확인하고 있으며, 시민들에게는 집에 머물러 달라고 당부했다. 네팔 거리의 확성기에서는 '불필요한 이동'을 삼가라는 안내가 울려 퍼진다.

그러나 몇몇 청년들은 마스크를 착용하고 쓰레기봉투를 들고 거리로 나와 시위로 인한 피해를 복구하고 청소하고 있다.

시위에 참여하지 않은 캉 라마(14)는 "부정부패 문제는 매우 오래전부터 네팔의 문제였다"면서 "이 나라가 변할 때가 되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번 사건이 네팔에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오길 진심으로 바랍니다."

한편 시위에 참여한 파라시 프라탑 하말(24)은 네팔에는 "(특정 정당이나 정치 세력에서 자유로운) 독립적인 정치인들이 필요하다"면서 훌륭한 지도자가 될 인물로 발렌드라 샤 현직 카트만두 시장을 손꼽았다.

파란색 재킷을 입은 하말의 모습
BBC
파라시 프라탑 하말은 네팔에는 "독립적인 정치인들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동부 지역에 거주하는 라케시 니라울라(36)는 "이번 혁명을 겪으며 사람들은 희망을 품었다"며 말을 꺼냈다.

"정부 운영 방식이 개선될 수 있다는 희망이죠 … 우리는 이번 일이 지도자들에게 국가가 더 나은 미래를 맞이할 수 있도록 이들 스스로 개선해야 한다는 교훈을 주었다고 생각합니다."

이렇듯 BBC가 만나본 일부 네팔인들은 변화의 희망을 반기면서도 폭력과 파괴 행위 등에 놀랐다고 했다.

니라울라는 "이러한 일은 일어나서는 안 되었다"고 했다.

랄릿푸르에 거주하는 기업가 프라바트 파우델 또한 "우리의 국가적 자산"인 대법원 같은 정부 청사가 불길에 휩싸이는 모습에 충격을 받았다고 토로했다.

그러나 대부분의 시위대들은 이러한 파괴와 방화는 "침투자"들이 벌인 일이라며 우려를 표한다. 군 당국 또한 이 같이 주장한다.

라자람 바스넷 군 대변인은 BBC와의 인터뷰에서 "현재 상황을 악용해 약탈하고, 불을 지르고, 각종 사건을 일으키는 이들을 통제하는 단계"라고 설명했다.

시위대는 성명을 통해 이번 운동은 "비폭력적이고 평화적인 방식으로 유지되고 있으며, 평화적 시민 참여 원칙에 뿌리를 둔다"고 설명했다. 이어 자신들은 이번 상황을 "책임감 있게 관리"하고 시민과 공공 재산을 보호한다는 기본 원칙 하에 자원해서 일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10일 이후로는 추가 시위 일정을 계획하지 않았으며, 필요시 군대와 경찰이 나서 통행금지령을 내려주길 요청했다.

불길에 휩싸인 차량의 모습
Getty Images
시위대와 군 모두 "침투자"들이 파괴 행위를 저지르고 있다고 말한다

시위 촉발 요소는?

이번 시위는 표면적으로는 지난주 네팔 정부가 왓츠앱,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등 SNS 플랫폼 26개를 금지한다고 결정하며 발생했으나, 이후 정치 지도층에 대한 더 깊은 불만을 토로하는 장으로 확대되었다.

정부의 금지 조치 몇 주 전부터 네팔 SNS에서는 정치인 자녀들의 호화로운 생활을 조명하고, 이들이 부정부패를 통해 재산을 축적했다고 비판하는 이른바 '네포 키드(족벌주의를 뜻하는 네포티즘(nepotism)과 아이(kid)의 합성어)' 캠페인이 확산되고 있었다.

결국 8일 밤 네팔 정부는 SNS 금지 조치를 급히 철회했으나, 시위는 이미 그 시점에서 멈출 수 없는 기세로 번진 상태였다. 이날(8일) 경찰과의 충돌로 시위대 19명이 숨졌다.

폭력 사태는 어떻게 격화했나?

이러한 사망 소식은 시위대의 분노에 기름을 부었고, 9일 추가로 3명이 더 숨졌다는 보도가 전해졌다. 당국에 따르면 경찰관 2명도 목숨을 잃었다.

시위는 지칠 줄 모르고 계속 이어졌다. 카트만두에서는 군중이 여당 연정에 참여한 '네팔 의회당' 당사와 당 대표인 셰르 파하두르 데우바 전 총리의 자택에 불을 질렀다.

시위대 수백 명은 의회에도 난입하여 창문을 깨고, 벽에 반부패 구호를 스프레이로 적었으며, 불까지 질렀다. 대규모 정부 청사인 '싱하 더르바르'도 난입 피해를 피하지 못했으며, 대법원의 경우 10일 피해가 심각하여 계류 중인 모든 사건의 심리를 무기한 연기한다고 발표했다.

한편 이번 사태로 부상을 입은 이들 중에는 9일 시위대가 불을 지른 자택에서 발견된 잘라나트 카날 전 총리의 부인 라빌락스미 치트라카르도 있다. 앞서 일부 언론은 치트라카르가 사망했다고 보도했으나, 카날 전 총리는 BBC 네팔어 서비스에 아내는 심각한 화상을 입어 위독한 상태이지만 살아 있으며, 현재 카트만두의 화상 병원 중환자실에 입원해 있다고 전했다.

치트라카르는 화재 당시 자택 위층에 있었으며, 구조대가 이웃 건물에서 사다리를 타고 구조했으나 이미 의식을 잃은 상태였다.

정부 청사와 총리 관저, 의회 건물의 위치를 표시한 지도
BBC

현지 당국은 BBC 네팔어 서비스와의 인터뷰에서 9일 소요 사태 속 전국 교도소에서 수천 명이 탈옥했다고 밝혔다.

서부 반케 지역의 소년원에서 탈출한 수감자 중 5명은 보안군이 쏜 총에 맞아 숨졌다. 교도소 관계자에 따르면 이들은 모두 만 18세 미만이었다.

앞으로의 상황은?

총리 사임으로 리더십 공백이 생겼지만, 사실상 아무도 책임질 사람이 없는 듯한 상황에서 과연 누가 차기 총리가 될지,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지는 불분명하다.

Z세대 시위대는 성명을 통해 "네팔의 미래 지도자는 뿌리 깊은 정당 유착에 얽매이지 않고 완전히 독립적이어야 하며, 능력과 청렴성, 자격을 기준으로 선출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부패한 개인이나 정치 엘리트의 이익이 아닌 국민의 이익을 위해 일하는 투명하고 안정적인 정부를 요구한다"고 밝혔다.

카트만두에서 사회복지사로 일하는 타루 카르키(40)는 이러한 성명에 공감한다고 말한다.

카르키는 "시민들은 깊은 불안감을 느낀다. 그리고 무고한 젊은이들이 목숨을 잃었다"면서 "지금 이 나라에 필요한 것은 수많은 사람들을 좌절 속에 거리로 내몰았던 부정부패의 종식"이라고 덧붙였다.

"이제는 정말, 그만해야 합니다."

추가 보도: 프라딥 파샬, 파완 파우델

BBC NEWS 코리아 최신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