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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안공항 제주항공 비행기 사고 원인과 의문점은?

2024.12.30

29일 9시 3분경 발생한 제주항공 2216편(방콕-무안) 사고와 관련해 관계 당국이 일차적으로 입장을 밝혔다.

지금까지 영상으로 확인된 내용은 태국 방콕발 제주항공 7C2216편 항공기는 무안공항 착륙 도중 속도를 줄이지 못해 활주로 외벽에 부딪혔고 화재가 나면서 비행기가 거의 전소됐다는 것이다.

소방본부 '사고원인은 버드 스트라이크 추정'

전남소방본부는 이날 무안공항 청사에서 탑승자 가족을 대상으로 현장 브리핑을 열어 사고 경위와 현재까지 피해 상황을 전했다.

이정현 전남 무안소방서장은 이와 관련해 "사고 원인은 버드 스트라이크에 따른 기상악화로 추정되나 정확한 원인은 추후 관계기관 합동 조사 후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이 소방서장은 추가 생존자 가능성을 놓고는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동체 파손이 심해 수색이 불가능하다"며 "직접 현장을 봤을 때 안타깝다"고 말했다.

소방청 등 구조 당국은 이날 오후 9시 7분 기준 사망한 실종자 2명을 추가로 수습해, 승무원 2명 구조, 사망자 179명으로 최종 집계를 마쳤다고 밝혔다.

승무원 2명은 기체 꼬리 부분에서 발견됐으며,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 중이다.

소방에 따르면 현재 사고 여객기는 꼬리 부분을 제외한 동체는 파손이 심해 형태를 알아보기 힘든 상태다.

방콕-무안 항공 경로
BBC

소방청에 이어 국토교통부도 브리핑을 진행했으나, 우선 구체적인 사고 원인에 대해서는 조사가 더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주종환 국토부 항공정책실장은 "기체 내 희생자 수습이 우선으로, 사고 원인은 이후 파악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주 실장은 다만 랜딩기어 오작동, 조류와의 충돌이 사고의 원인으로 지목되는 것에 대해 "목격한 내용과 기체 조사하고 나서 내리는 결론이 다를 수 있다"며 "버드 스트라이트나 랜딩기어 오작동 문제가 나오는데 조사를 명확하게 해봐야 원인을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활주로 길이에 문제는 없었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어렵다"는 답변이 나왔다.

주 실장은 "(무안공항의) 활주로 길이는 2800미터로 사고가 난 C급 항공기들이 계속 운항을 해왔다. 활주로 길이에 의해 사고가 발생했다고 보기 어렵다. 모래 방어시설 등은 기본적으로 공항 내 시설을 갖추고 있다"고 했다.

착륙이 어려워 관제에 긴급 요청을 했는지 여부는 아직 확인은 안 된 것으로 전해졌다.

국토부는 사고 조사 시기 관련해서는 사고 수습을 먼저 진행한 후에 즉시 조사에 나설 방침이다.

제주항공 대표 '이상 징후 없었다'

김이배 제주항공 대표이사 역시 브리핑을 열고 "제주항공을 아껴주시는 모든 분들께 머리 숙여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무엇보다 사고로 유명을 달리하신 탑승객분들과 유가족분들께 깊은 애도와 사과의 말씀을 올린다"고 말했다.

사고 원인 관련해서는 "현재로서는 사고의 원인은 가늠하기 어렵고, 관련 정부 기관의 공식적인 조사 발표를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라며 "사고 원인을 불문하고 최고경영자로서 책임을 통감한다"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정부와 함께 사고 원인 규명에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김 대표는 이날 브리핑에서 질의응답을 따로 받지 않았다. 그는 "지금은 사고 수습과 유가족 지원이 최우선"이라며 "질의응답을 할 수 없는 상황인 점을 고려해달라"고 말했다.

이후 취재진의 항의가 이어지자 김 대표는 몇 가지 질문만 받았다.

그는 "관제탑과 기장 사이에 오간 내용은 무엇이냐"에 대해서는 "비행기 내 자료를 정부 기관에서 확인해야 알 수 있다"고 했다.

사고 원인과 관련해서 '버드 스트라이크'인지 확인됐냐는 질문에는 "현재 확인할 수 없다"고 말했다.

사고 비행기의 사고 이력과 관련해서는 "사고난 적 없고 정비 프로그램상 이상 징후도 없었다"고 했다.

제주항공 보잉 737-800
BBC

랜딩기어는 왜 작동 안했나

동체 착륙(바퀴없이 기체로 착륙)을 시도한 사고 항공기는 활주로 끝단에 이를 때까지 속도를 줄이지 못하고, 공항 끝단 구조물과 충돌 후 동체가 파손돼 화재가 발생했다.

항공 전문가들은 조종사가 바닥에 닿는 접지까지는 잘 들어갔지만, 그 이후에 문제가 생긴 것으로 파악했다. 매우 긴박한 상황 속에서 기체 내에 이상이 있었을 거라는 것.

가장 큰 의문점 가운데 하나는 '왜 랜딩기어가 작동하지 않았느냐'다.

랜딩 기어는 비행기 기체 앞부분과 양 날개 뒤쪽에 수납된 세 개의 바퀴다리로 착륙 시 충격을 흡수하고 기체의 방향을 흡수한다.

특히 두 뒷바퀴에 달린 브레이크는 항공기의 속도를 줄여주는 역할을 한다.

사고 여객기는 이 랜딩기어가 작동하지 않았고 이로 인해 속도를 줄이지 못해 벽과 충돌했다.

비행기는 3개의 유압장치를 독립적으로 운용할 수 있다. 한 곳에 문제가 생길 경우, 다른 장치를 활용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해 권보현 극동대 항공안전관리학과 교수는 BBC 코리아에 "두 쪽 엔진에서 출력이 손실돼 엔진 기능이 멈췄는데 그 경우 유압 펌프를 작동 시켜주는 기능이 없어지고 그러면서 랜딩 기어가 안 내려간 것으로 보인다"며 "전기적인 힘으로 중력을 이용해 랜딩 기어를 내리는 것도 있지만 이마저도 작동이 안 된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권 교수는 양쪽 엔진에 모두 새들이 다 들어간 것 같다고 봤다. 오른쪽 엔진에는 불이 붙어 있고 왼쪽 엔진에도 연기가 나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오른쪽은 새가 많이 들어가서 완전히 (엔진이) 깨져서 화재 발생이 됐고 왼쪽은 엔진이 이제 손상이 간 정도가 된 것 같다"며 "엔진 2개 멈춰버리면 출력이 없게 되는데 비행이 안 되니 위험하다는 판단을 했고 180도 활주로 반대편으로 내려온 것 같다"고 추정했다.

랜딩기어 작용시
BBC

동체 착륙시 깔리는 장치들 왜 없었나?

특히 동체 착륙 시 활주로에 '폼'이라고 불리는 특수 거품이 뿌려지지 않은 점에 주목했다.

정식항 충청대 항공자동차모빌리티학과 교수는 "분명 관제사들하고 교신하고 이머전시 콜(긴급연락)을 하게 되면 이제 폼이라든가, 소방차 등이 들어와서 활주로에 뭔가를 전개를 시켜주는데 그것이 왜 늦었는지 궁금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시간적 여유도 없이 들어온 것을 보니 유압 계통이라든지 그런 것들이 다 전체적으로 고장이 났거나 엔진에서 그런 것들을 공급해 주는 장치들도 이제 손 쓸 시간이 없는 상태에서 들어와서 아마 오늘 같은 일이 발생하지 않을까 생각된다"고 분석했다.

국내 주요 항공사에서 일하고 있는 20년 차 허윤호(가명) 기장 역시 "동체 착륙이라는 것은 기장에게 있어 최종의 최종으로 선택하는 것"이라면서 "그 경우, 폼을 노면에 뿌려줘야 하고, 배리어도 설치를 하면 아무래도 제동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했다.

그는 이어 "동영상을 봤을 때는 폼도 없고 배리어도 없고 그리고 항공기가 화재가 나 소방차가 나중에 들어오는 걸 보면 전체적으로 봤을 때 엄청 급하지 않았겠느냐는 걸로밖에 유추가 되지 않는다"라고 분석했다.

일각에서는 동체 착륙 당시, 활주로 길이가 짧아 사고의 원인이 됐다는 의견도 나왔다. 무안공항 활주로는 2.8km 수준으로 인천 및 김포공항(3.6~3.7km)보다 짧은 편이다.

이와 관련해 정 교수는 "인천공항 정도 좀 큰 활주로였으면 그나마 좀 이제 부딪힐 수 있는 확률이 적었을 텐데 무안공항 자체가 그렇게 큰 공항은 아니고 워낙 특수상황들까지 겹쳐 벽을 뚫고 충돌할 수밖에 없는 그런 상황이 발생하지 않았을까 싶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국토교통부는 이런 추정에 대해서는 사고 원인으로 보기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한편 버드 스트라이크는 자주 생기는 일은 아니지만, 혹시라도 발생하면 규모에 따라 기체에 큰 영향을 주는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정 교수는 "항공기 쪽으로 새가 흡입되면 한 1kg도 안 되는 새들이라도 충격량은 상당히 크다"라며 "블레이드가 파손이 되면서 엔진에 화재가 나든지 착륙 장치들을 공급해 주는 엔진 등 여러 가지 장치가 나가버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허 기장은 조류를 맞닥뜨렸을 때 모든 사고가 대형 사고로 이어지는 건 아니라면서도 "군락을 이루는 새 떼들이 순간적으로 흡입되면 엔진이 꺼지는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며 "엔진 한 개까지는 모르겠지만 엔진 양쪽이 다 꺼지면 치명적이다"라고 설명했다.

추가 취재: 최유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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