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항공, 사고 여객기 마지막 점검에서 '문제 없음'
제주항공 측은 무안공항에서 179명이 사망하는 사고를 낸 2216편 여객기가 사고 몇 시간 전 이뤄진 점검에서 "이상 징후가 없었다"고 밝혔다.
제주항공 김이배 대표는 지난 12월 31일 서울에서 열린 사고 관련 브리핑에서 "일상 점검에서는 랜딩기어를 육안으로 점검하는데 이상이 발견된 것이 없었다"고 전했다.
사고기는 방콕에서 출발해 지난 일요일 무안국제공항에 동체착륙하는 과정에서 활주로 끝 벽에 부딪혀 화염에 휩싸여 승무원 2명을 제외한 탑승자 전원이 사망했다.
조사관들은 희생자를 확인하는 한편 한국의 역대 최악의 항공기 추락 사고의 원인을 밝히기 위한 조사를 이어가고 있다.
아직 많은 의문점이 남아있는 가운데, 조사관들은 조류 충돌이나 기상 조건이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또한 사고가 난 보잉737-800기가 활주로에 착륙할 때 랜딩 기어가 작동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도 집중적으로 조사하고 있다.
무안공항에서는 수백 명의 유족들이 사랑하는 가족의 시신을 보지 못한 것에 분노하며 밤을 지새고 있으며, 현재까지 일부 희생자의 유해만 가족에게 공개됐다. 31일에 4구의 운구가 장례식장으로 이송됐지만 대부분의 가족들은 여전히 시신을 인도받지 못한 상태다.
김 대표는 브리핑에서 회사의 안전 조치를 묻는 질문에, 정비팀이 안전을 확인하지 않았다면 비행기가 이륙 허가를 받지 못했을 것이라 해명했다.
이어 조종사들은 규정에 따라 훈련을 받았으며 회사가 두 대의 모의비행훈련장치(시뮬레이터)를 보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2019년에 항공기 1대당 정비사 수가 12.0명이었는데 지금은 12.7명으로 더 많은 정비사 자원을 가지고 있다"며, "명확하게 어떤 범위의 정비를 해야 되는 건지 정해져 있는데, 만에 하나 해야 될 정비를 안 했으면 그건 심각한 문제"라고 전했다.
랜딩기어 정상 작동 여부에 대해서는 "사고 조사와 직접 연관돼 있고 사측도 알 수 없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항공기 정비 작업에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이기 위해 올 겨울 제주항공의 운항을 10~15% 줄일 것이지만, 이는 제주항공이 항공기를 무리해서 운행하고 있다는 점을 인정하는 것은 아니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비행 전후 기상 모니터링도 강화하겠다고 덧붙였다.
김 대표는 또 지난 5년간 제주항공이 국내 항공사 중 항공안전법 위반에 따른 행정처분 조치를 가장 많이 받았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최근 개선을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해명했다. "안전성을 강화해 제주 항공에 대한 신뢰회복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김 대표는 항공사가 피해자 가족들을 위해 긴급 지원금을 준비하고 있으며 장례식 비용을 일부 부담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이 지원금이 보험금과 다르다며 보험금 지급 절차가 완료되기 전에 우선 지원금을 지급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현재 회사 직원들이 현장에 나가 가족들에게 심리 상담을 제공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에 따르면 제주항공2216편 사망자 179명의 연령은 3~78세로 이 가운데 40대, 50대, 60대가 가장 많다. 사망자 중 태국 국적자는 2명이며 나머지는 모두 한국인으로 추정된다고 당국은 밝혔다.
- 제주항공 참사, 무안공항 활주로 근처에 구조물이 있었던 이유는
- 제주항공 참사 조사 본격 착수...진상 규명 얼마나 걸릴까?
- '견딜 수 없습니다'...희생자 유해를 기다리는 유족들의 분노
많은 유족들은 희생자들의 시신을 확인하는 과정이 오래 걸려 답답해하고 있지만, 관계자들은 탑승자들의 유체가 화재로 심하게 훼손돼 수습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전했다.
BBC가 공항에서 만난 맹기수(78세)씨는 자신의 조카가 수능이 끝난 두 아들을 축하하기 위해 태국을 다녀오는 길이었으며 셋이 모두 목숨을 잃었다고 밝혔다.
맹씨는 "가족이 한꺼번에 사라졌다니 믿을 수가 없다"며 "마음이 정말 아프다"고 심경을 전했다.
무안국제공항의 활주로는 당초 1일까지 폐쇄될 예정이었으나, 기체 잔해 수습 등 작업이 끝나지 않아 폐쇄기간이 8일로 연장됐다.
조사관들은 31일에 비행기의 두 개의 블랙박스, 즉 조종석 음성 녹음기와 기체 움직임을 기록하는 비행기록장치를 검사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비행기록장치의 커넥터가 사라져 데이터 추출이 더 어려워질 것으로 전망진다. 때문에 사고 여객기가 왜 랜딩기어 없이 착륙할 수밖에 없었는지에 대한 답을 찾는 과정이 길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관계당국은 또 비행기가 활주로 끝을 넘어가던 중 부딪힌 콘크리트 장벽에 대한 규정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참사 희생자들을 위한 국가애도기간을 맞아 상당수 새해맞이 행사들이 취소되거나 축소됐다.
서울시의 보신각 타종 행사는 공연 없이 조용한 분위기에서 진행됐다. 서울시는 시의 만류 요청에도 참사 당일인 29일에 한강에서 불꽃놀이를 강행한 유람선 운영업체에 대해 6개월 영업 정치 처분을 내렸다고 30일에 밝혔다.
매일경제에 따르면 해당 업체인 현대 크루즈는 사전 예약된 행사를 취소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불꽃놀이를 강행했다고 밝혔다.
여론의 반발이 일자 업체측은 사과했고 이번 운항 정지 명령으로 오는 6월까지 한강에서 유람선을 운행할 수 없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