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Z세대 여성들, '난자 냉동 덕에 연인을 찾는 압박 줄었다'
25세에 난자를 동결한 리비 윌슨은 "난자를 냉동하고 나서야 비로소 내가 연애에 대해 얼마나 압박감을 느껴왔는지 깨달았다"고 말한다.
윌슨은 연애와 결혼에 대한 불확실성과 가임력 저하라는 시간적 압박에서 벗어나 삶의 자유를 누리고 싶어 난자를 동결 보존하려는 Z세대(20대 초반) 여성들 중 하나다.
여성은 태어날 때부터 평생 사용할 모든 난자를 난소에 가지고 있다. 다만 나이가 들수록 난자의 질과 양이 감소해 가임력이 낮아진다.
비의료적 목적의 난자 냉동은 2000년대 초부터 급증하기 시작했으며, 가장 빠르게 증가하는 그룹은 30대 여성이다. 그러나 이제 20대 여성들도 이 증가세에 기여하고 있다.
난자 냉동은 전 세계 여러 나라에서 가능하나, 규정은 국가마다 다르다. 중국의 경우 미혼 여성의 비의료적 목적 난자 동결이 허용되지 않으며, 오스트리아 등 일부 국가에서는 건강상 사유가 없는 난자 동결을 금지하고 있다.
영국이 경우, '영국 인간 수정 및 배아 관리청(HFEA)'의 최신 통계에 따르면 18~24세 여성의 난자 동결 시술 건수는 4년간 46% 증가했다.
2019~2023년 기준 18~24세 여성의 시술 건수는 196건에서 287건으로 증가했으며, 30~34세 여성의 경우 505건에서 2012건으로 증가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냉동 난자가 실제 아기로 태어날 가능성은 매우 낮다며 성공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라고 경고한다.
'데이트 시장은 완전히 엉망이에요'
러시아 출신으로 미국에서 8년간 거주한 나스티아 스완(25)은 지난해 난자 동결을 선택했다.
스완은 자신도 아직 나이가 젊다는 걸 알지만, "꽤 오랫동안" 연인이 없었으며, 언젠가 반드시 어머니가 되고 싶다고 했다.
"나는 함께 인생을 꾸려갈 상대를 매우 신중하게 고른다. 그런데 데이트 시장은 엉망이다"는 설명이다.
시술 결정 소식을 알리자, 아버지는 "말 그대로 미친 듯이 웃으며" 지금은 "그냥 인생을 즐겨라, 너는 아직 너무 어리다"고 했다고 한다.
그러나 가족들도 결국 스완의 결정을 지지했다.
인도의 불임 지원 플랫폼인 '퍼틸리티 도스트'의 창립자인 기타나잘리 바네르지는 난자 냉동에 대한 여성들의 인식에 "대전환"이 있었음에도 주변의 이러한 반응으로 인해 여성들이 머뭇거리게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여성들로부터 '세상에, 가족들이 제 커리어도 이해 못 하는데 … 난자 냉동을 어떻게 이해하겠어요?'라는 이야기를 듣는다"고 한다.
또한 바네르지는 특히 중매를 통해 만난 미래 배우자 및 시댁 식구들의 시선을 걱정하는 여성들도 많다고 했다. 불임 치료를 둘러싼 사회적 "금기"가 있기 때문이다.
'결정적인 계기'였던 다낭성 난소 증후군
호주 출신인 윌슨은 다낭성 난소 증후군(PCOS)을 앓고 있다. 전 세계 가임기 여성 10명 중 1명꼴로 발생한다고 알려진 호르몬 질환으로, 불임을 유발할 수 있다.
윌슨은 "PCOS야말로 내가 난자 냉동을 진지하게 생각하게 된 결정적 계기였다"고 했다.
영국 런던대학교의 여성건강학 강사이자 HFEA 위원인 제이넵 거틴 박사는 젊은 여성 대부분은 암 치료와 같은 의학적 이유로 난자를 냉동한다고 설명했다.
거틴 박사에 따르면 젊은 여성의 난자 동결 증가세는 원발성 난소 부전(40세 이전에 난소 기능이 정상적으로 기능을 멈추는 것)이나 자궁내막증(자궁내막조직이 자궁 밖에서 자라는 것)과 같은 질환에 대한 이들의 인식이 높아진 현실을 반영한다.
아울러 항뮬러관호르몬(AMH) 검사와 같은 불임 기술에 대한 접근성도 높아지고 있다. 혈액 검사를 통해 난소에 남아 있는 난자 수를 파악하는 방식으로, 여러 국가에서 처방전 없이 온라인으로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바네르지는 환자들이 검사 결과를 단순한 퍼즐의 작은 조각이 아닌 '불임 성적표'처럼 받아들이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AMH 검사로는 난자의 질을 파악하거나, 자연 임신 가능성을 예측하지 못한다. 또한 결과가 부정확한 검사도 일부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퇴직 연금 꺼내 쓰기
한편 시술 비용 역시 또 다른 장애물이다. 가격은 다양하지만, 냉동에만 보통 수천달러가 들며, 이후 보관료 또한 만만치 않다.
윌슨 또한 1만1000호주달러(약 1000만원)에 달하는 시술비에 월 약 50호주달러에 달하는 보관료를 내야 하는 상황이 "대학생으로서는 꽤 부담스러웠다"고 인정했다.
이에 윌슨은 호주에서 '슈퍼애뉴에이션'이라 불리는 퇴직 연금에서 돈을 꺼내 써야만 했지만, "그 결정이 훗날 내가 아이를 낳을 수 있느냐 없느냐를 좌우할 수도 있다"며 후회하지 않는다고 한다.
한편 시술이 예상보다 간단하지 않다고 느낀 이들도 있다. 아르헨티나 출신 모라 모나코는 친구의 권유로 26세에 난자를 동결했다.
그런데 "의사가 '26살이면 최적의 나이다. 잘될 것'이라고 했지만, 나의 경우에는 그렇지 않았다"고 한다.
모라는 난소 예비력이 낮아 난자 채취에 어려움을 겪었고, 이는 "참담한" 기분이었다.
난자를 냉동한 여성이 이후 아이를 원할 경우 냉동된 난자를 해동해 체외수정(IVF) 같은 불임 치료에 사용할 수 있다.
그러나 HFEA의 거틴 박사는 이 과정 중 그 어느 것도 성공이 보장되지 않는다고 경고했다.
성공률에는 나이, 건강 상태, 성공적으로 냉동 및 해동된 난자 수, 정자 품질 등 다양한 변수가 영향을 미친다.
현재까지 난자를 냉동한 여성 대부분이 냉동된 난자를 사용하지 않아 성공률을 계산하기 어렵다. 다만 2016년 HFEA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해당 연도의 난자 냉동 주기 중 실제 아기로 태어난 경우는 18%에 불과했다.
현재 HFEA는 성공률을 더이상 집계하지 않는다. 난자를 냉동했을 때의 나이와 이후 불임 치료를 받은 시점의 나이를 신뢰도 있게 연결 짓기 어려워 성공률이 실제보다 높게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냉동된 난자의 성공 가능성은 신선한 난자를 여성의 난소에서 채취해 정자와 수정시킨 후 다시 이식하는 체외수정(IVF)보다는 성공률이 약간 낮다고 한다. 체외수정의 경우 환자 나이에 따라 한 주기당 성공률이 5~35% 사이로 다양하다.
거틴 박사는 "가장 중요한 것은 난자 동결을 고려하는 모든 여성들이 성공률에 관해 제대로 알고, 동결이 성공을 보장하지 않는다는 점을 인지하며, 잠재적인 위험과 부작용에 대한 폭넓은 정보를 갖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러한 잠재적인 위험에는 기분 조절 장애, 복부 팽만감, 호르몬 주사로 인한 두통, 난자 채취 시 발생하는 복통 등이 있으며, 드물지만 심각한 난소과자극증후군(OHSS)이 생길 수도 있다. OHSS는 심한 통증, 급격한 체중 증가, 혈전 등을 일으킨다.
한편 총 3차례 채취를 통해 난자 9개를 동결한 모라는 "나는 적어도 내가 내 난자를 보존하고자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했다는 걸 안다"고 했다.
BBC와 인터뷰한 세 여성 모두 자신의 이야기를 틱톡에 공유해 수백만 조회수를 기록했다.
모라는 "(내 틱톡 콘텐츠에) 감사하다는 메시지 수천 개가 쏟아졌다 … '이에 대해 의사에게 물어보겠다'는 사람들도 있었다"고 했다.
하지만 거틴 박사는 아주 젊은 여성들은 대부분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말한다.
"24세 미만 여성들은 굳이 진지하게 난자 냉동을 고려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는 그는 "아직 이들에게는 시간이 많다"고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