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은 피해자를 보자마자 행동에 나섰습니다'...본다이 비치 총격범 제압한 '영웅'의 아버지 BBC 인터뷰
지난 14일(현지시간) 호주 시드니 본다이 비치(해변)에서 발생한 총기 난사 사건 당시 총격범 중 한 명에게 달려들어 무기를 빼앗은 시민 '영웅'의 아버지가 BBC와의 인터뷰에서 아들은 "피해자, 피, 거리에 쓰러진 아동과 여성들을 보고 곧바로 행동에 나섰다"고 설명했다.
BBC가 확인한 영상에는 아흐메드 알 아흐메드(43)가 총격범을 향해 달려가 무기를 빼앗은 뒤, 총구를 되돌려 위협하며 물러서게 하는 모습이 담겼다. 그 또한 이 과정에서 여러 차례 총상을 입어 현재 수술을 받았다.
아흐메드의 부친 모하메드 파테는 지난 15일 BBC 아랍어 서비스와의 인터뷰에서 아들은 사람들이 공격당하는 모습에 망설임 없이 행동에 나섰다고 전했다.
그는 "아들은 감정, 양심, 인간애에 이끌려 행동했고, 즉시 달려가 총격범은 제압하고 무기를 빼앗았다"고 설명했다.
두 자녀를 키우며 과일 가게를 운영하는 아흐메드는 지난 14일 유대교 명절인 '하누카' 기념 행사장에서 발생한 총격 사건 현장에 뛰어들어 범인 중 한 명을 제압하며 영웅으로 칭송받고 있다. 이번 사건으로 15명이 숨지고 수십 명이 다쳤다.
현지 경찰은 이번 사건을 유대인 공동체를 겨냥한 테러로 규정했다.
파테에 따르면 아흐메드는 당시 친구와 커피를 마시러 나갔다가 사건 현장을 마주친 것으로, "순전히 우연"으로 그곳에 가게 됐다고 한다.
또한 그는 "아들은 피해자들, 피, 거리에 쓰러진 아동과 여성들을 보자마자 행동에 나섰다"고 덧붙였다.
아흐메드는 시리아 출생으로, 고등학교 졸업 후 2006년 호주로 건너왔으며, 파테에 따르면 "현재도 계속 호주에서 거주하며 시민권도 취득"했다. 과거 시리아 내부 보안군 소속 경찰관으로 의무 복무 기간을 채웠는데, 이 과정에서 "이러한 상황에 대처하는 법"을 배웠다고 한다.
한편 아흐메드가 태어나고 자란 시리아에 현재 살고 있는 그의 친척 모하메드 아흐메드는 BBC 아랍어 서비스와의 인터뷰에서 온 가족이 아흐메드를 무척 자랑스럽게 여긴다고 했다.
"그는 우리 마을, 시리아, 모든 이슬람교도들, 전 세계를 자랑스럽게 했다"는 설명이다.
아울러 그는 아내와 두 딸을 둔 아흐메드가 보여준 영웅적 행동은 "명예와 용기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흐메드가 나고 자란 시리아에 현재도 살고 있는 그의 친척은 "아흐메드가 우리 마을, 시리아, 모든 이슬람교도, 전 세계를 자랑스럽게 했다"고 했다.
사촌인 무스타파는 지난 14일 밤 '7뉴스 오스트레일리아'에 "그는 영웅이다. 100% 영웅이다. 자기 팔과 손에도 각각 한 발씩 총상을 입었다"고 전했다.
이어 15일 아침, 무스타파는 "그의 상태가 호전되길 바라고 있다. 어젯밤에도 병문안을 다녀왔다. 괜찮아 보였지만, 가족은 의사의 소견을 기다리고 있다"고 밝혔다.
크리스 민스 뉴사우스웨일스 주지사는 15일 밤 아흐메드의 병실을 방문한 사진을 공유하며 "현실 세계의 영웅"이라고 칭했다.
민스 주지사는 페이스북을 통해 "그는 믿기 어려울 만큼 대단한 용기로 엄청난 위험을 감수하며 테러리스트를 무장해제했고, 그 덕에 수많은 생명이 살았다는 점에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했다.
이어 아흐메드를 직접 찾아 시간을 보내고, "뉴사우스웨일스 주민들의 감사 인사를 전달할 수 있어" 영광이었다고 덧붙였다.
"아흐메드의 희생적인 용기가 없었다면 더 많은 생명이 목숨을 잃었을 것이 분명합니다."
미국의 한 억만장자는 "용감한 영웅"이라며 아흐메드에게 9만9999호주달러(약 9700만원)을 기부했다.
아흐메드를 위해 마련된 '고펀드미' 모금 캠페인에는 미국의 헤지펀드 '퍼싱 스퀘어 캐피털 매니지먼트'의 윌리엄 애크먼 CEO가 최고액을 기부했다. 해당 모금 캠페인에는 15일 밤 기준 100만달러 이상이 모였다.
아흐메드가 총격범을 제압하는 영상은 온라인에서 널리 확산했다.
영상 속 총격범은 작은 보행자 다리 근처 야자수 뒤에 서서 화면에서는 보이지 않는 목표물을 향해 총을 조준해 발한다.
그러다 근처 주차된 차량 뒤에 숨어 있던 아흐메드가 달려들어 범인을 밀어 제압해 무기를 빼앗고 총구를 되돌려 겨누었다.
이에 총격범은 보행자 다리 쪽으로 물러섰다.
이후 아흐메드는 총을 내려놓고, 출동한 경찰에게 자신이 총격범이 아님을 알리려는 듯 한 손을 공중에 들어 올렸다.
총기를 빼앗긴 이 총격범은 이후 다리 위에서 다른 무기를 집어 들어 다시 발포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이 다리에서는 또 다른 총격범도 계속해서 총을 난사했다. 당시 이들이 누구를 혹은 무엇을 조준했는지는 불분명하다.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는 지난 14일 "우리는 오늘 타인을 돕고자 위험한 곳으로 달려간 호주인들을 목격했다"고 연설했다.
"이 호주인들은 영웅이며, 이들의 용기가 (많은) 생명을 구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백악관 크리스마스 행사장에서 아흐메드를 칭찬하며 그를 "매우 존경한다"고 했다.
이어 "매우, 매우 용감한 사람이다. 총격범에게 정면으로 달려들어 수많은 목숨을 구했다"고 덧붙였다.
한편 경찰에 따르면 이번 사건과 연관된 두 총격범은 각각 50, 24세로 아버지와 아들 관계다. 현지 언론은 이들의 신원에 대해 사지드 아크람, 나비드 아크람이라고 보도했다.
사지드는 현장에서 사망했으며, 아들 나비드는 중태로 병원에 입원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