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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영국 FTA 개선 협상 타결

5시간 전

한-영 자유무역협정(FTA) 개선 협상이 15일(현지시간) 마무리됐다. 영국 정부는 이번 협정이 일자리 수천 개를 창출하고 자국 경제에 수십억 규모의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협정에 따라 대부분의 상품과 서비스에 적용되던 무관세 교역이 연장되면서 영국의 제약, 자동차 제조, 주류 및 금융 서비스업 등이 혜택을 볼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과의 이번 협정은 유럽연합(EU), 미국, 인도와의 협정에 이어 영국의 현 노동당 내각이 체결한 4번째 무역 협정이다. 다만 지금껏 그 어느 협정도 영국 경제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한편 최근 몇 년간 영국에서 음악, 화장품, 식품 등 한국 문화와 상품의 인기는 크게 높아졌다.

크리스 브라이언트 영국 산업통상부 통상담당장관은 15일 밤 런던 소재 삼성 플래그십 스토어에서 여한구 한국 통상교섭본부장과 함께 협정 타결 소식을 발표했다.

이번 합의에 따라 양국 무역의 98%는 계속 무관세로 유지된다. 이는 EU가 한국과 맺은 조건과 동일하며, 브렉시트 이후 영국이 한국과 한시적으로 유지해 온 조건이기도 하다.

양국은 영국의 브렉시트 선언 이후 교역·투자 연속성을 확보하기 위해 2011년 발효된 한·EU FTA와 동일한 내용으로 한영 FTA를 체결했고, 이 협정은 2021년 발표됐다.

이 기존 무역 협정은 오는 1월 만료 예정이었으나, 이번 새 협정으로 20억 파운드(약 4조원) 규모의 영국 수출 시장은 관세 인상 위협으로부터 보호받게 됐다.

키어 스타머 총리는 이번 협정은 "영국 기업의 큰 승리"라고 평가했다.

이어 "이번 협상을 통해 양국은 더 원활한 교역을 이어갈 것이고, 이를 바탕으로 경제를 발전시켜 나갈 것이다. 이는 전국적인 일자리 창출과 경제 성장에 기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브라이언트 장관은 이 협정이 "(영국 정부가 제시한) '변화를 위한 계획'의 일환으로, 경제 성장을 가속하는 데 필요한 우리의 핵심 산업을 확고하게 보호해 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 산업통상부는 "한영 FTA 원 협정에서 상품 시장을 대부분 개방해 이번에 추가 개방은 논의하지 않았다"면서 "우리 주력 수출품에 적용되던 엄격한 원산지 기준을 완화하고, 정부조달, 서비스 등 분야에서 성과를 확보했다"고 말했다.

영국 산업통상부에 따르면 한국은 25번째로 큰 교역국으로, 올해 6월 말까지 12개월간 한국은 영국의 전체 무역량 중 0.8%를 차지했다.

공식 통계에 따르면 같은 기간 영국의 대한국 수출은 16.4%, 한국의 대영국 수출은 10.8% 감소했다.

여한구 본부장은 BBC와의 인터뷰에서 한국과 영국의 경제는 "상호 보완적"이라면서 양국 간 무역이 감소했다고 양국 관계의 중요성이 예전 같지 않다는 의미는 아니라고 반박했다.

BBC와 인터뷰 중인 여한구 한국 통상교섭본부장
BBC

여 본부장은 이번 새 협정은 제품 원산지 관련 규정을 기업 친화적으로 개선하는 등 비관세 장벽 낮추기, 새로운 디지털 및 투자 보호 장치 마련 등에 중점을 두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러한 틀을 통해 양국이 더 긴밀히 협력해 함께 이익을 얻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또한 영국은 한국을 위한 유럽 무역의 관문 역할을 할 수 있고, 반대로 한국은 영국 기업들의 아시아 진출을 위한 관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한-영 FTA 협정은 브렉시트 이후 체결된 여러 무역 협정 중 가장 최근 사례다. 그러나 영국의 독립 재정 감시기관인 '예산책임청(OBR)'은 지금까지 더 큰 교역 상대국들과 체결한 협정들도 2030년까지 영국 경제에 측정 가능할 정도의 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낮다고 평가한 바 있다.

영국 정부는 올해 체결한 다양한 무역 협정들을 통해 일자리가 창출되고, 중소기업의 규제 부담이 줄어 궁극적으로 영국 경제가 성장할 것이라 말한다.

다만 정부 자체 평가에 따르면 인도와의 무역 협정이 영국 국내총생산(GDP)을 늘리는 효과는 0.11~0.14%에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인도와의 협정은 영국 노동자들의 일자리를 잠식할 수 있다는 우려로 비판을 받기도 했다. 인도는 영국의 10번째로 큰 교역 상대국으로, 영국 전체 무역의 약 2.5%를 차지한다.

이런 가운데 한국과 영국은 비자 제도도 정비했다. 영국 내 제조 공장 설립 초기에 한국 엔지니어, 기계·설비의 유지·보수 전문인력 등의 수월한 영국 입국을 가능하도록 해 미국 '조지아주 사태' 같은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했다.

특히 기술 인력의 영국 비자 취득에 큰 장벽이었던 영어 능력을 요구하지 않는 비자 타입을 활용할 수 있게 하고, 한국 본사 인력뿐 아니라 협력업체 인력도 서비스 계약을 통해 영국으로 초청할 수 있게 했다.

'멋진 소식'

벤틀리모터스, 재규어 랜드로버(JLR), 디아지오(기네스 모회사) 등 영국 기업들은 이번 한국과의 협정 체결 소식을 환영했다.

벤틀리모터스의 프랑크-스테펜 발리저 회장 겸 CEO는 한국이 벤틀리와 고급 자동차 업계에서 매우 중요한 시장이라고 했다.

"한국 시장에 즉각적으로 계속 접근할 수 있다는 점, 긍정적인 장기간 무역 협정이 체결됐다는 것은 멋진 소식입니다. 원활한 국제 무역은 영국의 자동차 산업 성장에 핵심입니다."

맥주 '기네스' 등으로 유명한 디아지오의 니크 장기아니 임시 CEO는 이번 협정이 체셔주 런콘에서 캔으로 생산되는 기네스에 대한 "한국 소비자들의 증가하는 수요를 충족시키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스카치 위스키 협회'의 에밀리 위버 로즈 임시 국제 담당 이사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이 매출 기준으로 보면 최대 위스키 시장이라고 설명했다.

"한국 시장에 대한 무역 장벽 완화는 스카치 위스키, 특히 싱글 몰트 위스키의 시장 접근성을 한층 강화해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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