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네비게이션 검색 본문 바로가기

숨진 채 발견된 영화감독 롭 라이너 부부...아들 살인 혐의로 체포

8시간 전
롭 라이너와 아내 미셸 싱어 라이너
Getty Images
BBC의 미국 파트너사 CBS 뉴스에 따르면 라이너 부부는 여러 자상을 입은 채 자택에서 숨진 상태로 발견됐다

미국의 유명 영화감독 롭 라이너와 아내 미셸 싱어 라이너가 지난 14일(현지시간)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된 가운데 부부의 아들이 살인 혐의로 체포됐다.

로스앤젤레스 경찰국은 지난 15일 닉 라이너(32)가 체포됐으며, 보석 없이 구금 중이라고 밝혔다.

BBC의 미국 파트너사인 CBS 뉴스는 소식통을 인용해 숨진 부부의 딸 로미(28)가 14일 자택에서 여러 자상을 입은 채 쓰러진 부모를 발견했다고 보도했다.

라이너 감독은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 '이것이 스파이널 탭이다', '스탠 바이 미', '미저리', '어 퓨 굿맨' 등 대중적으로 널리 알려진 다양한 장르의 영화를 연출했다.

지난 14일 현지시각 오후 3시 38분경, 캘리포니아주 브렌트우드 소재 라이너 부부 자택에서 긴급 의료 지원을 요청하는 신고가 접수됐다.

로스앤젤레스 소방국은 현장에서 2명이 사망 판정을 받았다고 밝혔다. 이들은 이후 롭(78)과 아내 미셸(68)로 확인됐다.

몇 시간 뒤인 14일 오후 9시 15분경, 경찰은 아들 닉의 체포 소식을 전했다.

다만 수사 당국은 아직 범행 동기 등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으며, 수사가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과거 닉은 과거 중독 문제와 노숙 생활로 어려움을 겪었던 경험에 대해 공개적으로 밝힌 바 있다. 당시의 경험을 바탕으로 2015년 아버지와 함께 반 자전적 영화 '찰리'를 제작하기도 했다.

라이너 일가의 자택은 고급 저택, 상점, 레스토랑 등이 즐비해 유명인들의 거주지로 유명한 브렌트우드에 자리하고 있다. 15일 아침, 자택 정문에 취재진이 몰린 가운데 경비원이 경계를 서고 있었다.

한편 코미디 거장 칼 라이너의 아들로 태어난 롭 라이너는 1960년대 영화계에 뛰어들었으며, 70년대 TV 시트콤 '올 인 더 패밀리'에서 '미트헤드' 역으로 이름을 알렸다.

이후 자신이 연출하고 주연도 맡은 코미디 페이크 다큐멘터리 '이것이 스파이널 탭이다(1984년작)'로 입지를 확고히 다졌다.

라이너는 70년대 TV 시트콤 '라번과 셜라'에 출연한 배우 페니 마셜과 1971년부터 1981년까지 결혼생활을 했으며 마셜의 딸이자 배우인 트레이시 라이너를 양녀로 뒀다.

이후 로맨틱 코미디 영화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를 제작 중 만난 것으로 알려진 미셸과 1989년 재혼했다. 두 사람은 슬하에 세 자녀를 뒀다.

롭 라이너의 가족들
Getty Images
롭 라이너와 그의 가족들. 아들 닉도(왼쪽에서 4번째) 영화 시사회에 참석했다

아내 미셸은 배우이자 사진작가, 프로듀서로 활동했으며, 사진 업체 및 제작사인 '라이너 라이트'의 설립자이기도 했다.

한편 롭 라이너는 적극적으로 정치활동을 벌이고 민주당 후보를 지지하는 것으로도 유명했다.

부부의 사망 소식이 전해진 뒤, 도널드 트럼프 현 대통령은 게시물을 통해 이들의 죽음에 "매우 슬프다"면서도 라이너를 비판했다. 이들이 '트럼프 발작 증후군'이라는 "거대하고, 완고하며, 치유 불가능하고 고약한 병으로 인해 타인들에게 분노를 유발"했기에 사망한 것으로 "전해진다"고 주장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은 "그는 도널드 J.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격렬한 집착으로 사람들을 미치게!! 만든 인물로 알려져 있었다"고도 적었다.

대통령이 언급한 '전해진' 소식이 무엇을 가리키는지는 불분명하며, 경찰은 이번 사건을 살인으로 보고 수사 중이나, 아직 범행 동기에 대해서는 밝힌 바 없다.

트럼프 대통령과 일부 지지자들은 자신들을 비난하는 사람들을 일컬어 '트럼프 발작 증후군(Trump Derangement Syndrome)'이라는 표현을 사용하곤 한다. 라이너 감독은 트럼프 대통령을 공개적으로 비판하곤 했다.

이 같은 게시물에 일부 공화당 인사들도 비난하고 나섰다. 과거 트럼프 대통령의 측근이었던 마조리 테일러 그린 연방하원의원 또한 이 부부의 죽음은 "정치나 정적에 관한 것이 아니라 가족의 비극"이라고 강조했다.

그린 의원은 "마약 중독이나 정신 건강 문제를 앓는 가족 구성원을 둔 가족들이 많다"면서 "이는 극도로 어려운 일이며, 특히 살인으로 끝날 경우 우리는 공감과 연민으로 대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 같은 게시물에 라이너 부부의 몇몇 친구들은 분노를 드러냈다.

마리아 슈라이버 전 캘리포니아 주지사 부인은 X를 통해 자신의 오랜 친구였던 라이너 부부는 "헌신적인 부모"였다고 강조하며, "모든 자녀를 깊이 사랑했으며, 자녀들을 돌보고자 늘 포기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올해 개봉한 '이것이 스파이널 탭이다'의 속편 '스파이널 탭 2'에 출연한 엘튼 존은 "오늘 롭과 미셸의 소식을 들었다. 믿을 수 없다"며 애도했다.

"그들은 내가 만난 가장 아름다운 사람들이었고, 더 나은 대우를 받아야 하는 사람들이었습니다."

라이너 감독의 1985년 작 영화 '사랑에 눈뜰 때'에 출연한 배우 존 쿠삭은 감독은 "위대한 사람"이었다고 애도했으며, 1994년 작 영화 '노스'에 출연한 배우 일라이저 우드는 부부의 사망 소식이 "끔찍하다"고 표현했다.

BBC NEWS 코리아 최신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