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네비게이션 검색 본문 바로가기

푸틴이 '전승절 기념 사흘 휴전'을 통해 얻으려 하는 것은 무엇인가?

1일 전
블라디미르 푸틴
EPA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양측은 부활절을 맞아 발표한 30시간의 임시 휴전 협상을 서로가 위반했다며 비난했다

휴전은 어떤 때 진정한 평화 추구의 의미를 지닐까? 또 단순한 홍보 전략일 뿐일 때는 언제일까?

요즘 이와 관련한 질문이 자주 제기되고 있다.

주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연관된 질문들이다.

짧은 휴전 선언은 요즘 러시아의 전형적인 행보가 되어가고 있다.

지난 19일 푸틴 대통령은 부활절을 맞아 30시간 동안의 적대 행위 중단을 선언하며 이를 "인도적" 제스처로 포장했다.

그리고 가장 최근, 푸틴 대통령은 5월 초 사흘 간의 일방적 휴전을 추가로 선언했다. 제2차 세계대전 종전 80주년 기념행사와 더불어 5월 8일부터 10일까지다.

크렘린궁은 성명을 통해 72시간 동안 모든 군사행동을 중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에도 "인도적" 고려를 그 이유로 제시했으며, 우크라이나도 이에 따르길 바란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에 대해 우크라이나는 왜 러시아가 즉시 휴전을 시작하지 않는지 의문을 제기하며 최소 30일간의 휴전을 요구하고 나섰다.

안드리이 시비하 우크라이나 외교부 장관은 "러시아가 진정으로 평화를 원한다면 즉각적으로 공격을 중단해야 한다"며 "왜 5월 8일까지 기다려야 하는가?"라고 덧붙였다.

3년 넘게 우크라이나 침공을 이어가고 있는 러시아 대통령의 이번 조치는 전투를 끝내려는 진심 어린 시도일까?

혹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감동시키기 위한 단순한 홍보 전략일까?

러시아를 비판하는 이들은 홍보 전략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을 것이다.

실제로 극히 짧았던 '부활절 휴전' 기간 동안에도 우크라이나는 러시아군이 여러 차례 이를 위반했다고 비난했다.

러시아는 30시간의 전투 중단 선언을 통해 미국에게 '이번 전쟁에서 러시아는 평화를 원하고, 공격자는 우크라이나'라는 메세지를 보내고자 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가 자신들의 평화의 제스쳐를 무시하고 전쟁을 장기화시키고 있다고 비난했다.

하지만 최근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보면 그가 이를 믿지 않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트럼프는 지난 주말 동안 자신의 SNS 플랫폼 '트루스 소셜'에 푸틴이 "아무런 이유 없이 지난 며칠간 민간 지역, 도시와 마을에 미사일을 발사했다"고 썼다.

그는 또 "어쩌면 푸틴이 전쟁을 끝내고 싶어 하지 않고, 단지 나를 속이려고 하는 것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며 "그렇다면 금융 제재나 2차 제재 같은 다른 방식으로 대응해야 할 것이다. 너무 많은 사람들이 죽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후 러시아가 발표한 또 다른 휴전은 직전보다 약간 길어진 3일짜리다. 그리고 또 다시 "인도적" 이유를 내세웠다.

이번에도 미국 측에 러시아는 선의만을 가지고 있고, 사실상 자신들이 이 상황의 '선한 주체'라는 메세지를 보내려는 또 한 번의 시도일까?

그렇다 해도 당장은 성공하지 못한 듯하다. 백악관 대변인 캐롤라인 레비트는 러시아의 임시 휴전 제안을 언급하며, "트럼프 대통령은 민간인 학살 및 유혈 사태를 멈추기 위해 영구적인 휴전을 우선적으로 원한다고 분명히 밝혔다"고 말했다.

대변인은 또 "트럼프 대통령이 양국 지도자들에게 점점 더 큰 실망감을 느끼고 있다"고 덧붙였다.

푸틴 대통령과 대화를 나누는 젤렌스키 대통령
Reuters
지난 주말 트럼프 대통령과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탈리아에서 단둘이 회담했다

이는 최근 몇 달 동안 젤렌스키 대통령을 공개적으로 비판해왔던 트럼프 대통령이 이제는 러시아에 대한 인내심을 잃어가고 있다는 신호로도 해석할 수 있다.

지난달, 트럼프 행정부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양측에게 조건 없는 30일 전면 휴전에 합의할 것을 촉구했다. 우크라이나는 이에 동의했지만, 러시아는 그러지 않았다.

이미 러시아 고위 당국자들은 푸틴 대통령이 제안한 3일짜리 휴전을 이용해 우크라이나를 나쁜 쪽으로 몰아가려 하고 있다.

러시아 하원 의장인 뱌체슬라프 볼로딘은 러시아 국영 TV에 출연해 "젤렌스키 대통령이 과연 우리 대통령의 결정을 지지하고 휴전에 동의할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또 다시 짧은 휴전이 발표된 직후 나온 발언치고는, 상황을 낙관하기 힘든 신호다.

BBC NEWS 코리아 최신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