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취임 100일, 미국은 어떻게 재편됐나?

지난해 대통령 선거 운동 기간, 도널드 트럼프 당시 후보는 백악관에 입성하자마자 극적인 변화를 일으키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하지만 이토록 정신없이 빠르게 이루어지리라 예상한 이는 거의 없었다.
제47대 대통령으로 취임 선서를 한 지 불과 3개월 만에 트럼프 대통령은 전임 대통령들과는 비교할 수 없는 방식으로 권력을 행사하고 있다.
대통령의 서명이 담긴 문서, 대문자로 적힌 SNS 게시물 등의 형태로 발표된 행정 명령은 폭풍처럼 몰려들어 미국인들의 생활 전반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지지자들 입장에서 이 같은 충격과 공포의 방식은 에너지 넘치는 대통령이 약속한 사안과 오랫동안 기다려온 개혁을 직접 실천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생생한 증거다.
반면 비판자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국가에 돌이킬 수 없는 손해를 끼치고 있으며, 과도하게 권력을 휘두르며 중요한 정부 기능을 무력화시키고 있다고 말한다. 그 과정에서 미국의 대통령직이 영원히 바뀌어버릴지도 모른다고 우려하는 이들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 후 첫 100일 동안 펼쳐진 6가지 결정적인 순간을 살펴보았다.

헌법적 논란을 일으킨 SNS 게시물
이번만큼은 논란을 일으킨 SNS의 작성자가 트럼프 대통령 본인이 아니었다.
새 행정부가 출범한 지 3주째였던 지난 2월 9일 오전 10시 13분(현지시간), JD 밴스 부통령은 X에 짤막한 문장 하나를 게시했다. 앞으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방향을 암시하는 선언이었다.
"판사들은 행정부의 정당한 권력을 통제할 수 없다."
언론은 이를 대서특필했고, 여러 법률학자가 나서 미국 민주주의의 핵심을 이루는 220년 된 원칙을 언급하며 반박했다.
미국에서 법률, 규정, 행정 명령 등 정부의 조치가 미국의 헌법을 위반한다고 판단될 경우, 법원은 이를 견제하고 중지할 권한을 지닌다.
밴스 부통령의 이 같은 발언은 사법 당국에 대한 노골적인 도전이자, 더 넓게는 미국 건국의 아버지들이 설계한 삼권 분립에 대한 도전이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과 그 행정부는 여전히 행정부의 권한을 의회와 법원으로까지 확장하는 움직임에 대해 사과하지 않고 있다.

백악관은 의회의 예산 통제권을 빼앗고자 공격적으로 움직이고 있으며, 일방적으로 여러 프로그램과 기관 전체 예산을 삭감하고 있다.
현재 상, 하원 모두에서 공화당이 근소한 차이로 다수당 지위를 유지하고 있는 가운데 미 의회는 이렇게 권한이 약화하고 있음에도 대부분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한편 법원의 저항은 이보다는 더 완강하다. 미 '뉴욕 타임스'의 집계에 따르면 대통령의 특정 조치를 위헌으로 판단해 중단을 명령한 판결은 현재까지 100건이 넘는다.
법원과 행정부의 가장 큰 충돌 지점 중 하나는 바로 트럼프 대통령의 이민자 단속 조치였다.
올해 3월, 미국 행정부는 자국에 위협이 된다고 판단되는 베네수엘라인 200여 명을 엘살바도르로 추방했다. 이들 대부분이 법원 증거 제시 절차 없이 행정부의 광범위한 전시 권한 체제 하에 추방되었다.
연방 항소법원 내 공화당 지명 판사가 이 같은 백악관의 행보에 대해 "충격적"이라고 표현할 정도였다.
J. 해비 윌킨슨 연방항소법원 판사는 "현재 국가 기관들은 서로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충돌하는 지경에 이르렀으며, 이 갈등은 모든 기관을 약화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백악관 측은 법원의 판단을 따르겠다고 밝혔으나,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조치를 중단시킨 결정을 내린 판사 중 다수를 향해 비난을 퍼붓고 있으며, 행정부 또한 종종 느리게 움직이며 제대로 판결을 따르지 않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 모든 상황이 수 세기 동안 일정한 수준의 선의를 바탕으로 운영된 헌정 체제에 대한 전례 없는 시험대라고 할 수 있다.
물론 그러한 움직임 정중앙에 서 있는 인물은 트럼프 대통령이지만, 이 혼란을 주도한 주요 인사 중 하나는 미국에서 태어나지는 않았으나 그곳에서 사업 제국을 일군 사업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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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 위로 전기톱을 휘두르는 머스크
올해 2월 열린 '보수정치행동회의(CPAC)'에서 일론 머스크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검은색 옷을 입고, 선글라스를 쓴 채 무대에 등장해 참석자들의 열렬한 환호를 받았다.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인물인 그는 연방 정부 예산을 수조달러씩 삭감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날 머스크는 깜짝선물이 있다고 했다. 무대 뒤에서 예산 삭감 정책으로 유명한 아르헨티나의 하비에르 밀레이 대통령이 등장하더니 그에게 빛나는 금색 전기톱을 건넸다.
이를 받아 든 머스크는 "이는 관료주의를 (썰어버릴) 전기톱"이라면서 "전기톱!!"이라고 외쳤다.

이는 머스크가 자신의 '정부효율부(DOGE)'가 맡은 임무에 대해 얼마나 열성적인지 보여주는 극적인 장면일 뿐만 아니라, 남아프리카공화국 태생 기술 사업가인 그가 트럼프 지지자들 사이에서 거의 록스타급의 인기를 누리고 있음을 보여주는 순간이었다.
이 같은 무대 등장 이후 머스크는 연방 정부 전역에 자신의 측근들을 파견해 민감한 정부 데이터베이스에 접근하는 한편, 예산을 삭감할 프로그램들을 식별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머스크는 한때 약속했던 수조 달러 규모의 예산 낭비 내역은 찾아내지 못했으나, 이같은 예산 삭감 조치로 인해 미국의 여러 기관과 정부 부처 수십 곳의 규모가 대폭 축소되었다. 특히 미국 국제개발처(USAID)의 경우 사실상 폐쇄됐고, 교육부 해체 움직임이 포착되었다.
정부 내 "예산 낭비, 사기, 남용" 사례를 줄이고, 급증하는 연방 정부 적자를 줄이겠다는 약속에 대중은 환호했으나, 전기톱으로 상징되는 그의 실행 방식은 고위 정부 관리들과의 갈등을 초래하는 한편, 일부 미국인들의 분노를 촉발했다.
일부 트럼프 지지자들은 이 같은 공격적인 예산 삭감에 대해 환호하고 있으나, 일각에서는 공화당 의원들을 비판하고 있다.
예산 삭감이 사회보장 연금 계획, 재향군인 복지 혜택, 저소득층 및 노인층을 위한 건강 보험 혜택 등 인기 있는 정부 프로그램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우려하는 것이다.
이러한 프로그램이 연방 정부 지출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기에 이들의 우려가 완전히 틀렸다고 할 수 없다.
만약 이러한 프로그램들이 축소되지 않는 상태로 트럼프 대통령이 약속한 대규모 세금 감면이 실현될 경우 미 정부 부채는 더욱 커질 것이며, 그의 핵심 선거 공약인 경제 번영마저도 위험에 빠질 수 있다.

'눈앞에서 수십억달러가 증발하고 있었기에 빠르게 생각해야 했습니다'
미국에서 트레이더로 활동하는 리처드 맥도널드는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 로즈 가든에서 관세 대상 국가 목록이 적힌 차트를 들어 올리는 모습을 보며, 빠르게 움직여야 함을 느꼈다.
"차트를 들고나오리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구두로) 발표하리라 예상했다"는 설명이다.
10~20% 정도를 예상했지, "그 누구도 이렇게 고율의 관세를 예상하진 못했다"고 한다.
맥도널드는 가장 큰 타격을 입을 분야가 어디일지 파악하고자 서둘렀고, 즉시 매도 버튼을 눌렀다.
"주가가 초당 수십억달러씩 뚝뚝 떨어지고 있었기에 말 그대로 '누구 손가락이 제일 빠른지'가 중요할 때였습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의 이른바 '해방의 날' 관세 발표 이후 전 세계 주가가 급락했을 당시 증시 최전선에 있던 여러 트레이더 중 하나다.
미국 증권거래소에 상장된 대기업 500곳의 주가를 반영하는 S&P500 지수는 특히 큰 타격을 입어, 이후 백악관이 일부 최고율 관세 조치를 철회했음에도 여전히 완전히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한편 지난해 11월 대선에서 미국 유권자들이 가장 큰 걱정거리는 경제였다. 트럼프 후보는 바이든 행정부의 인플레이션 대응에 대한 대중의 깊은 불만을 타고 승리를 거두었다.
물가 인하, 정부 규제 축소, 국내 산업 지원 등 그가 내놓는 기업 친화적인 공약에 금융가는 물론 미국의 수많은 노동자들이 환호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새로운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약속을 실천하려고 나선 가운데 이로 인한 경제적 대가는 적어도 단기적으로는 매우 뼈아프게 나타나고 있다.
우선 주식 시장이 하락하고 있으며, 주택모기지 금리를 포함해 각종 금리는 오르고 있고, 소비자 신뢰 지수는 하락하고 있다. 실업률도 상승세로 돌아섰는데, 부분적으로 이는 연방 공무원들이 대량 해고되었기 때문이다.
미국의 중앙은행 격인 연방준비제도(Fed)와 경제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이같은 계획이 경제를 위축시키고 있으며, 잠재적으로는 경기 침체까지 일으킬 수 있다고 경고한다.
트럼프 대통령의 경제 정책에 대한 지지율은 하락했으나, 여전히 다수의 지지자들이 그의 곁에 머무른다. 특히 제조업 일자리 감소로 지역 전반이 쇠퇴한 곳에서는 여전히 이번 관세를 통해 글로벌 경쟁 환경이 더 공평해질 수 있다는 희망을 품고 있다.
펜실베이니아주에서 트럭운전사로 일하는 벤 마우어는 대중 관세를 언급하며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로 존중을 되찾아왔다"면서 "우리는 여전히 무시할 수 없는 존재"라고 덧붙였다.
한편 경제에 대한 우려로 인해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율은 전반적으로 하락했으나, 여전히 그가 대중의 신뢰를 잃지 않고 있는 한 가지 주요 분야가 있으니 바로 이민 문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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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아들은 쇠사슬에 묶인 채 감옥에 갇혀 있었습니다'
"아들이에요! 제 아들이 맞아요! 얼굴을 알아볼 수 있어요!"
미렐리스 카시크 로페즈는 전 세계에서 가장 악명 높은 감옥 바닥에 쇠사슬과 수갑으로 묶인 채 줄지어 늘어선 남성들의 사진을 가리키며 이같이 말했다.
로페즈는 사진 속 한 남성을 가리키며 자기 아들이라고 했다. 남성들은 모두 삭발 된 채 흰색 옷을 입고 있다.
베네수엘라 아라과주 마라카이 지역 주민인 로페즈는 BBC 기자를 통해 엘살바도르 당국이 온라인에 공유한 해당 사진을 보게 되었다.
로페즈가 아들과 마지막으로 연락이 닿았을 당시, 미국에 있던 아들은 베네수엘라로 추방될 위기에 처해 있었다. 그러나 현재 아들이 있는 곳은 베네수엘라가 아닌, 로페즈로부터 2300km 떨어진 엘살바도르의 초대형 감옥이다.
아들은 미국 당국이 이 악명높은 교도소로 추방한 238명 중 하나다.

트럼프 행정부는 유명한 다국적 범죄 조직인 '트렌 데 아라구아(TdA)' 갱단원들을 추방한 것이라고 주장하나, 로페즈는 자기 아들은 죄가 없다고 말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재선 운동 당시 강경한 이민 정책을 핵심 공약으로 내세웠고, 이 같은 약속을 지키고자 광범위한 권력을 행사하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 말기부터 불법 국경 통과자 수는 감소하고 있었으나, 현재 월별 통과자 수는 지난 4년 만에 최저치이다.
미 국민 다수가 이 같은 단호한 조치를 환영하는 가운데, 덩달아 휘말리게 된 유학생 커뮤니티는 불안에 떨고 있다. 일부는(영주권자인 이들도 있다) 교내 팔레스타인 지지 캠퍼스 시위에 참여했다는 이유로 구금되어 추방될 위기에 처했다. 이들은 하마스 지지자라는 의혹은 터무니없다고 부인한다.
민권 변호사들은 일부 이민자들은 적법 절차 없이 추방되고 있으며, 트럼프 대통령이 표적으로 삼았다는 "살인자와 폭력배들" 사이에 무고한 이들도 함께 휘말리고 있다고 경고한다.
현재까지는 일각에서 기대하거나 우려한 만큼 대규모 추방은 이루어지지 않고 있으나, 새롭게 권한이 강화된 이민 단속 요원들이 전국의 사업체, 가정, 교회를 대상으로 단속을 벌이고 있다.
대학 또한 예외는 아니다. 현재 대학은 여러모로 트럼프 대통령의 주요 표적이 되었다.

학계, 언론, 기업계와의 충돌
지난 21일, 하버드 대학교의 앨런 가버 총장은 백악관과 정면으로 맞서기로 했다.
공개서한을 통해 수십억달러 규모의 연방 보조금을 동결한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조치에 불복해 법적 소송을 제기할 것이라고 밝힌 것이다.
이러한 행정부의 움직임에 대해 가버 총장은 하버드의 운영에 대해 "전례 없는 부당한 통제를 강요하려는 불법적인 시도"라고 비난했다.
백악관은 하버드 측이 캠퍼스 내 반유대주의 문제를 해결하지 않았기에 이같이 조처할 수밖에 없었다며 맞섰다. 이에 대해 가버 총장은 반유대주의 문제를 해결하고자 이미 조처하고 있다고 말한다.
유명 사립 대학교 중 하나인 하버드 대학교의 이 같은 행보는 미국 고등교육을 겨냥한 트럼프 대통령의 권한 행사에 맞서 가장 눈에 띄는 저항이다.
2024년 대학가를 뒤덮은 친팔레스타인 시위를 계기로, 트럼프 대통령과 그 주변 인사들은 하버드와 같은 엘리트 기관이 학생들과 연구자들에게 진보적 이데올로기를 강요한다고 주장하며 이를 재편하고자 수십억달러의 연방 지원금을 중단하거나 보류하겠다고 위협하고 나섰다.

이번 달 초, 뉴욕시 소재 컬럼비아 대학교는 교내 시위 정책 변경, 캠퍼스 내 보안 조치 강화, 중동 연구학과 감독 조치 등 백악관의 여러 요구사항에 대해 결국 수용한다는 뜻을 밝혔다.
기업 및 미디어 분야에서도 유사한 상황이 펼쳐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연방 계약을 보류할 수 있다면서 로펌들이 보수 성향의 인사를 더 많이 채용하고 대변하도록 압박하고 있다.
일부 로펌은 트럼프 행정부에 수백만 달러 규모의 법률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하겠다고 나섰으며, 로펌 2곳은 행정부의 이 같은 행보가 위헌이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명예훼손 소송을 당한 ABC 측은 결국 대통령의 대통령 재단에 1500만달러를 기부하기로 합의했다.
CBS 뉴스의 경우 모회사인 '파라마운트'가 '스카이댄스 미디어와' 합병하고자 연방 정부의 승인을 받고자 노력 중인 가운데 카멀라 해리스 전 부통령 인터뷰 관련 소송에 대해 합의하고자 협상 중이다.
반면 AP통신은 백악관 취재 제한을 당했음에도 '미국만'으로 명칭을 변경한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을 따르지 않겠다는 뜻을 굽히지 않고 있다.
선거 운동 기간, 이미 트럼프 대통령은 이미 연방 정부의 강력한 권력 행사에 대해 경고한 바 있다. 그리고 대통령이 된 지금, 현대 대통령 중 그 누구도 시도하지 않은 방식으로 그 권력을 행사하고 있다.
그러나 그 영향이 가장 명확히 드러나는 곳은 트럼프 대통령 아래 연방 정부 기관과 부처들이다.

다양성 및 포용성 정책의 후퇴
포토맥강 상공에서 항공기와 헬기가 추락한 이후 백악관에서의 기자회견은 희생자 추모 묵념으로 시작되었다.
그러나 묵념이 끝나자마자 트럼프 대통령은 공격에 나섰다.
트럼프 대통령은 연방항공청(FAA)의 DEI(다양성, 형평성, 포용성) 중시 정책이 이번 비극의 원인 중 하나라고 주장했다. 이러한 정책으로 인해 심각한 지적 장애를 지닌 사람들이 항공 교통 관제사로 고용되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와 관련한 증거는 제시하지 않았다.
최근 몇 년간 미국 정부와 기업계를 중심으로 확산하던 포용성 프로그램에 대해 트럼프 행정부가 가할 공격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충격적인 순간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연방 정부 내 DEI 프로그램 종료 및 "불법적인 DEI"에 관여한 것으로 의심되는 민간 기업, 학술 기관에 대한 조사를 지시했다.
이로 인해 '메타', '골드만삭스' 등의 글로벌 대기업은 관련 프로그램을 축소하거나 폐지하는데 박차를 가하기 시작했다.
DEI 정책의 기원은 1960년대 민권 운동의 승리를 계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초기에는 흑인 기회 확대를 추구했으나, 이후 여성, 성소수자, 소수인종 등으로 그 대상이 확대되었다.
그러던 2020년, 미니애폴리스 경찰관들에 의해 조지 플로이드가 사망하며 '블랙 라이브스 매터스(BLM)' 운동이 일어났고, 미국 내 여러 기업 또한 사내 DEI 프로그램을 강화하고 나섰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DEI가 개인의 능력보다 정치와 인종을 우선시하여 분열을 초래하고 있으며, 더 이상 현대 미국 사회에 필요하지 않은 프로그램이라고 비난한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 같은 DEI 축소 지시에 대해 근소한 과반수 유권자들이 지지하고 있는 가운데, 일부 예상치 못한 결과가 의문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일례로 미 버지니아주 알링턴 국립묘지 공식 웹사이트에서는 흑인과 여성 군인들의 업적을 담은 목록이 사라졌다. 아울러 일본에 원자 폭탄을 투하한 '에놀라 게이(Enola Gay)' 폭격기 또한 국방부 데이터베이스에서 삭제되었는데, 이름에 동성애자를 뜻하는 단어 '게이(gay)'가 포함되어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임기 첫 100일은 현대 미국사에서 대통령이 전례 없이 일방적으로 권력을 휘두르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연방 정부를 대대적으로 축소하고자 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노력의 여파를 후임 대통령들이 되돌리기 위해서는(만약 그들이 그러고자 한다면) 수년, 심지어 수십 년이 걸릴 수도 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트럼프 대통령이 현재까지 벌인 일들은 그다지 영구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을 수도 있다. 의회에서 이를 지지하는 새로운 법이 통과되지 않는 한, 그의 여러 광범위한 개혁 정책은 후임 대통령에 의해 지워질 가능성도 있다.
따라서 폭풍처럼 초반에 벌어진 일들이 얼마나, 어디까지 영향을 미칠지는 여전히 알 수 없다.
올해 후반, 간신히 다수당 지위를 차지하고 있는 공화당은 트럼프의 정책을 입법적으로 지원하고자 노력할 것이다. 그러나 이들이 성공하리라 장담할 수도 없다.
그리고 내년 예정된 중간선거를 통해 다수당 지위가 트럼프 행정부를 조사하고 그의 권한을 제한하고자 하는 적대적인 민주당으로 넘어갈 수도 있다.
한편 앞으로 더 많은 법정 싸움이 펼쳐질 것이다. 비록 미국 연방대법원이 보수 성향을 띠고 있긴 하지만, 여러 주요 판결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에 제동을 걸 수도 있다.
백악관에 재입성한 트럼프 대통령의 임기 첫 100일은 정치적 힘을 과시하는 극적인 무대와도 같았다. 그러나 앞으로 남은 1361일이야말로 그가 지속 가능한 영향력을 남길 수 있을지 여부를 가늠할 진정한 시험대가 될 것이다.
추가 보도: 미치 라비아크, 니콜 콜스터, 구스타보 오칸도 알렉스, 매들린 할퍼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