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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포르투갈 전국적인 정전으로 '대혼란'...원인과 현 상황은?

1일 전
마드리드 아토차 기차역 근처에서 정전으로 인해 역이 폐쇄되었음을 알리는 경찰의 모습
Reuters
마드리드 아토차역 근처에서 여행객들에게 정전으로 인한 역 폐쇄 소식을 알리는 경찰의 모습

지난 28일(현지시간) 스페인, 포르투갈, 프랑스 남부 일부 지역에서 대규모 정전이 발생했다. 수백만 명이 전력 공급을 받지 못해 큰 혼란이 벌어졌다.

'유럽 전기사업자 협회' 회장은 프랑스와 스페인 사이의 전력 연결 문제가 이번 정전의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크리스티안 루비 회장은 BBC 라디오 4 '더 월드 투나잇'과의 인터뷰에서 28일"프랑스와 스페인 간 송전 인터커넥터에 특정 사고"가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루비 회장에 따르면 이 사고로 인해 "스페인 전력망이 유럽 전체 전력망과 단절됐다"고 한다.

루비 회장은 이번 송전 인터커넥터 사고가 정전의 단독 원인일 가능성은 작으며, "아마도 다른 요소가 더해졌을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이날 일부 지역에서는 열차 운행이 취소되고, 신호등이 작동을 멈추고, 주민들이 대피하기도 했으며, 공항에서도 혼란이 이어졌다.

오스카 푸엔테 스페인 교통장관은 28일 저녁 현재 열차 11대가 운행을 멈추었다고 밝혔다.

상점, 민가, 식당 등이 어둠에 잠기고, 몇몇 시민들이 엘리베이터에 갇힌 가운데 이날 오후 중반 스페인 전력 당국은 전력 복구에 몇 시간이 걸릴 수 있다고 했다.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에 따르면 28일 밤 기준 스페인 전역의 전력 50%가 복구된 상태다. 포르투갈의 전력망 운영사인 'REN'은 75만 가구에 전기가 복구되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비상사태는 여전히 유지되고 있으며, 지역별로 특별 사태 선포 요청도 가능하다.

한편 정전의 원인에 대해 산체스 총리는 아직 조사 중이라며 성급한 추측을 경계했고, 루이스 몬테네그로 포르투갈 총리는 사이버 공격의 "징후는 없다"고 말했다.

정전 발생 시점은?

첫 신고가 보고된 것은 28일 정오 경이었으며, 그 여파는 빠르게 퍼져나갔다.

정전의 규모가 점점 더 분명해지면서, 마드리드시 당국은 주민들에게 실내에 머무르며 도로에 나가지 말고, "정말 긴급한" 상황이 아닌 이상 응급 서비스에 전화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스페인의 한 통신사는 전력 복구에 최대 10시간이 소요될 것이라고 밝혔으며, 포르투갈의 REN은 전력 복구에 최대 일주일이 걸릴 수 있다고 언급했다.

대규모 정전으로 지하철과 기차 운행이 전면 중단된 가운데 마드리드 시내의 버스 정류장에서 줄 서 있는 시민들의 모습
Getty Images
정전으로 인해 대중교통 운행에 심각한 차질이 발생하자 마드리드 현지 경찰은 질서 유지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정전으로 인해 카드 결제에 문제가 생기면서 현금 인출기에는 긴 줄이 늘어섰으며, 일부 주유소가 문을 닫았다는 보도도 나왔다.

정전으로 인해 지하철을 이용하던 마드리드 시민들은 혼란과 공포에 휩싸였다. 사라 요보비치는 지하철 역사의 조명이 꺼졌을 당시 상황을 떠올리며 BBC에 사람들이 "히스테리"와 "패닉" 상태에 빠졌다면서 "정말 혼란스러웠다"고 했다.

요보비치에 따르면 휴대전화도 작동하지 않았고, 그 누구도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알지 못했다. 결국 지하철역에서 나와 거리로 나와보니 도로는 교통체증으로 꽉 막혀 있었다.

"그 누구도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알지 못했다"는 그는 "상점들도 문을 닫고 있었고, 버스는 만원이었다"고 덧붙였다.

정전으로 인해 엘리베이터에 갇힌 사람들도 상당히 많았다.

이사벨 디아스 아유소 마드리드주 주지사는 현지 '안테나 3'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마드리드 지역에서만 엘리베이터에 갇힌 사람들을 구조하고자 건물 286곳에 긴급 인력이 투입되었다고 했다.

스페인 언론은 일부 병원의 경우 일상적인 업무를 중단하는 등 비상 체제에 돌입했다고 보도했다.

정전이 몇 시간 동안 이어지고 있던 이날 초저녁부터 일부 지역 주민들이 전기가 다시 공급되기 시작했다고 보고한 가운데 스페인 전력망 운영 당국은 "(이베리아) 반도의 북·남·서부 여러 지역에서 전력이 복구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28일 스페인 부르고스의 한 슈퍼마켓에서 직원들이 불이 켜지지 않은 채 일하고 있는 모습
Getty Images
스페인 부르고스의 이곳 슈퍼마켓 직원들에게 어둠 속에서의 근무는 일상이 되었다

28일 밤에도 스페인과 포르투갈 당국은 여전히 정전의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안토니우 코스타 유럽평의회 의장은 "현재로서는 사이버 공격의 징후는 없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오전 혼란이 확산하면서 마드리드 당국은 주민들에게 도로로 나오지 말아 달라고 경고했다.

루이스 마르티네스-알메이다 마드리드시 시장은 SNS 영상 게시물을 통해 주민들에게 "움직임을 절대적으로 최소화하고, 가능하다면 현재 위치에 머물러달라. 도로를 완전히 비워두고자 한다"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정말 긴급한" 경우에만 응급 서비스에 전화해달라고 덧붙였다.

"만약 연락이 닿지 않은 경우 인근 경찰서 혹은 소방서를 직접 찾아가십시오. 이곳에서는 모든 응급 상황에 대응하고자 노력할 것입니다."

정전 피해 상황은?

정전과 함께 스페인 내 원자력 발전소는 자동으로 가동을 멈추었으며, 스페인 석유 업체 '무브'는 정유 공장 가동도 멈추었다고 설명했다.

푸엔테 교통장관은 기관차 연결에 문제가 생겼으며, 구조 당국이 접근하기 어려운 지역에서는 사람들이 기차 안에 머무른 채 발이 묶였다고 전했다.

세비야에서 마드리드로 기차를 타고 이동하던 가브리엘라 차베스는 28일 BBC와의 인터뷰에서 갑자기 전기가 끊기고 에어컨과 화장실 작동이 멈췄다고 했다.

차베스는 "승객 모두가 열차에서 내렸으나, 얼마나 기다려야 하는지 알 수 없었다"면서 "언덕 위에 있던 사람들이 친절하게도 지나가는 차를 세워 우리에게 물과 과자를 건네주었고, 마을 사람들도 우리를 위해 물품을 가져다주었다"고 했다.

일부 공항에서는 항공편이 지연되거나 취소되는 등 혼란이 벌어졌다. 항공사 '이지젯'은 리스본과 마드리드에서의 항공편 운항이 원활하지 못하며, 현재 상황이 "유동적"이라면서 승객들에게 현지 당국의 조언을 확인하라고 설명했다.

28일 저녁 기준, 항공 데이터 회사 '시리움'은 포르투갈에서 출발하는 항공편 96편, 스페인에서 출발하는 항공편 45편이 취소되었다고 밝혔다.

기업들도 심각한 영향을 입었다. 스페인 내 일부 이케아 지점은 예비 발전기에 의존하는 한편 고객들의 매장 출입을 막아야만 했다. '마드리드 오픈' 테니스 대회 조직위원회 측은 28일 행사를 취소했다.

그 밖에도 프랑스와 스페인 사이 안도라, 프랑스 일부 지역도 정전 피해를 보았으나, 지중해 서부 스페인령 발레아레스 제도와 대서양 스페인령 카나리아 제도는 영향을 받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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