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사투를 벌이고 있는 레바논의 소녀
현재 레바논 내 다른 많은 지역과 마찬가지로 베카 밸리 지역의 언덕에서도 언제든 하늘에서 죽음이 떨어질 수 있다.
현재 이스라엘은 온종일 이 지역에 폭격을 가하고 있으며, 한 시간 동안에만 공습이 30여 차례 이어졌다.
현재까지 사망자 46명이 확인됐으며, 이는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앞서 이스라엘의 공습 이후, 위중한 상태로 병상에 누워있는 이들도 있다.
6살 난 소녀 누르 모사위도 그들 중 하나다. 모사위는 라약 병원의 소아 중환자실에 의식을 잃은 채 누워 있다. 소녀는 머리뼈 골절 부위에 붕대를 감은 상태였다.
모사위의 어머니 리마는 딸의 병상 옆에서 꾸란을 손에 들고 기도하고 있었다.
모사위는 매우 밝고 사교적인 성격의 아이라고 한다.
“모사위는 집안 분위기를 밝히는 아이입니다. 딸이 없는 집은 텅 빈 것 같이 느껴집니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걸 좋아하죠,”
그러나 지난 23일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모든 게 뒤집혔다.
리마는 공격 직전 기도하는 딸의 모습을 담은 영상을 보여줬다.
“나는 딸을 달래며 두려워하지 말라고,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 했다”는 리마는 “모사위는 기도하며 신과 선지자들에게 도움을 청했다”고 설명했다.
폭격이 가까워지자 리마는 모사위와 쌍둥이인 모하메드를 데리고 현관문 곁에 몸을 웅크렸다. “건물이 피격되면 우리 위로 무너질 것 같아 안으로 들어갈 용기가 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상황이 더 심각해지자 딸과 아들을 데리고 집 안으로 들어가려고 했는데 미사일이 저보다 훨씬 더 빨랐습니다.”
떨어진 미사일에 아들 모하메드는 가벼운 부상을 입었지만, 딸 모사위는 현재 생명이 위험한 상태다.
리마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데 갑자기 머리 위에서 위험이 들이닥쳤다. 항공기 소리가 나더니 이내 창문을 덜컹거리는 폭발 소리가 이어진다. 몇 초간 전기가 들어오지 않았다.
또 다른 공습이었다. 그러나 리마는 별달리 놀라는 기색이 아니었다.
한편 모사위의 아버지 압달라도 병실로 들어왔다. 그는 분노에 찬 모습으로 “제발 내 아이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아달라”고 했다.
“딸은 무기가 무엇인지도 모르는 아이입니다. 어떻게 싸우는지도 모르죠. 폭격이 시작됐을 때 집에서 그저 놀고 있었습니다. 저들(이스라엘]은 사람들이 공포에 휩싸여 도망치길 바랍니다.”
한편 이스라엘 측은 무기 보관소, 탄약고 등 헤즈볼라 관련 시설을 공습하고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압달라의 생각은 다르다.
“우리는 무기와는 아무 상관이 없다”는 그는 “나는 저항세력(헤즈볼라)과 아무런 관련이 없다. 그러나 지금은 내 아이들을 지킬 수 있게 내가 관련 있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몇 분 뒤, 몇 층 아래에선 사이렌 소리가 들리더니, 구급차가 최근 공습으로 다친 이들을 실어 날랐다.
이에 의료진의 발걸음도 빨라졌다. 응급실에는 긴장감이 맴돈다.
성난 고함소리가 귓가를 울리고, 충격받은 부상자들의 지인과 친지들의 모습이 눈에 보였다. 촬영을 중단해달라는 이들도 있었다.
한편 이곳 병원의 의료 책임자인 바실 압달라 박사에 따르면 지난 23일부터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사상자 400명이 입원했다고 한다. 모두 민간인이라는 설명이다.
이 중 100여 명이 숨졌으며, 한 명 이상을 잃은 가족도 여럿이라고 한다.
압달라 박사는 환자뿐만 아니라 직원들도 트라우마에 시달린다고 덧붙였다.
“폭격당한 아이들과 노인 환자, 여성들을 보는 건 힘든 일”이라는 그는 “의사, 간호사 대부분이 우울감에 시달린다. 우리에게도 감정이 있다. 우리도 인간”이라고 했다.
직원 대부분이 하루 종일 병원에 남아 있는다. 집까지 가기에는 너무 위험하기 때문이다.
현재 이스라엘은 레바논 전역을 광범위하게 공습하고 있다. 막는 이는 없다.
헤즈볼라는 국경 넘어 로켓포를 발사하며 제한적인 싸움을 이어가고 있다.
헤즈볼라를 후원하는 이란은 뒤로 물러서 있다. 압달라 박사는 이미 의약품 및 생필품 부족 사태를 우려하고 있다.
그는 장기전이 되진 않을지 우려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