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껏 그런 식으로 말하는 대통령이 있었나요?' 바이든이 보는 트럼프

퇴임 후 첫 독점 인터뷰에서 조 바이든 전 미국 대통령은 후임자의 첫 100일에 대한 생각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가 붕괴할 수도 있는 미래에 대한 우려를 놀랍도록 솔직하게 드러냈다.
내가 만난 이 사람이 불과 약 100일 전까지만 해도 이른바 '자유세계의 지도자'였다는 사실이 쉽게 믿기지 않는다. 우리가 만난 델라웨어 호텔은 반세기 전 그가 정치 커리어를 시작한 곳이기도 하다.
여전히 검은색 SUV, 이어피스를 찬 경호원, 폭발물 탐지견을 동원한 방 수색 등, 그는 여전히 권력을 보여주는 여러 장치에 둘러싸여 있다.
하지만 지난 3개월 동안 자신이 믿었던 많은 것들이 후임자에 의해 스러져가는 모습을 지켜보기도 했다.
도널드 트럼프 현 미국 대통령은 전임자 바이든의 이름을 거듭 들먹이며 자신의 정치적 무기로 활용하고 있다. 최근 한 분석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첫 100일 동안 바이든의 이름을 최소 580회 이상 말하거나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주가가 상승할 때는 "트럼프의 주식 시장"이라고 했으나, 이후 주가가 급락하자 "바이든의 주식 시장"이라며 비난하기도 했다.
이번 주까지만 해도 바이든 대통령(미국의 전직 대통령들은 퇴임 후에도 '대통령(President)'이라는 직함을 유지한다)은 전직 대통령은 후임자의 임기 초반 비난의 목소리를 내지 않는다는 관례를 대체로 지켜왔다.
그러나 그와 악수하는 순간부터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하고 싶은 말을 하기로 결심했음을 분명히 느낄 수 있었다.

짙은 파란색 정장을 입은 전직 대통령은 미소를 지으며 편안한 모습으로 도착했으나, 마치 임무를 수행 중인 사람처럼 결연한 표정이 엿보였다.
백악관을 떠난 후 처음 진행된 이번 인터뷰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트럼프 현 대통령이 미국의 동맹국들, 특히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대하는 태도에 가장 분노한 듯했다.
올해 2월 백악관 집무실에서 벌어진 미국-우크라이나 두 정상 간 폭발적인 언쟁에 대해 바이든 대통령은 "그 일이 벌어진 방식은 미국이라는 나라의 수준에 걸맞지 않는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리고 이제 우리는 '(멕시코만이 아닌) 아메리카만이다', '파나마를 되찾아야 할지도 모른다', '그린란드를 손에 넣어야 할지도 모른다', '캐나다가 (미국의 51번째 주가) 되어야 할지도 모른다' 라는 이야기를 듣고 있습니다. 도대체 이게 다 무슨 일이란 말입니까?"
"역대 어느 대통령이 그런 식으로 말했나요? 그건 우리 미국이 아닙니다. 우리는 자유, 민주주의, 기회의 나라이지, 몰수하고 강탈하는 주체가 아닙니다."
워낙 지난 100일간 여러 사건이 벌어졌던 만큼 바이든 전 대통령이 비판 대상으로 삼을만한 소재는 부족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가 진정으로 우려하는 부분은 국내 문제가 아닌 국제 문제였다. 자신이 보기에는 지난 80년간 평화와 민주주의를 지켜 왔던 존재인 미국과 유럽 간 동맹이 현재 위협받고 있다는 것이다.
NATO에 대한 '중대한 우려'
연합국이 나치를 상대로 승리한 유럽 전승 기념일 80주년을 며칠 앞두고 진행된 인터뷰 직전, 그는 주머니에서 커다란 금화 하나를 꺼내 내 손에 쥐여주었다. 지난해 열린 노르망디 상륙 작전 기념식에서 받은 기념품이라고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당시 프랑스 노르망디 해변에서 했던 연설은 자신의 가장 중요한 연설 중 하나라고 했다. 전쟁에서 전사한 장병들은 "이렇게 싸우고, 또 전사할 가치가 있는 무언가가 있음을 의심의 여지 없이 알고 있었다"는 내용이었다.
나는 그에게 희생에 관한 메시지가 미국에서 잊힐 위험에 처했다고 느끼는지 물었다. 그러자 국민이 아닌 지도층이 잊어가고 있다는 답이 돌아왔다.
그러면서 대서양 동맹, 즉 NATO가 몰락하는 듯한 모습에 '중대한 우려'를 느낀다고 덧붙였다.
그리고 "정말로 NATO가 몰락한다면 현대 세계사의 흐름이 바뀌리라 생각한다"는 주장이다.
"우리는 사람들을 하나로 모으고 세계를 이끌 수 있는 유일한 나라입니다. 우리가 그렇지 않으면 중국과 옛 소련, 즉 러시아가 그 자리를 차지하게 될 것입니다."

지금처럼 NATO 동맹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 적도 없었다. 어느 전직 NATO 인사는 이번 주 BBC와의 인터뷰 중 올해 유럽 전승 기념일 행사는 마치 장례식처럼 느껴졌다고 표현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이 동맹국들로부터 "돈을 뜯기고 있다"고 불평하고 있으며, JD 밴스 부통령은 미국이 유럽을 "구제해주고 있다"고 표현했고, 피트 헤그세스 국방부 장관은 유럽이 "무임승차"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한편 바이든 대통령은 NATO의 모든 회원국은 "집단적 힘으로 NATO 영토 구석구석 모든 지역을 방어한다"는 약속은 "신성한 의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전 세계의 동맹국들이 지난 80년간 있어 왔던 그 자리에 미국이 계속 머물 것인지에 대해 의문을 품기 시작할까 봐 두렵다"고 했다.
그의 재임 기간 핀란드와 스웨덴이 NATO에 가입했는데, 바이든 대통령은 이를 통해 NATO가 더 강해졌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이 모든 것을 해냈는데, 4년 만에 이 모든 것을 버리려는 사람이 나타났다"고 덧붙였다.
"NATO 이슈뿐만 아니라 다른 주요 현안 처리에 있어 유럽이 미국의 리더십은 물론 미국의 확실성에 대한 신뢰를 잃어버리는 건 아닌지 우려됩니다."
'오락가락하는 늙은이' 바이든?
내가 바이든 대통령을 만난 곳은 그가 어린 시절부터 고향이라 불러온 델라웨어 주 윌밍턴이다. 워싱턴 DC에서 암트랙 열차로 약 1시간 반 떨어진 곳으로, 그는 30세에 상원의원이 된 이후 50년간 이 지역을 오갔다.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 역사상 가장 오랫동안 공직 생활을 한 대통령이다.
대통령 집무실을 떠날 당시 나이가 82세였다. 그리고 언론인 제이크 태퍼와 알렉스 톰슨이 자신들의 저서 '원죄: 바이든 대통령의 쇠퇴와 은폐, 재출마를 위해 했던 재앙 같은 선택'에서 "정신이 오락가락하는 늙은이'라고 묘사할 정도로 그의 나이와 관련해 끝없이 많은 의혹이 제기되었다.
게다가 지난해 6월 진행된 생방송 TV 토론에서는 말을 더듬거리다가 갑자기 문장 중간에 생각의 흐름을 잃는 듯하더니 다소 당황스러운 타이밍에 '우리가 마침내 메디케어를 이겼다!'라고 자랑하며 더 많은 의문이 제기되었다.
그로부터 며칠 뒤, 바이든 대통령은 결국 재선 출마를 포기했다.

그러나 오늘 만난 그는 여전히 온화하고 카리스마가 넘치며, 그동안 선거에서 도움이 되었던 서민적인 매력을 그대로 지닌 인물이었다.
그러나 과거 리더였던 시절에 비하면 훨씬 더 느리고 조용하며 머뭇거리는 모습이었다. 직접 만나보니 90세가 가까워지는 나이에 백악관에서 4년 더 일할 수 있으리라고는 상상하기 어려웠다.
바이든 대통령에게 지난해 내린 결정에 대해 생각해 본 적 있는지 물었다. 그는 투표일을 불과 107일 앞두고 대선 레이스에서 물러났고, 그 결과 후임 후보로 올라선 카멀라 해리스 당시 부통령은 선거 캠페인을 준비할 시간이 부족했다.
이에 바이든 대통령은 "그건 그리 중요하지 않았던 것 같다"면서 "우리는 좋은 후보가 있고, 자금이 충분히 확보된 시점에 떠났다"고 했다.
"우리는 아무도 우리가 해내리라 생각하지 못한 일을 해냈다"는 바이든 대통령은 "그리고 우리가 정말 잘해가고 있던 시점에 '그만두겠습니다'고 말하기 쉽지 않았다 … 정말 힘든 결정이었다"고 덧붙였다.
과연 그는 후회하지 않을까. 더 일찍 물러났다면 다른 누군가에게 더 큰 기회를 줄 수 있었을지도 모르지 않을까.
"아니, 나는 옳은 결정이었다고 생각한다"는 그는 잠시 말을 멈추더니 "제 생각에는 … 글쎄요, 그냥 정말 어려운 결정이었다"고 했다.
트럼프는 '공화국의 대통령처럼 행동하지 않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자신은 불의에 맞서 싸우고자 정치계에 뛰어들었으며, 지금도 이러한 열정을 잃지 않았다고 했다.
지난해 유럽 전승 기념일 기념식에서는 "우리는 2차 세계대전 종전 이후 전 세계적으로 민주주의가 가장 위험에 직면한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그리고 오늘 만난 그는 "수많은 유럽의 지도자 및 국가들은 이제 자신들이 무엇을 할 수 있을지, 무엇이 최선의 길인지, 미국에 의지할 수 있는지, 미국이 그 자리에 있을지 의문을 품고 있다"며 이보다 한발 더 나아갔다.
"오늘날 민주주의는 전 세계로 확장되는 대신 오히려 쇠퇴하고 있습니다. 민주주의는 모든 세대가 싸워서 지켜내야 할 존재입니다."
한편 최근 시카고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에서는 "그 누구도 왕이 아니"라고 연설한 바 있다. 나는 트럼프 대통령이 헌법상 권한이 제한된 대통령이라기보다는 왕처럼 행동하고 있다고 생각하는지 물었다.
신중하게 답을 고른 바이든 대통령은 "그는 공화국의 대통령처럼 행동하고 있지 않다"고 했다.
인터뷰 후반부에 바이든 대통령은 "공화당도 트럼프가 어떤 사람인지 깨닫고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이에 미국 민주주의의 미래에 대해 예전보다는 덜 걱정된다고 덧붙였다.
'푸틴이 멈출 것이라 믿는 이들은 어리석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2022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를 전면 침공할 것이라는 일급 기밀을, 회의적이었던 세상에 공개하면서 NATO 지도자 역할을 충실히 수행했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집권 이후 우크라이나가 전쟁을 끝내려면 영토를 포기해야 한다면서 전임자와는 전혀 다른 길을 걷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트럼프의 이 같은 접근 방식에 대해 "현대판 유화 정책"이라고 묘사했다.
그러면서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를 "모국 러시아의 일부로 바라보고 있으며, 자신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대한 역사적 권리가 있다고 믿는다 … 그는 소련이 붕괴했다는 사실을 견딜 수 없어 한다"면서 "푸틴이 멈출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은 어리석다"고 덧붙였다.
이에 더해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가 유럽에 러시아에 굴복할 때라는 위험한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바이든 대통령 또한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한 비난에서 자유롭지 않다. 우크라이나와 유럽 동맹국에서는 바이든 대통령의 지원이 침공에 저항할 정도였을 뿐, 러시아를 물리칠 정도는 아니었다고 말하는 이들도 있다.
아마도 이는 궁지에 몰린 푸틴 대통령이 핵무기 카드를 만지작거릴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었을 것이다.
푸틴 대통령은 이번 주 TV 인터뷰에서 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다면 핵무기도 사용할 수 있을지 묻는 말에 자신은 "그럴 필요가 없기를" 바란다고 직설적으로 답하며 자신에게는 전쟁의 "논리적 결론"을 끌어낼 수단이 있다고 덧붙였다.
나는 바이든 대통령에게 우크라이나가 승리할 수 있을 만큼의 무기를 제공할만한 용기가 없었다는 비난이 계속 이어지고 있는 점을 지적했다.
이에 그는 "우리는 (우크라이나에) 독립에 필요한 모든 것을 지원했다"고 강조하며 "그리고 사실 우리는 푸틴이 다시 움직이면 더 공격적으로 대응할 준비가 되어 있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자신은 "핵보유국이 얽힌 제3차 세계대전" 발발 가능성은 꼭 피하고 싶었다면서 "실제로 우리는 이를 피했다"고 강조했다.
이어지는 "정말 궁지에 몰린다면 푸틴 대통령은 어떻게 하겠냐"는 질문에 바이든 대통령은 "전술핵무기 사용을 들먹이며 위협할 것"이라면서 "이는 게임도 목숨을 건 도박도 아니"라고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