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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개 도시 가는 BTS 월드 투어, 평양도 갈 수 있을까

1시간 전
2026년 3월 17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사람들이 K-팝 보이 그룹 방탄소년단의 컴백 콘서트 홍보 빌보드 앞을 지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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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소년단(BTS)이 컴백한다.

3월 21일 한국을 시작으로 내년까지 34개 도시, 88차례 공연이 예정된 가운데 500만 명 이상의 글로벌 아미들이 각 도시에 운집할 것으로 예상된다.

BTS가 이번 월드 투어를 통해 미화 2680억 달러(400조원)에 달하는 엄청난 경제 효과를 창출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티켓 판매 수익뿐 아니라 굿즈, 관광 및 숙박 유발 효과, K-컬처 소비, 국가 브랜드 가치 상승 등 '방탄 경제학'이라 불릴 만큼의 연쇄 파급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공연이 펼쳐지는 도시는 도쿄와 오사카, 싱가포르, 시드니, 홍콩 등 아시아를 비롯해 LA, 뉴욕, 시카고, 라스베이거스, 토론토, 런던, 파리, 베를린, 마드리드, 리야드, 두바이, 멕시코 시티 등 전 세계를 아우른다. 글자 그대로 '월드 투어'다.

그런데 그 수많은 해외 도시들 가운데 정작 가장 가까운 그 곳은 빠져있다. 서울에서 직선거리 195km에 불과하지만 한국 국적자는 갈 수 없는 그 곳, 바로 평양이다.

BTS의 평양 공연이 실현되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어떤 것들이 해결되어야 방탄 멤버들이 '릉라도 5.1 경기장'에서 노래 부르며 춤출 수 있을까? 참고로 이곳은 11만 명 이상 수용 가능한 대규모 경기장으로, 북한이 '88 서울올림픽'에 맞서1989년 7월 '세계청년학생축전'을 개최한 장소다.

이미 평양 단독 공연한 한국 가수가 있다?

2018년 4월 3일 북한 평양에서 열린 공연 중 남측 가수들이 북측 가수들과 함께 무대 위에서 공연을 펼치고 있다. 총 160명으로 구성된 남측 예술단은 4월 말로 예정된 역사적인 남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평양에서 공연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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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4월 3일 북한 평양에서 열린 공연. 총 160명으로 구성된 남측 예술단은 같은 달 말로 예정된 역사적인 남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평양에서 공연을 가졌다

현행법상 한국 국적을 가진 이들은 북한에 갈 수 없다. 가고 싶어도 북한에서 받아주지 않는다. 때문에 한국 가수들의 평양 공연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하지만 과거 예외가 됐던 사례들이 꽤 있다. 남북관계가 좋았던 시절에는 그것이 가능했다.

먼저 가장 최근인 지난 2018년 봄 '남북 평화협력 기원 남측 예술단 평양공연' 당시 조용필, 최진희, 이선희, 백지영, 윤도현 밴드, 레드벨벳 등이 무대에 섰다.

공연에 만족한 김정은 위원장이 남측 출연진과 일일이 악수하고 기념사진까지 찍으면서 '평양의 봄'이라는 말이 나오기도 했다.

문재인 정부 국정상황실장으로서 당시 공연에 관여한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자신의 책 '판문점 프로젝트'를 통해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누리고 있는 K-팝을 평양 시민에게 제대로 보여주고 싶었다", "백지영 님이 부른 <총 맞은 것처럼>을 평양 시민들이 들으면 무척 재미날 것 같았다", "레드벨벳을 불러야 한다고 '공갈'을 좀 쳤다, 북한에서 원하는 것처럼. 북한이니까 빨간, 레드, 어떨까"라고 밝혔다.

앞서 2000년대 '남북 교류의 황금기'에도 평양 공연이 펼쳐졌다. 2003년 MBC 평양 특별 공연을 위해 이미자, 윤도현 밴드, 최진희 등이 평양을 찾았고2002년에는 류경정주영체육관 개관 기념으로 이선희, 조영남, 설운도, 신화, 베이비복스 등이 북한 주민들과 만났다.

그보다 앞선 1999년에 열린 SBS 평화친선음악회에는 패티김과 태진아, 설운도, 젝스키스, 핑클 등이 참여했는데 특히 젝스키스와 핑클의 등장에 북한 주민들은 엄청난 문화적 충격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뿐만이 아니다. 한국 가수의 단독 공연도 있었다. (BTS의 평양 단독 공연이 '절대' 불가능한 일은 아니라는 말이다.)

한국에서 '가왕'으로 불리는 조용필 씨는 북측 요청으로 2005년 평양에서 단독 콘서트를 가졌다. 당시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북한 주민 7천여 명 앞에서 성공적인 공연을 마친 가왕은 "이번에는 실내에서 했으니, 다음에는 평양 시민 15만 명 앞에서 노래하고 싶다"고 밝히기도 했다. 당시 공연은 '류경정주영체육관'에서 이뤄졌다.

'엘레지의 여왕'으로 불리는 이미자 씨는 2009년 9월 동평양대극장에서 '이미자의 평양 동백아가씨'라는 타이틀로 단독 무대를 가졌다. MBC 평양 특별공연의 일환이었지만, 혼자 무대를 이끌어간 단독 리사이틀 형식이었다.

'엔카의 여왕' 김연자 씨 역시 2001년과 2002년 봉화예술극장 등에서 두 차례에 걸쳐 단독 콘서트를 선보였다. 당시 북측의 각별한 초정으로 공연이 이뤄졌으며 김정일 위원장이 직접 공연을 관람한 뒤 금일봉까지 하사했을 정도로 극진한 대우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북한에서 단독 공연을 한 최초의 남한 가수'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있다.

'트로트의 황제'로 추앙받는 나훈아 씨 역시 북한의 러브콜을 받은 대표적인 가수다. 하지만 공연 장비 및 시설 문제 등으로 인해 무산된 것으로 알려졌는데 그는 이와 관련해 "누가 이래라저래라 하는 간섭을 받고는 공연을 하기가 힘들다"고 밝힌 바 있다.

2018년 4월 3일 북한 평양에서 열린 공연 중 한국 가수 최진희 씨가 무대 위에서 공연을 펼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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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4월 3일 북한 평양에서 열린 공연 중 한국 가수 최진희 씨가 무대 위에서 노래를 부르고 있다

누가 뭐래도 북한 최고지도자의 열렬한 응원을 받은 가수는 최진희 씨다.

그의 대표곡인 '사랑의 미로'는 김정일 위원장의 '인생곡'이자 북한 내 인기 가요로도 알려져 있다. 이례적으로 북한의 외국 민요집에 실리기도 했다는데, 탈북민들의 증언에 따르면 평양 시내 식당 및 연회장에서 가장 흔하게 들을 수 있는 노래 중 하나였다고 한다. 김정일 위원장이 최 씨에 대해 '봄바람처럼 부드럽다가 태풍처럼 몰아치는 목소리'라며 극찬했을 정도라고.

최진희 씨는 1999년부터 2002년, 2005년, 2018년까지 총 4차례 공연으로 최다 방북 기록을 세웠다. 2018년 공연 당시 김정은 위원장은 직접 그에게 '아버지가 좋아하던 노래를 불러줘서 고맙다'는 인사를 건네기도 했다.

얼어붙은 남북관계 그리고 대북제재

하지만 앞선 공연들 모두 남북 관계에 '봄바람'이 불었을 때의 이야기다. 문화예술 분야를 논하기에 앞서 결국정치적 문제라는 것이다.

2019년 2월 하노이 북미회담 결렬 이후 남북관계는 '암흑기'를 맞았고 북한은 2023년 12월 "통일은 없다"며 남북 관계를 '적대적 두 국가'로 천명했다. 1991년 남북기본합의서를 통해 규정한 '통일을 지향하는 과정에서 형성된 특수 관계'라는 설정을 파기한 것이다.

심상민 아산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BBC에 "정권 유지를 위해 한류 등 외부 정보를 강하게 통제하는 상황에서 북한 스스로 외부 정보 유입의 통로를 만들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고 했다.

BTS가 평양에서 공연을 한다면 멤버들만 가는 것이 아니라 관객을 비롯해 취재진, 공연 관계자 등이 대거 유입될 텐데 이는 북한 당국이 내세운 체제 존속의 필수 조건을 스스로 허물어뜨리는 행위라는 설명이다.

한국전쟁 74주년을 맞은 2024년 6월 25일 평양 5.1 경기장에서 열린 '6.25 미제 반대 투쟁의 날' 집회에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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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쟁 74주년을 맞은 2024년 6월 25일 평양 5.1 경기장에서 열린 '6.25 미제 반대 투쟁의 날' 집회에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실제 북한은 '3대 악법'이라 불리는 반동문화사상배격법(2020년)과 청년교양보장법(2021년), 평양문화어보호법(2023년)을 연달아 제정하며 주민들을 통제하기 시작했다. 한국 드라마와 영화, 음악 등 외부 문물 금지를 비롯해 비사회주의 사상 제거, 남한 말투 단속 등이 골자였는데 그만큼 한류가 북한 내부에 널리 퍼져있다는 방증이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류의 '끝판왕'인 BTS가 평양에서 공연을 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일 수 있다. 시도하는 순간 북한 체제에 도전하는 '반혁명 불순분자'가 될 것이 뻔하다.

심 연구위원은 또 "무대 설치를 위한 방송 장비 등 각종 기자재를 북한으로 반입하기 위해서는 인도적 목적이거나 또는유엔 안전보장이사회 1718위원회의 대북제재 적용 예외 승인이 필요하다"며 "특히 컴퓨터 및 통신 장비 등에 포함되는 반도체는 미국이 북한 내 반입을 금지한 대표적인 물품인 만큼 이러한 기술적인 허들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도 난제"라고 말했다. 아울러 이러한 제품에 대한 승인이 허용된 적은 "없다"고 그는 덧붙였다.

중요한 것은 '최고지도자의 결심'

2019년 6월 30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남북을 가르는 비무장지대(DMZ) 내 판문점에서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만났다
Reuters
2019년 6월 30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남북을 가르는 비무장지대(DMZ) 내 판문점에서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만났다

일각에서는 상황은 언제든 바뀌기 마련이고, 역사적으로 그것이 늘 증명되어 왔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우영 북한대학원대학교 명예교수는 "BTS의 평양 공연이 성사되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북미 관계 및 남북 관계 개선 그리고 북한의 대외 정책 전환"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최근 일정이 미뤄지기는 했지만, 올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베이징 방문이 예정된 상황에서 전격적으로 북미 정상간 깜짝 만남이 이뤄진다거나 상황이 급변한다면 충분히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그는 "북한이 코로나 이후 물류 유통을 개방하고 최근에는 북중 국제여객열차까지 재개했지만 아직 '완전한 개방'과는 거리가 멀다"며 "무엇보다 100% 완전한 인적 개방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래야만 "공연을 위한 관객과 장비가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된다"고 그는 부연했다.

최근 북한이 '반동사상문화배격법' 등을 통해 내부 단속을 강화하는 상황에 대해서는 김정은 위원장이 (북한 당국이 금지한) 청바지를 입고 등장한 사례를 언급하며 "북한 체제 특성상 '최고존엄'의 의지만 있다면 법령 따위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단언했다.

이 교수는 특히 김 위원장이 지향하는 '정상 국가' 이미지 구축에 있어 BTS 평양 공연 유치는 "매우 강력한 카드가 될 수 있다"면서 "개방적 문화를 수용할 역량이 있음을 전 세계에 알리는 결정적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결국 핵심은 윗선(김정은)의 결심"이라며 "정치적 합의만 이뤄진다면 법적 해석과 같은 기술적 문제들은 충분히 해결 가능한 부차적 사안에 불과하다"고 그는 덧붙였다.

북한 주민들이 한류에 열광하는 이유

북한에서 한류가 강력한 흡입력을 발휘하는 이유는 단순히 '노래가 좋아서'를 넘어 북한 체제가 채워주지 못하는 정서적·문화적 갈증을 정조준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개인이 아닌 집단을 중시하는 사회 속에서 수령-당-국가라는 집단적 가치에 복종해야만 하는 북한 주민들에게 개인의 사랑이나 이별, 고뇌를 다루는 한국 가요는 보편적인 인간의 감정을 건드림과 동시에 억눌렸던 자아를 발견하는 '트리거'가 된다는 것이다.

전주람 서울시립대 교수는 "정치적 목적이 가득한 노래만 듣다가 한국의 사랑 이야기, 정서적 낭만이 가득한 가사 등 경험해보지 못한 노래를 들으면서 북한 주민들이 새로운 세상에 눈을 뜨게 된다"고 설명했다.

탈북민 사례 연구를 주로 하는 그는 "최근에 온 탈북 학생들도 북한에서 한국 노래를 즐겨 들었다고 한다"며 "처음에는 연인을 그리워하고 그런 사랑을 노래로 표현할 수 있다는 사실 자체를 낯설어하지만 듣다 보면 동경하게 된다"고 전했다. 그들이 경험하지 못한 자유로운 세상, 달콤한 연애 방식들이 북한 주민들에게 일종의 '판타지'이자' 자극제'가 된다는 해석이다.

전 교수는 "지금도 탈북자들은 한국 노래를 '너무 아름답다'고 표현한다"며 "굳이 말로 하지 않아도 노래로 심금을 울릴 수 있다는 것을 북한 주민들도 잘 알고 있고 그렇기 때문에 북한 당국이 이런 것들을 금기시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2022년 4월 3일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의 MGM 그랜드 가든 아레나에서 열린 제64회 그래미 어워드에서 방탄소년단(BTS)이 무대 위 공연을 펼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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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4월 3일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의 MGM 그랜드 가든 아레나에서 열린 제64회 그래미 어워드에서 방탄소년단(BTS)이 무대 위 공연을 펼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구체적인 수치로도 입증된다. 2023년 말 국민통일방송과 데일리 NK가 가 실시한 탈북민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50명 중 49명(98%)이 한국 드라마와 영화를 시청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이는 중국이나 서방 국가의 콘텐츠를 압도하는 수치다.

단순한 시청을 넘어 행동의 변화로도 이어진 것으로 나타났는데, 콘텐츠를 접한 이들 10명 중 8명은 한국 사회에 강한 호기심을 보였으며 이는 곧 서울 말투를 배우거나 남한식 패션을 따라 하는 등 일상적인 라이프스타일의 변화로 번졌다고 답했다.

한국 통일부가 2024년 2월 공개한 '북한 경제-사회 실태 인식보고서'에서도 비슷한 응답이 나왔다. 한국에 정착한 전체 탈북민의 67%는 북한에 있을 때 외국 영상물을 시청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으며 특히 이중 10명 중 6명은 이러한 경험 이후 북한 체제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강화됐다고 밝혔다.

2017년에 탈북한 한 탈북민은 "2005년부터 한국 녹화물을 보기 시작했는데 한번은 영상을 보다가 새벽 1시에 단속에 걸렸다"면서 "북한 당국이 적극적으로 외국 영상물 단속을 하고 있다"고 증언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외교관 신분으로 오랫동안 해외에 거주해온 한 탈북민은 "북한 당국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남조선의 번영'"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북한 주민들에게 한국 드라마는 힘든 현실을 잊게 해주는 '마약'과 같기 때문에 통제와 억압으로 북한 내 한류 확산을 막는 것은 이미 임계점을 넘었다"고 지적했다.

앞서 북한은 2022년 10월 량강도 혜산의 한 비행장에서 한국 드라마 및 영화 유포 혐의로10대 3명을 공개 처형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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