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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은 중국의 동맹이었다. 그가 '지옥에서 온 동지'가 되기 전까지

2024.11.02
중국 방천의 전망대에서 두만강 건너 북한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 사람들
BBC
방천 변두리에 있는 높은 건물은 북한을 들여다보려는 사람들이 찾는 관광 명소가 됐다

중국 관광객들이 12층 건물에 모여 선선한 가을바람을 맞으며 중국이 러시아와 북한과 만나는 지점을 사진에 담을 수 있는 최고의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경쟁하고 있다.

벽에 걸린 지도 위에는 세 나라의 국기가 겹쳐 있다. 중국 북동쪽 끝에 있는 이곳 방천이 특별한 이유다.

직장 동료들과 여행을 온 한 여성은 "여기 서 있다는 것이 매우 자랑스럽다"라며 "왼쪽에 러시아, 오른쪽에 북한이 있다"고 했다. 그는 "사람들 사이에는 국경이 없는 것 같다"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이러한 생각은 다소 낙관적일 수 있다. 그가 여행을 온, 경계 사이에 끼어 있는 중국 영토의 한 조각과 같은 이곳처럼 중국은 국제 제재를 받는 이웃들 사이에 끼어 있기 때문이다.

최근 몇 주 동안 북한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지원하기 위해 수천 명의 병력을 배치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사이의 새로운 동맹에 대한 두려움이 최고조에 달했다.

이는 북한이 몇 주 동안 한국에 대한 강경한 발언을 이어온 후 지난 31일 금지된 대륙 간 미사일을 발사해 사상 최장 비행 기록을 세우기 전의 일이다.

국제위기그룹 분석가인 크리스토퍼 그린은 "중국은 북한에 대한 합리적이고 높은 수준의 통제력을 가진 관계를 추구한다"라며 "그리고 북한과 러시아의 관계는 이를 약화할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만약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푸틴과 김정은의 동맹을 자국의 이익에 맞게 조율하지 못한다면, 중국은 러·북 동맹과 서방의 커지는 분노와 불안 그 중간쯤에 갇힐 수 있다.

방천과 두만강을 표시한 지도 그래픽
BBC

러시아와 북한은 북한 병력이 우크라이나로 향하고 있다는, 중대한 확전 양상으로 받아들여지는 주장을 부인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은 한국과 우크라이나 정보기관이 의혹을 제기한 데 이어 이를 뒷받침하는 증거가 있다고 밝혔다.

최초 보도는 지난달 초 브릭스 정상회의에서 시 주석이 푸틴과 만나기 직전에 나왔으며, 그 결과 서방에 도전적인 메시지를 전달하려던 회의 목적을 퇴색시켰다.

중국의 동맹국들은 점점 더 중국의 통제를 벗어나는 것으로 보인다. 3각 동맹의 주축인 중국은 미국이 주도하지 않는 새로운 세계 질서의 안정적인 리더로 자리매김하고자 한다. 그러나 한 동맹국이 유럽에서 전쟁을 시작하고, 남은 한 곳이 그 전쟁을 돕고 있다는 의혹을 받는 상황에서 이는 쉽지 않은 일이다.

그린은 "중국은 현재 상황에 불만이 있다"면서도 "하지만 불만감을 비교적 조용히 간직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중국에 있어 민감한 주제다. 이곳 국경 마을을 방문한 취재진에 대한 반응을 보면 그렇게 추측할 수 있다. 이곳에서 관광객은 환영받지만, 우리와 같은 기자들은 그렇지 않은 듯하다.

우리는 항상 공공장소에 나와 있었지만 여러 차례 제지당하고, 반복적으로 질문을 받고, 미행을 당하고, 촬영한 영상을 삭제당했다.

호텔 측은 "나와 다른 사람들의 안전"을 위해 여권을 보관하겠다고 요구했다. 경찰이 호텔 방을 방문했고, 훈춘 항구로 가는 길도 차단했다. 항구에 갔다면 러시아와 중국 간 무역 현황을 좀 더 자세히 볼 수 있었을 것이다.

'입술이 없으면 이가 시리다'

방천의 전망대에 오른 대부분 관광객은 북한을 보러 온 것이 분명해 보였다.

망원경으로 들여다보던 한 소녀는 "자전거를 타는 사람을 봤다"고 말했다. 그의 친구가 광경을 보기 위해 급히 와서는 이렇게 외쳤다. "우와! 정말 미스테리한 나라야."

근처에는 두만강이 세 나라를 부드럽게 가로지르며 흐르고 있다. 일본과 영토 분쟁을 벌이고 있는 동해로 향하는 중국의 관문이다.

1400km 길이의 중국 국경은 북한을 명확하게 들여다볼 수 있는 몇 안 되는 장소 중 하나다. 한국과 북한 사이 휴전선은 지뢰가 대량 매설되고 요새화된 비무장 지대로 거의 뚫을 수 없는 장벽에 가깝다.

누군가가 나에게 쌍안경을 건넸다. 북쪽의 몇몇 사람들이 낡은 자전거를 타고 마을을 지나가지만, 그 외에는 삶의 흔적을 거의 찾아볼 수 없다. 가장 큰 건물 중 하나는 "조선을 위해 잘 배우라"는 간판이 붙은 학교다.

한 중년 남성은 "북한은 항상 우리의 이웃이었기 때문에 낯설지 않다"며 "그들이 사는 모습을 보니 중국이 번영하고 강하다는 것을 실감하게 된다"라고 말했다.

중국 쪽에서 바라본 북한 건물들
BBC
중국에서 바라보는 북한의 풍경은 매우 제한적이다
망원경으로 북한 쪽을 들여다보는 중국 관광객들
BBC
중국 관광객들은 베일에 싸인 북한에 대한 많은 궁금증을 갖고 있다

김정은 정권은 식량과 연료 등 대외 무역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최대 후원국인 중국 없이 생존하기 힘들 것이다.

하지만 늘 그랬던 건 아니다. 1960년대 초, 기근을 피해 두만강을 건너온 것은 중국인들이었다. 일부는 당시 북한의 교육 체제가 더 좋다고 믿었기 때문에 북한 학교에 다니기도 했다.

1991년 북한의 주요 원조국이자 값싼 석유 공급원이었던 소련이 붕괴한 후 북한 경제는 추락했고, 심각한 식량 부족과 기근으로 이어졌다.

곧이어 북한 난민들은 굶주림과 가난, 억압을 피해 총살의 위험을 무릅쓰고 얼어붙은 강을 건너기 시작했다. 현재 한국에는 3만 명이 넘는 탈북자들이 거주하고 있으며, 정확한 숫자가 알려지지 않았지만 중국에도 탈북자들이 살고 있다.

그린은 "소련 붕괴 이후 북한은 유일한 후원자였던 중국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것 외에는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하지만 이제 (러시아가) 대안을 제시하고 있고 북한은 이를 이용하려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중화인민공화국의 초대 지도자 마오쩌둥은 중국과 북한의 관계를 '입술과 치아'의 밀접함에 비유한 바 있다. "순망치한(입술이 없으면 이가 시리다)"이라는 의미에서다.

북·중·러 국기가 그려진 간판 앞에 서 있는 남성
BBC
북·중·러 동맹, 나아가 최근 러·북 동맹은 서방 국가들의 우려와 공포를 불러일으켰다

'지옥에서 온 동지'

지금 중국은 김 위원장이 "다른 곳에 입을 맞추고 있는 것"에 대해 속이 쓰린 상태라는 것이 사회학자 에이단 포스터-카터의 분석이다. 그는 지난 수십 년 동안 북한을 연구해왔다.

"북한은 러시아와 중국 모두에게 언제나 '지옥에서 온 동지'였습니다. 그들은 할 수 있는 한 많은 돈을 가져가서 자신들이 원하는 대로 하려고 합니다."

분석가들은 김 위원장이 지난해 시진핑보다 푸틴에게 지속적으로 더 큰 찬사를 보내왔다고 말한다. 김 위원장은 2019년 이후 시 주석을 만나지 않았지만, 지난 1년여 동안 푸틴을 두 차례 만났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제재를 받고 있는 두 지도자는 그 어느 때보다 가까워졌다. 푸틴은 전쟁에 대한 더 많은 지원을 원하고, 김정은은 동맹과 관심을 통해 정권을 강화하고자 한다.

중국 국경에서 보면 양측의 관계가 긴밀해지고 있음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기차의 기적 소리가 관광객들의 수다를 방해하고, 긴 화물칸을 끄는 증기 기관차가 러시아에서 북한으로 향하는 철교를 천천히 가로지른다. 열차는 중국 쪽을 향하고 있는 표지판 앞에 선다. 표지판에는 한국어로 이렇게 적혀있다. "새로운 승리를 향하여!"

멀리서 바라본 우정의 다리
BBC
북한과 러시아를 잇는 소위 '우정의 다리'는 중요한 무역로가 됐다

미국은 김 위원장이 러시아에 우크라이나에서 사용할 백만 발 이상의 포탄과 그라드 로켓을 판매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지만, 북한은 이를 부인하고 있다.

그러나 러시아와 북한이 지난 6월 안보 협정을 체결, 어느 한 쪽이 "무력침공"을 당할 경우 서로 돕기로 결정함으로써 협력을 강화한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는 상황이다.

포스터-카터는 "(김정은은) 역사적으로 중요한 행사인 북·중 수교 75주년을 맞아 시진핑 주석에게 매우 딱딱하고 형식적인 언어를 사용했다"라고 설명했다.

"그런데도 김 위원장은 푸틴의 생일에 그를 '가장 친근한 동지'라고 부릅니다. 당신이 시진핑이라면 무슨 생각을 할까요?"

'이를 악물고'

시진핑의 반응은 알기 어렵다. 중국이 러시아-북한 동맹에 개입할 조짐을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미국은 중국의 동요를 감지했고, 사상 처음으로 두 경쟁 국가가 비슷한 목표를 가질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주 미 국무부 관료들은 중국 외교관들과 함께 북한 군의 러시아 파견 문제를 논의했다.

중국은 과거에 북한에 대한 석유와 석탄 공급을 중단하고, 북한의 핵 프로그램을 억제하기 위해 미국이 주도하는 제재에 동참한 적이 있다.

이미 중국은 러시아에 우크라이나 침공을 지원하는 부품을 판매하고 있다는 미국의 의혹 제기에 맞서고 있다. 중국이 서방의 관세에 대응하기 위해 노력하는 와중에도 중국과 러시아 간 무역은 번창하고 있다.

시 주석은 미국이 주도하는 세계 질서에 도전하기 위해 푸틴의 도움이 필요하기 때문에 러시아와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 왔다. 그러나 그는 유럽, 영국, 심지어 미국과의 관계를 회복하려는 노력을 멈추지 않았다. 또 역사적 긴장을 완화하기 위해 일본 및 한국과 회담을 개최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에 대한 김 위원장의 점점 더 공격적인 언행으로 인해 한국에서는 자체 핵무기를 보유해야 하는지에 대해 다시 한번 논쟁이 일고 있다. 북한의 우크라이나 파병은 중국의 계획은 더욱 복잡해질 것이다.

이미 윤석열 한국 대통령이 "실질적인 대응 조치"를 논의하고 우크라이나 및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와의 안보 협력 강화에 대해 언급한 바 있다.

건배하는 푸틴과 김정은
Getty Images
중국은 러·북 동맹으로 인해 동아시아 내 불안정성이 커지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중국이 더 큰 역내 영향력을 발휘하기를 바라는 상황에서 핵무장한 한국이나 '동아시아 나토'는 이상적이지 않다. 김정은이 대담한 행보를 보이면서 미국은 동맹국인 한국과 일본에 대해 군함이나 무기 등의 형태로 더 강력한 지원을 제공할 수도 있다.

그린은 "중국은 오랫동안 동북아에서 3불 정책을 펴왔고, 그중 하나가 북핵 불용이었다"며 "하지만 이는 분명히 실패했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중국이 북러 동맹이 북한을 불안정하게 만들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며 "이는 시진핑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 만큼이나 블라디미르 푸틴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푸틴이 군대를 대가로 김 위원장에게 어떤 군사 기술을 판매할지에 대해 중국도 서방만큼이나 걱정하고 있다고 말한다.

포스터-카터는 "인공위성은 확실하다"라면서도 "하지만 푸틴은 미쳤다기보단 나쁜 사람이다. 러시아는 중국이 알고 있듯 북한이 예측불허라는 것을 알고 있다. (김정은에게) 더 많은 핵기술을 제공하는 것은 누구에게도 좋은 일이 아니다"라고 했다.

전문가들은 중국 입장에서 북한 상황이 안정돼야 하기 때문에 시 주석이 극단적인 조처를 할 가능성은 작다고 보고 있다. 만약 중국이 원조를 끊는다면 국경 지역에 대규모 난민 사태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시진핑과 김정은이 악수하는 사진
AFP
시진핑과 김정은은 2019년 이후 만나지 않았다

하지만 김정은 역시 결단을 내려야 할지도 모른다.

포스터-카터는 러시아가 포탄과 병력 비용을 지불하고 있지만 "실제로 북한을 지금까지 이 악물고 버티게 한 것은 중국"이라며 "중국이 언제쯤 북한에 등을 돌릴지 궁금하다"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의 위험천만한 도박은 외부 세계와 단절된 채 북한 정권에 생존을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는 2500만 북한 주민들에게도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방천의 두만강 건너편에서 한 북한 군인이 우리를 지켜보고 있고, 우리는 그를 지켜보고 있다.

중국 쪽에서는 국수와 지글지글 문어구이를 파는 포장마차에서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른다. 그리고 아마 건너편의 군인에게는 관광객들이 낄낄대며 최신형 카메라와 휴대전화로 사진을 찍는 소리도 들릴 것이다. 그에게는 소지가 금지된 것들이다.

얕은 강은 관광객도 군인도 건널 수 없는 간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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