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이란 갈등, G7 정상회의 주요 의제로 부상

이번 주 캐나다에서 열리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를 지배할 의제는 '전쟁'이 될 것이다. 다만 세계 정상들이 예상했던 전쟁은 아니다.
당초 의제의 핵심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정책이었다.
그러나 캐나다 앨버타 로키산맥에서 3일간 개최되는 이번 회의는 중동 전쟁, 즉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에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보인다.
이번 사태로 인해 G7 정상들은 다른 의제에 할애할 시간을 줄이고, 중동 분쟁을 통제할 방안에 집중하게 됐다.
늘 그렇듯 영국·프랑스·독일·이탈리아 등 유럽 4개국이 캐나다·일본과 함께 미국에 영향력을 행사하려 할 것이다.
이스라엘의 이번 공격에 대해 미국의 명시적 지지가 없었더라도,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에게 실질적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유일한 인물이 바로 미합중국의 대통령이기 때문이다.
정상들은 16일부터 캐나다에 속속 도착할 예정이다. 이번 분쟁이 다른 국가로 확산되거나 유가를 폭등시킬 경우, 전 세계 안보와 경제에 큰 파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하지만 G7이 공동 입장을 도출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등은 자제와 긴장 완화를 촉구했다.
반면,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는 이스라엘 공습이 "용납할 수 없는 일"이며 "매우 유감스러운 일"이라고 규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스라엘의 공격을 "훌륭하다"고 표현했다.

수면 아래의 분열들
이 모든 상황은 마크 카니 캐나다 신임 총리가 애초 계획했던 회의 방향과는 완전히 어긋난다. 카니 총리는 이번 회의를 캐나다 산악 휴양지 카나나스키스에서 열리는 G7 출범 50주년 기념 행사로 만들고자 했다.
충돌을 피하고자, 회의 의제도 비교적 무난한 주제들로 구성했다. 에너지 안보, 광물 공급망 보호, 디지털 전환 가속화, 산불 대응 등이다.
기후변화 문제는 트럼프 대통령의 반감을 감안해 사실상 의제에서 배제됐다. 캐나다 당국은 공동성명조차 아예 생략하기로 했다. 문안 조율을 둘러싼 분쟁을 피하기 위한 조치다.
대신, 세계 정상들은 "실행 중심의 짧은 성명서"를 여러 건 채택해 합의를 지속하고, 논란을 피하려 할 것이다.
캐나다는 2018년에도 G7 정상회의를 주최했으며, 그때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무역관세 문제로 논란이 발생했던 것을 기억하고 있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조기 퇴장했다. 귀국길 비행기 안에서는 쥐스탱 트뤼도 당시 캐나다 총리의 기자회견을 보고 "매우 부정직하고 나약하다"며 공동성명 지지를 철회하기도 했다.
카니 총리는 이번 회의에서 트럼프와의 충돌을 피하기 위해 카나나스키스 골프클럽 방문 일정을 조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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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편한 가족 모임
이 신중함 아래에는 근본적인 질문이 남아 있다. 트럼프가 노골적인 거부감을 드러내는 상황에서 G7과 같은 연례 회의가 여전히 의미가 있느냐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자 합의보다 양자 협상을 선호한다.
이번 정상회의는 트럼프 대통령이 재임 이후 처음 등장하는 국제무대다. 다른 6개국 정상들은 트럼프가 싸움을 벌이려는 것인지, 아니면 국내 유권자에게 국가원수다운 모습을 보이려는 것인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맥스 버그만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유럽·러시아·유라시아 프로그램 책임자는 이렇게 말한다. "이 회의가 '불편한 가족 모임'이냐는 질문은 사실 의미가 없습니다. 그건 이미 기정사실이죠. 지금 진짜 중요한 질문은 '이 모임이 여전히 가족이냐'는 겁니다."
어떤 면에서는, 카나나스키스에서 G7에 참석하는 인물들이 상황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여지가 있다. 이번 회의에는 새로운 인물들이 다수 참여한다.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 캐나다 마크 카니 총리 본인이 대표적이다. 반면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 등 더 경험이 풍부한 G7 정상들은 트럼프 대통령과의 관계가 원만한 편이다.
이번 회의에는 멕시코, 인도, 호주, 남아프리카공화국, 한국, 브라질 정상들도 초청됐으나, 트럼프와 정면 충돌은 피할 것으로 보인다.

관세 문제, 트럼프와의 승부처
이번 G7 회의에서 가장 큰 갈등 요소는 트럼프 대통령의 무역관세다.
G7은 1970년대 세계 경제위기 대응을 위해 결성된 선진국 협의체다. 그러나 이제 G7은 회원국 미국이 부과한 파괴적인 관세 문제에 직면해 있다.
정상들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이렇게 주장할 것이다. 미국이 경제든 뭐든 중국의 장기적 위협에 맞서려면 미국 동맹국의 협력이 필요하며, 이렇게 동맹국에 경제적 불이익을 주는 것은 비합리적이라는 것이다. 이들은 '미국 우선주의'와 '중국 견제' 사이에서 포기해야 할 지점이 있다는 것을 트럼프에게 설득하려 할 것이다.
조시 립스키 대서양위원회 지오이코노믹스 센터 선임 디렉터는 이렇게 지적했다. "중국 대응, 기술 협력, 러시아·우크라이나 문제는 조율이 관건입니다. 그런데 회원국으로 인해 다른 국가들이 경제적 고통을 겪는다면 선진경제 민주주의 국가 사이에서 어떻게 이런 동맹이 유지되겠습니까?"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러시아 압박
또 다른 핵심 의제는 우크라이나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6월 17일(현지시간) 논의에 참석할 예정이다. 그의 목표는 다른 정상들과 함께 러시아 정책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생각을 파악하려는 것이다.
우크라이나 동맹국들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협상 테이블로 돌아오도록 더 큰 압박을 가하려 한다. 이를 위해 러시아 경제에 더 큰 타격을 줄 방안을 모색 중이다.
먼저, 러시아산 원유 가격을 크게 낮추는 방안이 있다.
2022년 12월 G7은 러시아산 원유 가격 상한선을 배럴당 60달러로 정했다. 이를 서방 항구에 접근하거나 선박 보험을 적용받을 수 있는 조건으로 삼은 것이다. 그러나 에너지 가격이 하락하면서 상한선 설정의 효과가 약화됐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는 상한선을 45달러로 낮추길 원한다. 우크라이나는 30달러까지 내리길 원한다. 트럼프 대통령의 입장은 아직 명확하지 않다. 일부 관료들은 동맹국이 미국의 지지 없이 상한선을 낮춰야 할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우크라이나의 서방 동맹국이 생각하는 두 번째 방안은 러시아에 대한 경제 제재를 강화하는 것이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는 러시아 에너지 산업, 은행, 군수산업을 겨냥한 추가 제재안을 마련했다.
미국에서도 린지 그레이엄 의원을 비롯한 미국 상원의원들이 러시아산 저가 원유를 수입하는 국가에 높은 관세를 부과하는 강력한 제재를 추진하고 있다. 특히 중국과 인도가 주요 대상국이다.
과거에는 G7이 자유세계의 "조정위원회"와 같다고 알려졌다. 이번 정상회의에서, 그 역할이 여전히 유효한지 확인하게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