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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충격·혼란'…이스라엘-이란 전쟁 속 이란 시민들의 목소리

1일 전
2025년 6월 15일 이란 테헤란의 한 석유 창고에서 화염과 연기가 치솟고 있다
ABEDIN TAHERKENAREH/EPA-EFE/Shutterstock

이스라엘이 이란 핵 시설을 겨냥해 수년 만에 최대 규모의 공습을 단행했다. 곧장 이란의 보복이 이어졌고 양측의 공격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이스라엘에서 최소 10명이 사망했으며 이란에서는 수도 테헤란의 주거용 건물 등 여러 시설이 피해를 입었다. 이란 현지 언론들은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지금까지 128명이 사망했다고 보도했다.

테헤란 주민들은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혼란에 빠진 상태다.

BBC 페르시아어 서비스가 접촉한 많은 사람들은 현재 이란의 상황을 "고립"이라고 표현했다.

한 여성은 이틀째 잠을 못 자고 있다며 "매우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BBC에 전했다.

그는 이번 상황이 1980년대 어린 시절 이란-이라크 전쟁에서 경험한 공습과 대피소를 연상시킨다고 밝혔다.

"그땐 그래도 공습 경보나 사전 경고가 있었어요. 하지만 지금은 폭격이나 공습이 일어나도 아무런 경고가 없어요."

"관료들은 우리 목숨에 관심이 없는 것 같습니다."

BBC 페르시아의 곤체 하비비아자드 기자는 전쟁을 겪지 않은 젊은 세대는 당시 상황을 상상도 못 한다고 말했다.

2025년 6월 15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이후 테헤란의 주유소 인근에서 차량을 몰고 줄을 서 있는 이란 주민들
ABEDIN TAHERKENAREH/EPA-EFE/Shutterstock
주유하기 위해 늘어선 자동차들

또 다른 테헤란 시민은 "가까운 주유소 앞에는 줄이 너무 길어서 집에서 한참 떨어진 주유소까지 가야 했다"고 전했다.

일부 시민들은 관공서 주변을 피해 아예 도시 외곽으로의 이사를 고려하고 있다.

BBC 특파원은 인터넷 연결이 불안정해 이란에서 국내외 연락을 주고받는 데 어려움이 크다고 설명했다.

주민들 역시 해외에 사는 가족과 친구들이 안부 확인 메시지를 보내고 있지만 회신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테헤란의 한 여성은 공습을 피해 도시를 떠날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그는 "작은 도시나 시골로 떠나고 싶지만, 갈 수 없는 가족이 있어서 고민 중"이라고 했다.

"지금 우리가 겪는 일은 이란 국민 그 누구에게도 일어나선 안 돼요."

또한 이란인들이 이 상황이 마치 "마비된" 것 같다고 말했다.

"이란 지도자들이 이란 국민이나 국민의 삶에 관심이 없다는 사실이 유감입니다. 우리는 공포와 피로, 극심한 스트레스 속에서 하루하루를 견디고 있어요. 정말 고통이 큽니다."

또 다른 테헤란 주민은 "테헤란을 떠날 수 없다. 고령의 부모님은 장거리 이동이 어렵고 나도 출근을 해야 한다"며 "지금 당장 내가 뭘 할 수 있겠느냐"고 토로했다.

일부 시민들은 이스라엘 군으로부터 군사 시설 근처를 떠나라고 경고하는 메시지를 받았다. 테헤란 주민들은 이 부분을 가장 우려하고 있다.

"네, 메시지는 봤어요. 그런데 우리가 군사시설이 어디에 있는지 어떻게 알 수 있겠어요?"

한편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공격 2일 차에 이란 국민을 향해 정권을 전복시키라고 촉구했다.

그러나 BBC 페르시아 소속의 다리우시 카리미 기자에 따르면 현재까지 이에 호응하는 움직임은 포착되지 않고 있다. 주민들이 일단 생존을 우선시하기로 선택한 것이다.

이란 당국의 입장

2025년 6월 13일 이스라엘의 공습 이후 이란 테헤란의 노보니아드 광장에서 사람들이 건물 피해를 살펴보고 있다
Getty Images
이란 정부 당국도, 일반 주민들도 주거 건물들의 파괴 규모를 예상하지 못했다

BBC 페르시아 소속 포얀 칼라니 기자에 따르면, 이란 내부를 가장 충격에 빠뜨린 것은 핵시설이나 공군기지가 아닌 민간 주거지의 파괴였다. 이는 일반 시민은 물론 이란 당국조차 예상하지 못한 결과였다.

무너진 건물 잔해 아래에서 사망한 아이들, 거리 위에 버려진 먼지투성이 곰인형, 흩어진 스케치북과 같은 모습은 지난 이란-이라크 종전 이후 처음 목격된 장면이었다. 특히 수도 테헤란의 거리가 그 배경이었다는 점이 더욱 충격적이었다.

이러한 공격을 직접 겪고 "전선"에 놓인 시민들은 정확히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공격의 범위는 어디까지인지, 본인과 가족을 어떻게 보호할 수 있을지 알 수 없었다.

이란 당국은 이스라엘이 몇 시간 만에 주요 시설 타격에 성공하는 동안 이란의 방공 체계가 왜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는지 설명하지 못했다.

이스라엘이 처음 공격을 시작한 지난 6월 13일 새벽 이후 하루가 지나도록 이란 정부는 공격 규모나 대응 방향에 대해 어떤 공식적인 설명도 내놓지 않았다. 때문에 많은 이들은 이란에 전쟁이 난 것인지 질문을 던졌다.

국영 방송에 출연한 관료들은 대부분 "심각하지 않다"는 뉘앙스로 말했고 "상황은 통제되고 있다" 혹은 "도시는 안전하고 평온하다"고 강조했다. 이스라엘 전투기들이 어떻게 아무 저항 없이 테헤란과 다른 도시까지 자유롭게 날아가 목표를 타격했는지에 대한 설명은 없었다.

하지만 13일 오후가 되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의 서면 성명과 영상 메시지가 발표됐다. 이후 국영 방송 진행자와 패널들은 "강력한 보복"을 주장하기 시작했다.

2025년 6월 13일 이란 테헤란에서 이스라엘의 공습 이후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가 TV 연설에 모습을 드러냈다
WANA/Reuters
이스라엘의 공습 이후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가 TV 연설에 모습을 드러냈다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는 영상 메시지를 통해 "무장을 갖추고 강경하게 행동할 것이며 비열한 시온주의 정권(이스라엘)을 무릎 꿇게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그날 저녁, 이란은 이스라엘 텔아비브를 향해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이란 국영 매체들은 텔아비브로 보이는 화면을 실시간으로 송출하며 미사일이 중심지를 타격하는 장면을 보도했다. 이 영상은 이란 미사일이 이스라엘의 방어망을 뚫고 "교훈"과 일련의 "강력한 응징"을 가했다고 설명하는 분석가들의 인터뷰 배경으로 사용됐다.

이처럼 승리의 서사가 형성되는 과정에서 텔아비브에서 울린 공습 경보조차 공포의 신호로 해석됐다.

하지만 같은 시각 이란 공군기지 및 나탄즈·포르도·이스파한 핵시설에 대한 이스라엘의 공격은 계속되고 있었다. 14일 새벽까지도 테헤란 상공에는 적군의 공격용 드론이 비행 중이었다.

일부 시민들은 주유소로 달려가 긴 줄을 섰다. 도시에서 탈출하려는 것으로 보였다. 다른 이들은 빵이나 쌀, 기름을 미리 사두려고 계획하기도 했다.

몇 시간 뒤 이란 내무장관은 국영 방송을 통해 권고 사항을 발표했고 "침착을 유지하라, 불안감 확산을 피하라, 공식 정보만 신뢰하라, 불필요한 이동은 삼가라, 긴급 구조당국에 협조하라"고 했다. 하지만 이러한 발표는 사태의 진정보다 통제를 위한 요구처럼 들리기도 했다.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 수장과 핵과학자의 사망 발표 외에 공식 발표라고 할 만한 것은 많지 않다. 군사·핵 시설 공격과 관련된 구체적인 언론 보도는 제한됐으며 지방자치단체장이나 현지 적신월사 관계자가 산발적으로 사망자 수를 발표한 정도다.

대신 뉴스 매체는 정부 당국, 종교 단체, 다양한 기관들의 성명으로 가득 찼다. 모두 "억압받았으나 굴하지 않는 민족"이라는 서사를 반복하며 "저항의 축"(이란 지역 동맹국)의 지속을 강조했고 최고지도자에게 "엄중한 보복"을 촉구했다.

하지만 이 같은 보도에서는 어떻게 대규모 공격이 가능했는지, 사망한 과학자·군 관계자와 민간인 수는 어느 정도인지, 어떤 시설이 공격받았는지, 피해 규모는 얼마나 되는지, 다른 도시들이 안전한지 등의 핵심 정보는 확인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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