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추가 관세' 엄포에 격화하는 무역 전쟁

철강과 알루미늄에 대한 관세에 유럽연합(EU)과 캐나다가 보복 관세로 맞서겠다고 밝힌 가운데 미국 대통령 12일(현지시간) 추가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약속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연히" 이러한 맞불 관세에 대응할 것이라면서 다음 달 전 세계 국가에 대한 "상호" 관세를 보여주겠다는 경고를 또 한 번 반복했다.
"저들이 우리에게 청구하는 만큼 우리도 청구한다"는 설명이다.
이같은 위협은 미국을 포함한 많은 나라들의 경제와 소비자에게 미칠 영향을 우려하는 가운데, 금융 시장을 요동치게 한 무역 전쟁이 격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지난 12일 트럼프 대통령은 외국에서 들여오는 철강과 알루미늄에 대해 일괄적으로 25%의 관세를 부과하는 한편 과거 일부 국가에 주었던 면세 혜택은 종료하겠다고 밝혔다.
이달 초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를 최소 20% 이상 인상하겠다고 밝힌 데 이어 나온 조치다.
아울러 트럼프 대통령은 구리, 목재, 자동차 등 보다 구체적인 품목에 대한 관세 부과도 검토하겠다고 위협했다.
한편 캐나다와 유럽은 철강과 알루미늄에 대한 관세가 부당하다고 지적하며, 여러 미국산 제품에 자신들도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나섰다.
그 외 영국, 호주, 멕시코, 브라질 등 주요 대미 금속 수출국들은 즉각적인 보복은 일단 보류했다.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는 "다른 모든 이들과 마찬가지로 나 또한 철강과 알루미늄에 대한 관세에 실망했으나, 실용적으로 접근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리는… 관세를 포함한 안건에 대한 협상 중입니다. 그러나 모든 선택지를 고려하고 있습니다."
'기업에도 안 좋고, 소비자에게도 최악'
캐나다는 정부는 13일부터 철강, 컴퓨터, 스포츠 장비 등 약 300억 캐나다 달러(약 30조원) 상당의 미국산 제품에 2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마크 카니 총리 지명자는 "캐나다 주권을 존중하기만 한다면" 트럼프 대통령과 새롭게 무역 협상을 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말했다.
EU는 오는 4월 1일부터 보트, 버번, 오토바이를 포함한 최대 260억유로(약 41조1500억원) 상당의 미국산 수입품에 대해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강력하지만 비례적인" 대응 조치라면서 EU는 "의미 있는 대화에 참여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덧붙였다.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은 "관세는 세금이다. 기업에는 안 좋고 소비자들에게는 최악"이라면서 경제가 혼란해지며 사람들의 일자리가 위태로워지고 물가가 상승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EU와 미국 양쪽 모두 이를 원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장기적으로 자국의 철강과 알루미늄 생산량을 늘리고 싶다고 말했으나, 당장은 이 같은 관세가 미국 소비자들이 부담하는 가격 인상으로 이어지며 경제 성장을 저해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로이터 통신이 입수한 서한에 따르면 퀘이커 오츠, 폴저스 커피 등의 주요 식품 제조업체들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코코아, 과일 등의 수입품에 대한 관세 면제를 요청했다.
무역 단체 '소비자 브랜드 협회'가 보낸 해당 서한에서 펩시코, 콘아그라, JM 스머커와 같은 기업들 또한 대통령에게 미국 내에서 구할 수 없는 재료에 대한 면세를 요청했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미국 내에서 구할 수 없는 수입품 목록에는 커피, 귀리, 코코아, 향신료, 열대 과일, 일부 식품과 가정 용품에 사용되는 주석 강판 등이 포함되어 있다.
아울러 관세로 인해 미국에서 제조되지 않는 강철과 알루미늄에 대한 수요가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는 다른 나라의 해당 금속 제조 업체들에는 타격을 줄 것이다.
EU는 미국의 이번 관세가 자신들의 총 수출 중 약 5%에 영향을 미친다고 추정했다. 한편 캐나다에 미국 시장은 강철과 알루미늄 수출의 약 90%를 차지한다.
한편 지난 12일 미국 증시는 이틀간 급락 이후 혼조세를 보였다. 다우 지수는 0.2% 하락 마감한 반면, S&P500 지수는 0.5% 가까이, 나스닥 지수는 1.2% 상승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마이클 마틴 아일랜드 총리와 함께한 자리에서 EU의 무역 정책에 "만족하지 않는다"며 이번 무역 전쟁에서 물러설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EU가 애플사에 부과한 법적 처벌 및 자신이 보기에 미국산 농산물과 자동차에 불리한 규정 등에 대해 언급하며 "그들은 아마 EU를 위해서 해야 할 일을 하고 있는 것이겠지만, 악감정을 불러일으키는 것은 사실"이라고 했다.
유럽산 자동차에도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는 위협을 다시 한번 반복한 트럼프 대통령은 이후 "우리는 이 돈의 전쟁에서 승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