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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이란-이스라엘 충돌에 중동 영향력 상실 우려

8시간 전
러시아는 이란과의 협력을 강조해왔지만, 양국 간 포괄적 전략동반자 협정에는 러시아가 이란에 군사적 지원을 제공할 의무가 포함되지 않는다
Reuters
러시아는 이란과의 협력을 강조해왔지만, 양국 간 포괄적 전략동반자 협정에는 러시아가 이란에 군사적 지원을 제공할 의무가 포함되지 않는다

이스라엘이 지난 13일 이란을 상대로 '일어서는 사자(Rising Lion)' 군사작전을 개시하자, 러시아 당국은 중동 지역의 긴장 고조 상황을 "우려스럽고" "위험하다"고 표현했다.

그럼에도 러시아 언론은 이번 사태가 러시아에 긍정적일 수도 있다는 점을 빠르게 강조했다.

대표적인 기대 효과는 다음과 같다.

  • 세계 유가 상승으로 인한 러시아의 수익 증가
  •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국제사회의 관심 분산. 러시아 매체 모스콥스키 콤소몰레츠(MK)는 "키이우는 잊혔다"는 헤드라인을 내걸었다.
  • 또한, 만약 러시아의 중재안이 받아들여진다면,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에서의 행보에도 불구하고 자국을 중동 지역의 주요 세력이자 평화 중재자로 내세울 수 있다.

하지만 이스라엘의 군사작전이 장기화할수록, 러시아가 이번 사태로 인해 잃을 것이 많다는 인식도 커지고 있다.

러시아 정치학자 안드레이 코르투노프는 16일 경제 일간지 코메르산트에 "이번 분쟁 격화는 러시아에 큰 위험과 비용을 초래할 수 있다"고 기고했다.

그는 "러시아가 5개월 전 포괄적 전략동반자 협정을 체결한 국가에 대한 이스라엘의 대규모 공습을 막지 못했다는 사실은 변함없다"며, "모스크바는 이스라엘을 향해 정치적 규탄 이상으로 대응 수준을 높이거나 이란에 군사적 지원을 제공할 준비가 안 되어있다"라고 말했다.

올해 초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이 체결한 러시아-이란 전략동반자 협정은 군사동맹협정이 아니다.

따라서 러시아가 이란 방어에 나설 의무는 없다. 다만, 당시 러시아는 이 협정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러시아 국영 리아 노보스티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해당 협정이 "지역 및 글로벌 차원의 평화와 안보를 위한 공조 강화에 특별한 주의를 기울였다. 러시아와 이란이 안보 및 국방 영역에서 더욱 긴밀히 협력하려는 의지를 담았다"고 설명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이란제 샤헤드 드론에 크게 의존했으며, 현재는 이를 자국에서 생산하고 있다
Reuters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이란제 샤헤드 드론에 크게 의존했으며, 현재는 이를 자국에서 생산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 6개월 동안 러시아는 중동 지역에서 또 하나의 핵심 동맹,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전 대통령을 잃었다.

지난해 12월 축출된 알아사드는 러시아 망명을 제안받았다. 이란의 정권 교체 가능성은 중동 지역에서 또 다른 전략적 파트너의 상실을 의미한다. 이는 러시아에 큰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17일 모스콥스키 콤소몰레츠는 중동 정세에 대한 논평에서 "현재 세계 정치에서 우리 삶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대규모 변화가 실시간으로 진행 중"이라고 강조했다.

블라디미르 푸틴은 이번 주 대부분의 시간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보낼 예정이다. 상트페테르부르크 국제경제포럼(SPIEF)이 진행 중이기 때문이다.

이 포럼은 한때 "러시아의 다보스포럼"으로 불렸으나, 이제는 그 명칭이 어울리지 않는다.

최근 몇 년간, 특히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면 침공 이후로 주요 서방 기업 대표들이 참석을 꺼려온 것이다.

그럼에도 주최 측은 올해 140개국 및 지역에서 대표단이 참석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러시아 당국은 이번 행사를 통해 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국제사회의 러시아 고립 시도가 실패했음을 보여주려 노력할 것이다.

이 포럼의 주제는 경제이지만, 지정학적 사안이 항상 중심에 있다.

이제 푸틴 대통령이 중동 및 우크라이나 사태에 대해 어떤 발언을 할지 주의 깊게 지켜볼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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