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조롱이다'...트럼프의 밈 코인 출시, 암호화폐 업계 반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자신은 암호화폐에 대해 "잘 모른다"고 말하면서도 밈 코인을 출시한 것에 대해 비판을 받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0일(현지시간) 열린 취임식을 앞두고 자신의 SNS 계정을 통해 'TRUMP'라는 디지털 코인(가상화폐)을 공개했다. 해당 코인의 가치는 크게 뛰어올라 하루 만에 75달러(약 10만원)까지 치솟았으나, 이후 39달러까지 떨어졌다.
그러나 암호화폐 업계에서는 트럼프의 밈 코인(재미나 투기 목적 외에는 아무런 용도가 없는 암호화폐)의 출시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암호화폐 거래소 '코인코너'의 대니스 스콧 CEO는 "코인에 대해 잘 모른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그가 우리 업계를 조롱하고 있다는 내 의견을 뒷받침한다"고 지적했다.
TRUMP 코인은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내가 출시했다는 점, 그리고 매우 성공적이었다는 점 외에는 이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고 말한 이후 폭락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TRUMP 코인에 수십억달러가 몰렸다는 소식에 AI 관련 언론 기자회견을 위해 모인 IT 업계 억만장자들을 가리키며 "수십억달러? 이 사람들에게 그건 쥐꼬리만 한 액수"라며 평가 절하하기도 했다.
- '역사상 가장 큰 사기'...사라진 원코인 창업자의 행방은?
- 트럼프 대통령의 권력을 견제 및 제한할 수 있는 방법은?
- 트럼프 2기 내각 인사로 확정되거나, 거론되거나, 제외될 이들은?
밈 코인은 종종 투기꾼들이 돈을 벌거나, 팬들이 유명인 혹은 특정 인터넷 문화를 지지하는 데 사용된다.
사실 트럼프 대통령의 암호화폐 상품 출시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22년에도 다양한 슈퍼히어로 포즈를 취한 NFT시리즈를 출시하여 수백만 달러를 거두어들인 바 있다.
한편 암호화폐 업계에서는 대통령의 밈 코인 출시에 대해 다른 이들도 이를 따라야 한다는 신호를 보내고 있는 것으로 해석하는 이들도 있다.
투자 회사 '아카'의 제프 도만은 온라인 게시물을 통해 "TRUMP 토큰은 기업, 지방 정부, 대학, 개인 브랜드에 암호화폐가 자본 형성 및 고객 확보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음을 가리키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대통령의 밈 코인에 대한 업계 전반의 평가는 부정적이다.
우선 업계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내 암호화폐 산업을 활성화하겠다는 선거 공약부터 이행해주길 바란다는 목소리가 높다. 스콧 CEO 같은 이들은 행정부로부터 이와 관련한 집중적인 계획, 특히 비트코인과 관련해 구체적인 내용을 들을 수 있길 바라고 있다.
지난해 트럼프 대통령은 비트코인 팬들에게 미국을 "지구의 암호화폐 수도"로 만들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그리고 실제 임기가 시작된 지 며칠이 지난 지금, 암호화폐와 관련된 행정명령은 없었으며, 취임 연설에서도 암호화폐와 관련한 언급은 없었다.
웹사이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TRUMP 코인은 현재 시총 약 80억달러로, 전 세계 25위의 암호화폐다.
트럼프 대통령 본인과 주변 인물이 해당 코인의 80%를 소유하고 있기에, 이론적으로 본다면 이들은 자신들의 몫을 팔고 수십억 달러를 벌 수 있으며, 가격도 동일하게 유지된다.
암호화폐 리서치 업체 'K33'의 전문가들은 이러한 환경은 이미 토큰 업계에서는 구식이라고 설명했다.
K33의 데이비드 짐머만 분석가는 "미화할 여지가 없다. 밈 코인에서 이러한 토큰노믹스(토큰의 구조 혹은 경제성)는 끔찍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K33의 분석가들은 나머지 80%의 코인이 공개 시장에 풀릴 수 없기에 투자자들이 가격 충격으로부터 부분적으로 보호받을 수 있다는 점은 인정했다.
현재 수천 개에 달하는 암호화폐 코인이 존재하며, 누구나 코인을 만들 수 있다.
영부인 멜라니아 트럼프 또한 취임식 전날 자신의 밈 코인을 출시했다. 해당 코인의 가격은 13달러에서 2.70달러로 하락한 이후 현재 7억 달러에 머무르고 있다.
하지만 과거 여러 밈코인 사례를 살펴보면, 이에 투자한 이들은 큰 손실을 맛봤다.
암호화폐 업체 '라딕스'의 댄 휴즈는 대통령 부부의 밈 코인 출시가 암호화폐 업계의 긍정적인 측면을 약화시킨다고 본다.
"유명인, 특히 정치인들이 주도하는 이러한 토큰 출시가 영향력과 유동성 조작이 근본적인 가치 창출을 압도할 수 있는 구조의 암호화폐 시장에서 우려할 만한 트렌드를 남길 수 있다"는 것이다.
다른 암호화폐 업계 인사들 또한 돈을 벌기 위한 밈 코인 출시가 모멸적이라고 본다.
투자회사 '코노톡시아'의 그르제고르즈 드로즈 분석가는 "대통령 취임식 전후로 이러한 (밈) 코인이 출시되면 잠재적인 이해 상충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며, 결국 대통령과 영부인의 품위를 손상시킬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