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관세로 아시아 증시가 '대학살' 당한 이유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부과 발표가 계속해서 전 세계에 충격을 주고 있는 가운데 아시아 주식 시장이 급락하고 있다.
지난 7일 개장과 동시에 상하이부터 도쿄, 시드니, 홍콩까지 아시아의 주요 지수는 급락했다. 한 애널리스트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대학살"의 현장이라고 묘사하기도 했다.
전 세계적으로 수많은 상품이 제조되는 지역인 아시아인만큼 아시아 국가들은 이번 관세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
또한 아시아 시장은 글로벌 무역 전쟁이 세계 최대 경제 대국인 미국의 경기 둔화 또는 불황을 촉발할 수 있다는 우려에도 특히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
일본 닛케이 225 지수는 7.8% 하락 마감했으며, 호주의 ASX 200 지수는 4.2%, 한국의 코스피 지수는 5.6% 하락하며 마감했다.
일본 증권거래소는 장 중 한때 8.84% 급락하자 서킷브레이커를 발동해 주식 선물 거래를 일시 중단시키기도 했고, 한국 코스피의 경우 지난해 8월 이후 8개월 만에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했다.
금요일이었던 지난 4일이 공휴일로 인한 휴장일이었던 중국 본토, 홍콩, 대만의 경우 타 시장에서 나타난 큰 폭의 하락이 반영되며 더욱 낙폭이 컸다.
이에 중국 상하이 종합주가지수는 7.3% 하락 마감했고, 대만 가권지수는 9.7% 하락 마감했다.
홍콩 항셍지수는 오후 거래에서 12.5% 하락했다.
'런던증권거래소' 그룹의 자회사인 'FTSE 러셀'의 줄리아 리 고객 담당 책임자는 "관세가 인플레이션과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를 키우고 있다"고 지적했다.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미국의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낮추는 한편 향후 12개월 내 미국이 경기 침체에 빠질 가능성을 35%에서 45%로 상향 조정했다.
트럼프의 관세 발표 이후 다른 월스트리트 기업들도 경기 침체 관련 전망을 수정하고 나섰다. 'JP모건'은 현재 미국 및 글로벌 경기 침체 가능성을 60%로 보고 있다.
미국은 아시아 국가들의 주요 시장인 만큼 미국 경제가 둔화되면 아시아 수출에도 큰 지장이 생기게 된다.
투자회사 '뱅가드'의 아시아 태평양 지역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치안 왕은 "아시아는 미국의 관세 인상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 협상의 여지가 있을 수는 있지만, 전반적으로 관세가 높은 이 새로운 체제는 유지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는 단기적으로나 장기적으로나 세계 및 아시아 경제, 특히 소규모 개방 경제국에 부정적입니다."
베트남에서 방글라데시에 이르기까지 여러 아시아 국가들은 대미 수출 의존도를 매우 높여 왔다.
지난주 트럼프 대통령은 베트남에는 46%, 방글라데시에는 37%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나이키, 룰루레몬 등 여러 주요 미국 브랜드가 베트남에서 제품을 생산한다. 방글라데시 '의류 제조업체 및 수출업자 협회'에 따르면 연간 방글라데시에서 미국으로 수출하는 의류는 84억달러(약 12조3155억원) 규모다.
미국 상무부의 국제 무역 담당 차관보 출신인 프랭크 라빈은 "아시아는 다른 시장보다 대미 수출 의존도가 높기에 이번 혼란으로 인해 특히나 더 큰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게다가 지난 4일 트럼프가 발표한 관세에 중국이 반격하면서 글로벌 주식 시장의 혼란은 더욱 가중되었다.
미국 3대 주가지수 모두 5% 이상 하락했는데, 특히 S&P500 지수의 경우 6% 가까이 하락하며 2020년 이후 최악의 한주를 보냈다.
영국에서는 FTSE 100 지수가 5% 가까이 급락하며 5년 만에 최대 낙폭을 기록했으며, 독일과 프랑스 증시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아울러 리 담당자는 "미국 선물 거래가 하락하면서 오늘 밤 월스트리트의 장은 또 한바탕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전 세계 주식 시장의 하락세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2일 모든 국가의 상품에 10%의 새로운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한 이후 전 세계 증시 가치는 수조 달러 폭락했다. 이번 관세 발표로 인해 중국, 유럽연합, 베트남 등 미국의 주요 무역 파트너를 포함한 수십 개국은 이보다도 훨씬 더 높은 세율에 직면하게 되었다.
추가 보도: 애나벨 리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