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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뷰티 제품은 반드시 한국에서 생산되어야 할까?

1일 전
런던 시내 K-뷰티 매장 ‘퓨어서울’
PureSeoul
K-뷰티 제품은 전 세계 스킨케어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한국 스킨케어(피부 관리) 또는 'K-뷰티' 제품은 현재 전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

지난해 한국의 화장품 수출액은 103억달러(약 14조원)를 기록한 가운데 해외 화장품 기업들도 한국산이 아닌 자체 K-뷰티 제품을 출시하기 시작했다.

이는 과연 문제가 되는 일일까?

K-뷰티 제품은 2010년대에 K-팝, K-드라마 등 한류 열풍과 함께 처음 국제적인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K-뷰티 스킨케어는 최대 10단계에 달하는 세밀한 루틴으로 이루어진다. 단계별로 필요한 제품도 다르다. 이는 전 세계 사람들의 상상력과 창의력을 자극하며 판매량 급증으로 이어졌다.

공식 통계에 따르면 한국의 연간 화장품 수출액은 2011년 6억5000만달러에서 2017년 40억달러로 증가했는데, 이는 불과 6년 만에 6배 증가한 수치다.

'서울 수티컬스'는 지난 2017년 이러한 수요 급증을 인지하고 런칭한 화장품 브랜드이다.

서울 수티컬스의 리테일 담당 이사인 앤 마제스키는 "K-뷰티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고 있는 것을 보고, 그 수요를 충족시키고자 스킨케어 브랜드 개발을 시작했다 … 특히 미국에서 그 수요가 부상하는 걸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매우 성공적이었습니다. 올해는 매출은 1400만달러 이상일 것으로 예상합니다. K-뷰티 제품에 대한 글로벌 관심과 수요를 목격했습니다. 인도, 라틴아메리카, 유럽, 호주에서도 판매를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서울 수티컬스는 한국 기업이 아니다. 본사는 미국에 있으며, 미국에서 모든 제품을 제조한다.

한국 기업이라고 홍보하진 않지만, "진정한 한국식 스킨케어" 제품을 만든다고 주장한다.

모순되게 들릴 수 있으나, 원료가 한국산이기에 그렇지 않다는 설명이다.

마제스키 이사는 "브랜드 초창기에는 모든 제품이 미국산이라는 점을 매우 투명하게 밝히고 싶었기에 조금 더 신중했다"고 했다.

"(하지만) 우리는 원료를 한국에서 조달합니다 … 그래서 우리가 정당하게 K-뷰티 브랜드라고 말할 수 있길 바랍니다."

그러나 모두가 이러한 주장에 동의하는 것은 아니다.

K-뷰티 상점에서 판매 중인 제품들
PureSeoul
지난해 K-뷰티 제품 수출액은 100억달러를 넘어섰다

K-뷰티 화장품 기업 '화랑품'의 공동 창업자인 김승구 씨는 "K-뷰티 제품이라면 한국 제조업체에서 생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아내 엘리사 아혼파-킴과 함께 브랜드를 운영하고 있다. 핀란드에 기반을 둔 업체이나, 엘리사를 제외한 모든 팀원이 한국인이며, 모든 제품은 한국에서 제조된다.

김 씨는 "우리 부부는 우리 브랜드가 한국적 시각을 바탕으로 콘셉트, 아이디어, 제품을 개발해야 한다는 점에 전적으로 동의한다"고 했다.

"이는 성분이나 디자인 혹은 문화적 요소 등에서 나타날 수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브랜드가 한국과 명확히 관련이 있거나, 최소한 한국적인 영향을 보여주는 것도 포함됩니다."

그러나 두 사람도 K-뷰티의 정의가 복잡하다는 점은 인정했다.

엘리사는 "해외 거주 한국인이 만든 브랜드도 시장에 많기 때문에 개념이 매우 모호한 것 같다"고 했다.

"그리고 랑콤이나 크리니크 같은 브랜드는 한국과 일본에서 제품을 생산하지만, 그렇다고 그 브랜드가 일본이나 한국 브랜드는 아닙니다."

현재 K-뷰티에 대한 공식적인 정의는 없다. 혹은 '샴페인'이나 '파르미지아노 레지아노' 치즈처럼 원산지 명칭 보호 제도도 없다.

한국 정부가 공식 승인한 유일한 K-뷰티 업계 단체인 'K-뷰티 산업협회'에 따르면, 앞으로도 이를 만들 계획은 없다고 한다.

장창남 협회장은 "현재 우리는 K-뷰티의 홍보와 확장에 더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시아에서는 이미 확고히 자리 잡았지만, 유럽과 미국에서는 이제 막 시작 단계다. 제재를 가하여 성장을 저해하고 싶진 않습니다."

그러나 해당 협회는 회원사에 대한 규정은 있다. 회원사는 한국에 등록된 기업이어야 하며, 제품은 한국 식품의약품안전처(KFDA)의 공식 검사와 승인을 받아야 한다. 이 승인이 있어야 한국에서 판매할 수 있다.

장 협회장은 "한국의 기후와 환경에 맞게 개발되어 한국 시장에서 통하는 제품으로 인정받는다면 우리는 그것을 K-뷰티로 인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정의에 따르면 '화랑품'도 K-뷰티 브랜드이다. 식약처의 승인도 받았다. 아울러 '서울 수티컬스'도 한국 소비자에게 다가가고자 식약처 승인 절차를 진행 중이다.

2024년 한국의 K-뷰티 수출은 2023년보다 20% 증가하는 등, 국내외 기업 모두 이 분야에서 상당한 돈을 벌 수 있게 되었다.

실제로 한국은 현재 프랑스, 미국에 이어 세계 3위의 화장품 수출 대국이다.

하지만 이러한 성공은 동시에 위조 상품 문제를 낳았다.

미국 기업 '마크비전'의 마크 리 CEO는 기업들이 위조품을 발견하고 판매 중단을 요청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리 CEO는 "이름을 공개할 수 없지만, 최근 한 대형 한국 뷰티 브랜드를 위해 미국 전역의 주요 상점에서 29건의 테스트 구매를 진행했다"며 "그중 26개가 위조품이었다. 즉, 위조율이 90%에 달한다"고 말했다.

마크비전은 2024년 한 해 동안 미국 시장에서만 2억8000만 달러 상당의 허위 K-뷰티 제품을 적발했다고 한다.

K-뷰티 팬인 그레이시 툴리오는 이처럼 높은 가짜 제품 비율에 당혹감을 느낀다. 툴리오는 "온라인에서 K-뷰티 제품을 구매하는 건 정말 무서운 경험이었다"고 회상했다.

K-뷰티 유통업체 퓨어서울의 창립자인 그레이시 툴리오 대표
PureSeoul
'퓨어서울'의 창립자 그레이시 툴리오 대표는 많은 사람들이 온라인에서 가짜 제품을 구매하고 있다고 말했다

런던에 사는 툴리오는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지난 2019년 한국 제조사로부터 직접 공급받아 정품만을 판매하는 K-뷰티 리테일 업체 '퓨어서울'을 런칭했다.

툴리오는 가짜 제품으로 의심되는 물건을 가지고 매장을 찾아와 진품 여부를 확인하는 고객들도 있다고 했다.

"우리 고객들조차 워낙 저렴하기에 가끔 (온라인 위조품의) 유혹에 고민하곤 합니다. 한번 써볼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유혹적이지만, 열에 아홉은 정품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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