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시진핑과 '멋진 회담' 가졌지만 공식 무역 협정 체결 소식은 없어
세계 최대 두 경제대국 간 긴장 완화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진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30일(현지시간) 6년 만에 처음으로 직접 만났다.
부산 김해공항에서 열린 이번 회담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멋진" 만남이었다고 호평했으며, 중국 측은 "주요 무역 현안" 해결을 위한 공감대를 형성했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새로운 대중 관세 부과를 발표하고 이에 중국이 보복에 나서며 양국 간 관계는 긴장 국면을 이어왔다. 그러던 올해 5월, 양국은 일시적인 휴전에 합의했으나 여전히 팽팽한 긴장감은 해소되지 않았다.
30일 회담은 공식적인 합의로 이어지지는 않았으나, 발언 내용을 종합해보면 오랫동안 물밑 협상으로 여러 세부 사항에 대해 논의해 온 양국은 합의에 한발 더 다가선 것으로 보인다.
통상적으로 무역 협정 협상은 수년이 걸린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주요 교역국들에 광범위한 관세, 혹은 수입세를 부과하며 전 세계는 불과 몇 개월 안에 미국과 이견 조율에 나설 수밖에 없었다.
이들 주요 교역국 가운데는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방문한 아시아 국가들도 포함되어 있다.
관세 '휴전'과 희토류 협상의 진전
이번 정상회담 이후 중국은 스마트폰부터 전투기에 이르기까지 모든 첨단 제조업 분야에 필수적인 희토류 수출을 통제했던 조치를 해제하기로 합의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회담에서 거둔 주요 성과로 평가된다.
귀국길에 오른 트럼프 대통령은 에어포스원(전용기) 기내에서 밝은 표정으로 기자들에게 중국이 "엄청난 양의 (미국산) 대두 및 기타 농산물"을 즉시 다시 수입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앞서 중국은 미국산 대두에 보복 관세를 매기며 사실상 수입을 중단했는데, 이로 인해 트럼프 대통령의 핵심 지지층인 농민들이 피해를 입었다.
이후 스콧 베센트 미국 재무장관은 '폭스 비즈니스'와의 인터뷰에서 중국이 이번에 대두 1200만 톤을 구매하는 데 동의했으며, 향후 3년간 매년 최소 2500만톤을 추가로 구매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회담 직후 미국 측은 펜타닐 차단에 협력하지 않는다고 비판하며 중국에 부과했던 추가 관세도 일부 철회하겠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같은 이유로 캐나다, 멕시코에도 고율의 관세를 부과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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숀 스타인 '미국-중국 비즈니스 협의회' 회장은 회담 이후 전해진 관세와 희토류 관련 소식을 환영하며, 이를 가장 중요한 성과라고 평가했다.
스타인 회장은 BBC와의 인터뷰에서 "이는 (양국 간) 일시 휴전이라고 할 수 있다. 이제 관세 사안이 고정되면서, 우리는 90일마다 관세가 유예될지 실행될지 걱정할 필요가 없어졌다"고 설명했다.
베이징에서 BBC '비즈니스 투데이'와의 인터뷰에 응한 스타인 회장은 이 덕에 "기업들은 무역 관계를 오랫동안 괴롭혀온 핵심 사안들에 집중해달라고 양국 정부에 촉구할 충분한 시간을 확보하게 되었다"고도 평가했다.
다만 수입품에 부과되는 다른 형태의 관세는 계속 유지될 전망이다. 이에 따라 중국산 제품에는 여전히 40%가 넘는 세율이 적용된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이 미국의 첨단 반도체 제조기업 '엔비디아'의 젠슨 황 CEO와 직접 대화할 수 있게 되었다고 전했다. 이는 중국에 좀 더 긍정적인 소식이다.
엔비디아는 미중 간 인공지능(AI) 반도체 칩 분쟁의 핵심에 있는 기업으로, 중국은 첨단 반도체를 원하나 미국은 국가 안보 위협을 이유로 중국의 접근을 제한하려 한다.
또한 중국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내년 4월 중 방중을 공식 초청했는데, 이는 양국 관계 개선 의지를 보여주는 또 하나의 신호로 보인다.
한편 이번 회담 이후에도 중국산 동영상 공유 애플리케이션 '틱톡'의 미국 사업부 매각과 관련해서는 별다른 돌파구가 마련되지 않았다. 미국은 국가 안보를 이유로 모기업인 중국 '바이트댄스'사로부터 미국 사업부를 분리하려고 시도해왔다. 이후 중국 측은 성명을 통해 해당 문제 해결을 위해 계속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보다 신중한 태도의 중국 …'좋은 출발점'
이번 회담은 양국 지도자 간 접근방식의 차이를 여실히 보여주었다.
우선 시 주석은 자제하는 모습을 보이며 준비한 발언만 했다. 시 주석은 회의장에 들어서며 자신이 유리한 입장에 있음을 알고 있었다.
중국은 트럼프 1기 행정부 시절 희토류에 대한 막강한 영향력을 이용하는 방법을 배웠고, 이후 수출 시장에서 대미 의존도를 점차 낮추어 나갔다.
회의 후에도 시 주석은 발언에 있어 트럼프 대통령보다 훨씬 신중하고 절제된 태도를 유지했다. 시 주석은 미중은 양국 경제에 "안전장치"가 될 수 있는 결과를 도출하고자 함께 노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경우 평소처럼 비교적 즉흥적이었다. 다만 이번 아시아 순방 중 그 어느 때보다 긴장한 모습이었다. 이번 정상회담이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주는 대목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5일 전 첫 방문지인 말레이시아에 도착했을 때부터 이어졌던 화려한 의전과 환영식 등도 이번에는 없었다. 지난 28일 일본에서 보았던 금빛 궁전이 아닌 철조망과 보안 검문소 뒤편에 자리한 공항 내 건물에서 두 정상은 만났다.
29일 한국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환영했던 군악대도 없었다. 그 대신 삼엄한 경찰 경계와 몰려든 취재진을 통해 내부에서 중요한 일이 진행 중임을 짐작할 수 있었다.
이렇듯 공개적인 장면은 조용했으나, 내부에서 1시간 넘게 이어진 두 정상 간 대화는 이번 방문 중 단연 가장 중요한 순간 중 하나였다.
중국 국무원 고문 출신인 헨리 왕은 BBC 라디오 4 '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의 회담이 "매우 잘 진행되었다"고 평가했다.
이어 무역 협정으로 이어지진 않았으나, "기본 틀과 구조가 마련된 셈"이라면서 이는 "좋은 출발점"이라고 평가했다.
추가 보도: 조너선 조셉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