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왕실, '앤드루 왕자 칭호 박탈'…왕실 거주지에서도 퇴거 예정
 
                      찰스 3세 영국 국왕의 동생 앤드루 왕자가 왕실로부터 '왕자' 칭호를 박탈당하고, 왕실 거주지에서도 퇴거 조치를 받을 예정이다. 이는 유죄 판결을 받은 미국의 성범죄자 제프리 엡스타인과의 관계에 대한 의혹이 몇 주째 이어진 끝에 내려진 결정이다.
영국 왕실은 지난 30일(현지시간) 밤 성명을 통해 앤드루 왕자는 이제 '앤드루 마운트배튼 윈저'로 불리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앤드루 왕자는 사생활에 대한 추가 의혹이 불거지면서 이달 초 이미 '요크 공작' 등의 여러 왕실 칭호 및 작위 사용을 포기한 바 있다.
미국 여성 버지니아 주프레는 이달 초 출간된 사후 회고록에서 10대 시절 앤드루 왕자와 3차례에 걸쳐 성관계를 가졌다는 주장을 다시 한번 반복했다. 앤드루 왕자는 줄곧 해당 의혹을 전면 부인한다.
한편 이번 왕자 칭호 박탈 소식에 주프레의 유족은 고인이 "진실과 특별한 용기로 영국의 왕자를 무너뜨렸다"는 소감을 밝혔다. 주프레는 올해 초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왕실 성명에 따르면 찰스 3세는 "오늘 앤드루 왕자의 훈작과 경칭 등을 박탈하기 위한 공식 절차를 개시했다"고 전했다.
아울러 영국 왕실은 왕실 윈저 영지 내 '로열 로지'에 대한 "임대차 계약을 포기하라는 공식 통보가 전달되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앤드루 왕자는 샌드링엄 저택 내 사적인 거처로 옮길 예정이며, 이에 필요한 자금은 찰스 3세가 개인적으로 지원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성명은 "그가 혐의를 계속 부인하고 있긴 하나, 이러한 견책 조치가 필요하다고 판단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왕실은 "모든 형태의 학대" 범죄 피해자들을 지지한다고 강조했다.
 
                앤드루 왕자의 두 딸인 유제니와 베아트리체는 '공주' 칭호를 그대로 유지하며, 앤드루 왕자 본인의 현재 8위인 왕위 계승 순위도 유지된다.
전 부인 사라 퍼거슨 역시 로열 로지에서 곧 이사해 별도의 거주지를 마련할 것으로 알려졌다. 퍼거슨은 이혼 이후에도 '요크 공작부인 사라' 칭호를 유지했으나, 앤드루 왕자가 자진해서 요크 공작 작위 사용을 포기하면서 결혼 전 성씨로 복귀했다.
앤드루 왕자의 이번 왕자 칭호 박탈 결정은 정부와 협의를 거친 사안으로 알려졌으며, 영국 정부 또한 이번 결정을 전적으로 지지한다고 밝혔다.
리사 낸디 문화부 장관은 BBC와의 인터뷰에서 이는 "그루밍 및 성범죄 피해자들에게 매우 강력한 메시지를 전한다"고 했다.
"이는 중대한 진전이며, 국왕의 큰 결단입니다. 일단 첫 느낌으로 말씀드리자면, 국왕의 이번 조치를 진심으로 지지합니다."
 
                이번 칭호 박탈 조치는 수주간 압박이 고조된 끝에 나왔다.
성범죄자 제프리 엡스타인과의 관계를 둘러싼 논란은 주프레가 사후 회고록에서 성폭력 의혹을 다시 제기하면서 재점화되었다.
앤드루 왕자는 주프레를 성학대했다는 혐의를 줄곧 강력히 부인해왔으나, 이달 초 공개된 2011년 자 이메일에서 그가 관계를 끊었다고 주장한 시점으로부터 몇 달 후에도 엡스타인과 여전히 연락을 주고받았던 사실이 드러났다.
한편 최근에는 공식적으로 왕실 공무에 참여하지 않으면서도 어떻게 화려한 생활을 유지할 수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며 그의 거주 문제에도 관심이 쏠렸다.
앤드루 왕자는 2004년부터 로열 로지에 거주하고 있다. 2003년 독립적인 부동산 기관인 '크라운 에스테이트'와 75년의 임대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화재 등급 2급으로 지정된 로열 로지는 정원사 숙소, 예배당, 침실 6개 규모의 별채, 경호 인력을 위한 숙소 등을 갖추고 있다.
지난주 임대 계약 내용이 공개되면서 어떻게 그가 경제적으로 이러한 저택을 감당할 수 있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사실이 드러났다.
해당 계약에 따르면 앤드루 왕자는 로열 로지에 대해 사실상 감사 표시 수준의 연간 임대료만 제불해왔으며, BBC가 확인한 임대 문서에 따르면 '크라운 에스테이트'와 맺은 계약 조건상 이마저도 필수 사항이 아닐 수 있다.
앤드루 왕자는 연간 임대료를 내는 대신 리모델링 비용을 포함한 거액의 선불금을 지불했다.
영국 '국가감사원' 보고서에 상세히 기재된 이 선급금은 총 800만파운드(약 150억원)를 웃도는 규모로, 75년의 임대 기간 매년 26만파운드의 임대료를 선납하는 방식으로 임대료 납부 의무를 사실상 미리 치른 셈이다.
한편 이번 주에는 앤드루 왕자가 지난 2006년 딸 베아트리스 공주의 생일 파티에 제프리 엡스타인을 로열 로지에 초대한 사실이 공개되었다. 이는 엡스타인에게 미성년자 성범죄 혐의로 미국에서 체포영장이 발부된 지 불과 2달 만의 일이었다. 앤드루 왕자는 이와 관련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왕실은 이번 칭호 박탈 조치가 앤드루 마운트배튼 윈저를 둘러싼 스캔들에 마침표를 찍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